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성.효율성.과학.기술을 중시하면 할수록 더 좋은 세상이 온다는 서구중심의 모더니즘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물론 이성과 효율성은 중요하며 또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이성.효율성 중시는 사회를 양분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킨다.
과학과 기술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지나친 과학.기술만능주의는 세계를 황폐화시킨다.
무제한적 기술개발, 핵무기경쟁 등은 환경오염과 인간소외를 가속화시킨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모더니즘의 문제점을 보완.해소하기 위해 나온 하나의 시대적 사조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이 만든 절대성.획일성을 비판하는 반면, 다양성과 다원성 그리고 환경친화적 측면을 중시한다.
현대는 점점 이분법적 사회에서 다양화.다원화 사회로 바뀌고 있다.
또한 인간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면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대는 다양성과 다원성 그리고 인간적 측면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전형적인 포스트모던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최근 시대에 걸맞지 않은 모던 정책을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라크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이다.
부시정권은 패권적 힘을 앞세워 다른 국가들을 한 줄로 세우고 있다.
마치 과거의 냉전시대처럼, 미국의 이라크정책에 따르는 국가는 우방이요, 따르지 않는 국가는 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현대는 이와는 달리 다양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사회로 점점 공고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라크에 한국군 추가파병을 미국이 요구해 옴으로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파병요구를 무작정 거절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파병문제를 고심하면서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것이라면 파병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이 이러한 이라크 평화와 재건 목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일방적 파병압력에 어쩔 수 없이 응낙한 것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이 명분없이 행해졌다는 점, 그리고 이라크상황이 점점 더 불안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점 같은 것은 접어두더라도, 미국의 한국군 추가파병 압력은 지금과 같은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우리 정부가 이라크 추가파병을 이미 미국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파병하지 않는 것은 한미간 신뢰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터키의 경우와 같이 정부는 파병하려고 했으나 국회나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파병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차적인 파병결정은 대통령이 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조만간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는데, 국회의 동의안 표결은 신중할수록 좋다.
국회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합리적으로 구성된 이라크 현지 조사단을 다시 보내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검토함은 물론, 이라크 상황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파병동의안 표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병 후의 철수는 파병결정 못지 않게 어렵다.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등 파병(찬성)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일련의 테러소식을 접하면서 추가파병에 대한 회의감을 점점 더 가지게 된다.
만에 하나, 이라크에서 우리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내부 갈등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또한 한미관계를 균열시키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에 국회가 추가파병에 동의하는 경우, 우리가 주체적으로 파병군의 성격이나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의 주체적 파병결정은 현재와 같은 포스트모던 시대의 흐름과도 합치된다.
성장환 대구교육대교수.정치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