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 미국-북한간 대화기류 급랭 조짐

미국과 북한간 북핵현안 해결을 둘러싼 대화기류가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

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동결이 아니다며 핵폐기에 상응한 각종 지

원을 요청했던 북한의 제의를 일축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으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북한 관계는 다시 새 전기를 맞았다.

워싱턴과 평양 당국은 그 동안 중국을 조정역으로 베이징 후속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각(角) 교섭을 집중적으로 벌여왔다. 후속 6자회담 12월 개최와 내년초 연기

설이 나도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 당국은 12월초와 이번주 워싱턴을 잇따라 방문한

중국 정부 고위인사들을 외교중재역으로 6자회담 조기 개최를 위한 막바지 외교노력

을 경주해 왔다.

부시 행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12월중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보

여온 게 사실이다. 6자회담 재개의 '공'이 북한측에 넘어갔다면서 북한측 대응을 주

시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9일 "우리가 핵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테러 지원

국명단'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를, 미국과 주변국은 중유, 전력

등 에너지 지원과 같은 대응조치가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를 전제로 6자회담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이 그같은 첫단계 조치

를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선결요건을 제시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는 '공'을 다

시 미국측에 넘긴 셈이 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경제지원 등을 전제로 한 북한의 그같은 핵동결 제의를 정식

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목표는 핵프로그램의 동결을 위한 것

이 아니다"면서 북한 제의를 일축했다.

동시에 백악관과 국무부도 논평을 통해 북핵현안 해결을 위한 미국의 기본 입장

은 북핵계획을 완전하고 입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는 것이라면

서 '핵동결'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의미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리처드 바우처 국

무부 대변인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핵동결이든 핵폐기든 이를 전제로 한 어떠

한 방식의 경제지원이나 보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과 평양 당국간 그같은 북핵 공방은 워싱턴을 방문 중인 원 중국 총리가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부시 행정부 외교지도부와 회동하고 북핵 현

안을 조율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미국은 북한측이 중국을 통해 제시한 6자회담 공동성명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북한측도 미국이 중국을 통해 전달한 한미일 3국의 6자

회담 공동성명 초안에 거부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현안을 둘러싼 미-북간 교섭 국면이 마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듯

한 양상이다. 북한은 핵동결을 전제로 미국에 일정 조건 수용을 촉구하고 반면 미국

은 이를 맞받아 북한 제의를 일축하고 아무런 선결조건없이 6자회담에 응할 것을 요

구하고 나섰다. 따라서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정통한 워싱턴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현재의 미-북간 북핵기류로 볼 때 극적 돌

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12월중 제2차 6자회담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며 자칫 내년초 6자회담까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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