매일신문

2003년 떠오른 별, 사라진 별-국제

▧떠오른 별

미국에서 할리우드 스타가 주지사로 변신하고 그

루지야에서는 무혈 혁명으로 30대 청년이 차기 지도자로 떠오르는 등 올 한해에도

지구촌 각 분야에서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했다.

또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가 노벨 평화상을 타 주목을 받았고 중국에서는 첫

우주인이 탄생해 13억 인구를 열광시켰다.

▲후진타오(胡錦濤.61) = 지난 3월 중국 제10기 전인대 1차회의에서 국가 주석

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11월 제16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에 오른 그는 이로써 당.정

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의 뒤를 잇는 중국의 제4

세대 지도자로 분류된다. 1942년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명문 칭화(淸華)대 수리

공정과를 졸업했다.

문화혁명에 참가한 뒤 간쑤(甘肅)성 건설위원으로 일하던 중 간쑤성의 최고 권

력자 쑹핑(宋平) 당서기에 의해 발탁돼 승진 가도를 달렸고 정치국 상무위원, 국가

부주석을 역임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56) = 10월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할리우드 스타. 66년 로널드 레이건 후보 이래 37년만에 할리우스 스타 출신으로는

두번째 주지사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선거유세 기간 젊었을 때 아돌프 히틀러를 지지했다는 등의 비난과 성추문 의혹

에 휩싸였으나 이를 극복하고 영화에 이어 정치에서도 스타로 등극했다.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지난 1947년 미국으로 이민, 1983년 시민권을 획득한 중도

파 공화당원이다. 액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잘 알려진 근육질 스타이며 영

화 제작자 겸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NBC 앵커)는 명문 케네디

가 출신이다.

▲미하일 사카쉬빌리(35) = 지난 11월 23일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그루지야 무혈 혁명의 주역. 국민행동당을 이끌고 있는 그는 내년

1월 4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청년 정치인이다.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에 입문, 법무

장관을 역임했다. 서구적 사고 방식과 강력한 개혁 마인드로 셰바르드나제 정권의

부정 부패에 대항, 니노 부르자나제(39) 민주당수와 함께 벨벳 혁명을 이끌어냈다.

▲시린 에바디(56) =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여성 변호사 겸 인권운동가.

이슬람 세계의 엄격한 율법 아래에서도 여성과 어린이, 반체제 인사 등을 위한 인권

운동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테헤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뒤 이란의 첫 여성 판사로 임용됐고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됐다. 반체제 인사 변호에 앞장서 여러 차례 투옥

되기도 했다.

▲존 맥스웰 쿳시(63)=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설가. 지난 91

년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에 이어 두번째로 남아공에 노벨상의 영광을 안겼다. 수상

작은 '마이클 K의 삶과 세월'(1983),

지난 83년과 99년 두 차례나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

고 지난 수년간 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정교한 구성, 풍부한 대화, 날카로운 통찰력이 특징이

고 서구 문명의 잔인한 합리주의와 위선적인 도덕에 대해서 가차 없는 비판을 가했

다"고 평가 받았다.

▲양리웨이(楊利偉.38) = 약 하루 동안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지난 10월16일 네

이멍구(內蒙古) 자치주에 안착해 중국의 영웅이 된 공군 대령.

그가 탑승한 중국 최초의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는 21시간 20분 동안 지구궤

도를 14회 선회한 뒤 13억 중국인의 환호와 열광 속에 귀환했다.

우주비행 임무를 완수한 뒤 중령에서 대령으로 특진됐고 장쩌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부터 '우주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다. 중화전국청년연합회에 의해 올해의 '

중국 10대 걸출 청년' 1위에 올랐다.

▧사라진 별

2003년 한 해에도 세계 각계의 유명 인사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 전세계가 테러로 뒤숭숭했던 올해에는 테러 공격으로 희생된 인물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으며 은막을 주름잡던 배우들과 다양한 예술 재능으로 감동을 줬던

가수, 작가 등 문화계 인사들도 유달리 많이 세상을 떠났다.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 카오스 이론의 창시자 일리야 프리고진 등을 잃은

학계의 손실도 컸다.

또 전쟁 및 국내 정세의 변화로 권좌에서 물러난 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음속의 2배의 비행속도로 대서양 양안을 누비던 영국-프랑스 합작 콩코드기(機)

도 27년만에 날개를 접었다.

