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 탈 만 해요" 80년대 픽업 모는 김범수(43)씨

"오래된 차를 몰고 다닌다고 사람까지 얕잡아봐서야 되겠습니까".

유리 설비업을 하는 김범수(43.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씨는 요즘 1989년산 포니2 픽업트럭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계속 몰고 다니자니 자신을 '고물' 취급하며 무시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감당하기 힘들고, 그냥 처분해 버리자니 그동안 쏟은 정이 아까워서다.

골동품 수집광이기도 한 김씨가 자기 명의의 차량 3대 중 유일하게 어느 누구에게도 열쇠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아끼는 이 차를 구입한 것은 지난 2001년 12월. "공사하러 가다 카센터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10여년 전에 1년 정도 몰다 동생에게 넘겨준 것과 똑같은 차종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시동도 제대로 걸리지 않는 데다 겨우 시동을 걸면 엔진에서 견딜 수 없는 악취가 풍기는 것을 사정사정해서 60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엔진을 교체하는 등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수리하는 데는 3개월 정도가 걸렸다.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되다 보니 갈아넣을 부품을 빨리 못구해서다 . 비용도 차 구입비의 2배 이상이 들어갔다.

대구시내 폐차장을 다 뒤져도 찾지 못한 앞쪽 방향표시등 보호대는 유리로 직접 만들었고, 측면 거울은 공사용 실리콘으로 고정시켰다.

"수리를 마치고 처음 운행할 때는 정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길지 않았다.

차를 보고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원 원숭이 보듯 저를 봅니다.

정상 속도로 달리는데도 고물차를 몰고 나와 교통흐름을 방해한다고 욕설하는 사람도 있고요. 지난해 말에는 멱살잡이 끝에 파출소에까지 가기도 했어요".

"오래된 차를 탄다고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그런 사람들과 다투고 싶지 않다"는 김씨는 시속 100㎞는 거뜬히 낼 수 있는 자신의 '늙은 애마'가 유용하게 쓰일 곳이 있다면 기증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한편 김씨가 갖고 있는 포니2 픽업트럭은 현재 대구에서 1988년산이 10대, 1989년산이 6대 운행되고 있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