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변호인 입회 허용은 대세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이 어떤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인권보장과 방어 준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듯 수사과정에서의 변호인 참여 또한 인권수사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헌법(제12조 4항)에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법률에 변호인 입회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은 이를 불허한 채 접견만 허용해왔다.

반면 변호사단체 등은 변호인 입회 허용이 현행법에 조문화돼 있지 않다고 해서 허용치 않는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듯 지난달 15일 대법원 2부(주심 배기원 대법관)는 서울지법의 재독 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변호인 입회 불허 취소 결정에 대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당할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 규정에 비춰 구금된 피의자는 피의자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다"면서 서울지검 공안1부가 낸 재항고를 기각하고 "변호인의 입회를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사실상 불허해온 종전의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변호인의 입회를 허용토록 내린 대법원 결정은 무엇보다 피의자의 인권 보장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단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 차례 접해온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결정은 우리 사법역사의 큰 획을 긋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변호인 입회권이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법원이 변호인의 입회를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형사사건 피의자가 수사 기관에서 조사 받을 때 변호인 입회가 원칙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물론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 등 특별한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등 무제한적인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통상적인 경우 변호인을 입회시키지 않은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기 쉽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수사기관의 수사 관행은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 방식과 체계 등을 변호인 입회에 맞게 바꿔야 할 것이고, 인권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이번 대법원 결정이 인권 수사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대법원결정이 변호인 입회 허용을 명문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져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인권수호의 전범으로 삼을 획기적인 형사소송법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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