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보루라는 농업경영인들이 떠나고 있다.
그것도 막다른 골목에서 택한 극단의 야반도주다
안동과 의성, 영양지역에서 최근 3년간 40여명이 농촌과 등졌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농협 빚을 갚지 않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실패한 농정 때문인데 농민들만 죽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경주시 건천읍에 사는 김모(63)씨는 작년에 빌려쓴 단기성 영농자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영농자금 대출길이 막혔다.
600평 남짓한 땅에 보리와 벼를 지어 다섯 식구가 생계를 꾸렸지만 올해는 태풍과 병충해로 수확이 감소돼 겨울나기조차 막막한 형편이다.
건천읍에만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농가가 100여호가 넘는다.
대부분 농민들이 적게는 100만원에서 수억원씩 빚을 지고 있다.
영양읍 서부리 ㅎ농약사 대표 이모(42)씨는 "작년 이맘 때엔 벌써 농약 외상값 중 80% 정도 수금했는데 올해는 30%도 수금을 못했다"며 "농약대뿐 아니라 종자대와 영농자재, 농기계 외상값도 마찬가지 실정이고, 특히 올해는 단골 농민들조차 발길을 끊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영양에는 고추.수박.배추.사과농사가 잦은 비 때문에 수확이 감소된데다 수해까지 겹쳐 폐농한 농가들이 많다.
농민들은 비싼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겨울철 시설원예 및 난방용으로 기름과 나무를 함께 시용할 수 있는 보일러를 잇따라 설치한다.
김모(59.영양군 일월면)씨는 "가을걷이가 끝난 뒤 틈만나면 인근 야산에서 폐목을 줍거나 수해 때 떠내려온 나무로 장작을 만든다"고 했다.
인근 주유소 주인 황모(57)씨는 "올해는 화목보일러를 설치한 탓에 보일러 등유가격을 1ℓ당 70원 이상 낮춰받는데도 농가 배달물량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했다.
게다가 각종 농작물 병해와 수해에 시달렸던 농민들은 내년엔 무슨 농사를 지어야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영양군 입암면에 사는 권모(69)씨는 올해 2천평 고추농사를 탄저병과 역병 때문에 몽땅 망쳤다.
영양지역만 해도 탄저병 52ha, 역병 764ha 등으로 전체 고추 재배면적 중 무려 41%가 피해를 입었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삼삼오오 모인 농민들은 "내년엔 도대체 무슨 농사가 괜찮을까"하며 걱정을 나누고 있다.
영양군 일월면에 사는 조모(56)씨는 "올해는 수해 때문에 벼 8가마 수매가 전부"라며 "고추와 수박 농사도 폐농해 내년에는 무슨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할지 걱정하느라 밤잠도 설치고 있다"고 했다.
힘든 것은 농민뿐이 아니다.
특히 울릉도 연안의 오징어 어군형성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했던 탓에 영세어민들이 최근 4, 5년 만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릉수협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초순까지 어획된 전체 수협 위판 오징어량은 4천454t에 어획금액은 10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어획량은 64%, 금액은 88%나 줄었다.
특히 울릉도 연안에는 연중 최대 성어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중순 이후 오징어 어군형성이 계속 부진해 소형어선 200여척이 연일 출어해도 하루 10~20t 정도를 어획하는데 그치는 등 영세어민들이 적자조업에 시달렸다.
올해 처음 선박을 구입해 조업하는 이모씨(47.울릉군 북면)씨는 "한해 평균 6개월 이상 잡던 오징어 철이 올해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시작돼 4개월이 고작일 것 같다"며 울상이다.
때문에 어민들은 물론이고 오징어가공업 종사자들마저 어려움을 겪고있다.
오징어 어업 전진기지인 저동항 일대 200여곳의 건조공장 종사자 1천여명이 일거리가 없어 공사장 날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장영화.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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