이밖에 컬럼비아호를 타고 우주여행에 나섰던 7명의 대원 전원이 공중에서 산화

했으며 독립된 삶을 꿈꾸던 이란의 샴 쌍둥이인 비자니 자매 역시 전세계적인 관심

과 응원을 뒤로 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 정치.외교계= 이라크 전후 복구와 재건 작업을 돕던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루 유엔 특사가 자폭테러 공격으로 8월19일 희생됐다. 유엔은 30여년을 분쟁지역

의 평화 정착과 인도적 지원에 헌신한 그의 공적을 기려 유엔 인권상을 추서했다.

옛 유고의 철권 통치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세르비아에 서구 민주주의 체제

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던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는 3월 12일 괴한의 총탄에 쓰러

졌다.

스웨덴의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 중 1명이었던 안나 린드 외무장관이 스톡홀롬

시내에서 쇼핑 도중 괴한의 피습을 받아 사망(9월11일)했으며 대미 로비스트로 활약

하던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는 106세를 일기로

10월 23일 타계했다.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항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 운동의

기수 월터 시슬루(5월5일), 미국의 세계적인 여성인권운동가인 마르타 그리피스(4월

23일)도 유명을 달리했다.

이밖에 철권을 휘두르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4월 이라크 전쟁으로

축출됐으며 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는 7월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미군에게 사

살됐다.

총선 부정과 극심한 경제난, 부정부패 등으로 퇴진 압력에 시달려온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은 11월 '피플파워'에 굴복해 전격 사임했으며, 라이

베리아를 내전으로 몰아넣은 장본인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도 미국과 주변국의 요구

에 밀려 8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나이지리아로 망명했다.

◇문화.예술계=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기록영화 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지칠줄

모르는 예술혼' 레니 리펜슈탈이 101세로 숨을 거뒀다(9월8일). 리펜슈탈은 생전에

나치 정권의 선전용 영화 제작으로 히틀러의 총애를 받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강인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스크린을 풍미하던 미국의 여배우

캐서린 헵번(6월29일)과 영화'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의 상대역으로 열연한

미남배우 그레고리 펙(6월11일)이 타계했다. 서부극 '황야의 7인'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찰스 브론슨(8월30일), 미국인은 물론 전세계인들에게 촌철살인의 웃음을 선사

해온 전설적인 코미디언 밥 호프(7월27일)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미국 리듬 앤드 블루스의 거장 배리 화이트,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동명 재즈 그룹에서 보컬 및 기타리스트를 맡았던 쿠바의 전설적 뮤지션 콤파이 세

군도(7월14일) 등 가수들의 죽음도 이어졌다.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작가, 정치가인 프랑수아즈 지루도 타계했다(1월19일). 여

성잡지인 엘르 편집장을 거쳐 시사주간 렉스프레스를 창간한 지루는 프랑스 새 세대

영화를 뜻하는 '누벨바그'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밖에 낭만파 음악의 해석에 탁월했던 미국의 피아니스트 유진 이스토민(10월1

0일)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하나였던 헝가리 출신의 티보르 바

르가(9월4일)도 음반으로만 남게 됐다.

◇학계= 문학 비평계는 에드워드 사이드와 레슬리 피들러라는 걸출한 별을 한꺼

번에 잃은 해였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정교한 이론을 주창하고 제국주의에 항거

했던 '팔레스타인의 지성' 사이드(9월25일)는 백혈병으로 사망했으며 전통적 문학

담론에 반기를 든 포스트 모더니즘의 주창자 피들러(1월29일)도 유명을 달리했다.

'라이프사이클' 저축이론으로 198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인스학파의 석학

프랑코 모딜리아니(9월25일), '마셜플랜' 집행에 기여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찰

스 킨들버거(7월7일) 전 MIT 교수를 잃은 경제학계도 손실이 컸다.

비평형 통계열역학을 정립한 공로로 197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일

리야 프리고진 교수도 5월28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독창적인 카오스 사상을 바탕

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출한 그는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의 저자로도 친숙

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이며 사상가였다.

◇ 재계= 이탈리아 최대 자동차업체인 피아트의 창업주인 지오바니 아그넬리가

1월 암 투병 끝에 사망했으며 호텔 '홀리데이 인'을 전세계 굴지의 체인으로 확장하

며 호텔 산업의 붐을 조성한 '현대 호텔업계의 아버지' 커먼스 윌슨 회장도 2월 타

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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