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熱받은 한반도...'재앙'대비 급하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학계 연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동에 따른 이상고온, 대형 태풍 발생 등 재난에 대한 대응 수립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계명대 김해동(40.지구환경보전전공)교수로부터 그 원인과 대응에 대해 들어본다.

◇한반도의 아열대 편입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

"고위도일수록 크게 나타나는 지구온난화의 효과는 기후의 변동을 격심하게 만들고 있으며, 결국 한반도의 아열대 편입도 이러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반도가 국제적으로는 아열대 기후대로 분류되고 있지 않지만, 아열대 식물군집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대에 편입됐다고 주장했다.

기후대는 온도보다 식생을 기준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 25년간 전국 평균 기온이 0.96℃ 상승했고, 강수량도 지난 92년 동안 182㎜가량 증가했다는 점은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대로 변하고 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잦은 집중 호우, 열대성 병원세균의 출현,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 격감(80년대 전반에 비해 약 85% 감소) 및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 급증(30~350% 증가)은 기후변화의 중요한 징후라고 덧붙였다.

여름철 기온의 '변동'이 극대화되는 점도 아열대 기후의 증거로 꼽혔다.

지구온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널뛰기' 식으로 큰 폭의 변동폭을 보이면 정부 에너지 정책과 계절성 농업.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것.

그는 "기온예측이 1℃만 틀려도 전기공급에서 수조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간의 기후변화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겨울철 일 최저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기후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름철 강우패턴의 변화

여름철 강우패턴이 변한 것도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편입됐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998년 이후로 장마시기에 강수량이 적고, 오히려 장마시기가 지난 시점에 하계 게릴라성 폭우의 형태로 보다 많은 강우량을 보이는 기후변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전에만 하더라도 장마철에는 장마전선의 북상에 따라 비가 많이 오고, 장마 이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의 쾌청한 날이 이어졌다는 것.

여름철 동아시아의 장마철 강우패턴의 경우 중국은 '폭우형', 일본은 '가랑비형', 한국은 그 중간적 상태에 있다는 것이 통설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이런 식의 폭우 때 내리는 비는 토양에 스며들지 못하고 곧바로 배수되기 때문에 토양을 해치는 전혀 쓸모 없는 비가 됩니다". 그는 최근 티베트 고원에서 발달하는 대륙고기압의 이상발달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태평양 북동쪽으로 이동되면서 한국에서 중국형 강우패턴인 호우형 강우패턴의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풍피해의 대형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 수온이 높아지고, 물의 증발량이 많아짐에 따라 태풍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의 경우도 이처럼 대형화된 태풍에 수반된 풍수해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대륙의 사막화에 따라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대륙고기압의 발달이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태풍주변의 풍속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기상청도 북쪽에 위치한 대륙고기압의 찬 공기와 고온 다습한 태풍의 공기가 혼합되면서 많은 양의 강수를 뿌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좁은 지역에 과다한 인구와 산업시설이 조밀하게 위치해 동일한 규모의 자연재해에도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유발한다고 했다.

◇아열대 기후편입에 따른 재해 예방책 수립해야

김 교수는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편입에 따른 재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소한 국토면적에 비해 다수의 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댐 방류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정밀한 기상예보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개발도 이러한 기후변동패턴을 고려해 △바람의 환기조건 확보 △도로 포장화 최소화 △녹지공간의 확보 등 3대 항목에 준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 예로 대구 달서구 성서, 대곡동 등 산 기슭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일대의 경우 교통소통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만 초점을 두고 넓은 포장도로를 건설, 폭우시 산에서 씻겨 내린 빗물이 토양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저지대로 유입돼 대형 침수를 불러온다는 것.

김 교수는 "이처럼 한반도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재난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문인력과 예측기술의 확보가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학계.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