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절' 싣고 달리는 105번 버스 최정해(56)기사

"매일매일 승객을 위해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입니다".

2년전부터 자기가 직접 작성한 '친철인사문'을 통해 승객에게 흐뭇한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친절' 버스기사 최정해(56.경북교통 소속)씨.

올해로 버스기사 15년째인 최씨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도시, 대구에서 '친절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는 나이에 관계없이 손님 한분 한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때로는 특별히 친절하게 인사를 받아주거나 '친절인사문'을 대신 읽어준 승객을 위해 자신의 18번, 가수 박 건씨의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헤드셋을 끼고 들려준다.

음정, 박자, 목소리 등 승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실력의 소유자. 노래가 끝나자 승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한바탕 웃었다.

친절인사문은 '손님의 고마운 인사말씀에 대구 시민의 마음이 밝고 아름다운 꽃씨가 되어 널리 퍼져서, 우리 대구시가 세계에서 제일 건전하고 예절바른 도시가 되도록 노력합시다'는 내용.

8일 오후 7시30분쯤 버스에 타고 있던 이숙원(32.여.대구 서구 평리동)씨는 "처음에는 '내가 잘못들었나'하고 의심하기도 했다"며 "이런 분이 대구 사회를 밝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친절인사문'을 대독한 오종택(62.대구 북구 대현동)씨는 "매일 출.퇴근할 때 105번 버스를 타는데 가끔 최씨가 운전하는 버스를 만나면 하루가 즐겁고 유쾌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를 힘들게 하는 일도 만만치않았다.

2년전 처음 시작할 때는 일주일간 인사를 했는데 한마디 대답도 듣지 못해 힘빠지기도 했고, 인사문을 낭독해준 손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데 '아저씨, 술 먹었어요?'라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동료기사들마저도 '저러다 말겠지'라며 별 관심이 없었다.

이렇듯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현재 최씨가 얻고있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고사리 손의 학생들이 보낸 감사의 글, 외국인들이 서툰 한국어로 직접 써준 감사의 편지들, 떡바구니를 통째로 주신 한 아주머니, 직접 싸온 도시락을 건네주는 여대생 등 그에게는 벌써 또다른 즐거움이 생겼다.

그는 오후4시부터 밤12시까지 105번 시내버스로 팔공산 동화사와 성서 계명대를 3번 왕복하고, 오전8시부터 9시까지는 대구향교 앞 초등학교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또 매달 식비를 아껴 시각장애인을 돕고 있다.

내년 9월27일이 정년이라는 최씨는 "지산동 운전자연수원에서 택시, 버스기사들의 연수교육때 '버스기사의 절대의무 친절'에 관하여 강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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