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칙폭폭…"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우산 셋이 나란히…" "고추 먹고 맴맴…" "책상 위의 오뚜기 우습구나야…". 지금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어린 시절에 불렀던 이 동요들은 요즘 아버지.어머니들이 불렀고, 그 아들.딸들도 여전히 따라 부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어린이들의 아들.딸들도 부르게 될는지 모른다.
이 아름다운 동요들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함께 부르는 애창곡들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밝고 맑으며 희망찬 동요들의 가사를 지은 윤석중(尹石重) 옹은 이 땅의 아동문학가들이 '한국 동요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노래들은 시조의 3.4조, 민요의 7.5조, 가사의 4.4조가 기본 율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세 가지 율동감을 아우르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리듬을 타는 동요들을 줄기차게 썼다.
그래서 그의 동요들을 부르면 누구나 숨결에 와 닿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메마른 어린이들의 가슴에 샘물과 같이 순수한 동요들을 안겨준 이래 80년 가까이 1천 편이 넘는 노랫말을 지은 윤석중 옹이 9일 92세를 일기로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인 하늘나라로 떠났다.
동심이 찌들어 가는 세태를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던 그는 아흔이 넘어서도 "생각은 열 살, 생활은 서른 살"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로지 동심으로만 살았다.
▲191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924년 '신소년'지에 동요 '봄'이 당선돼 등단, 이듬해 소파 방정환이 내던 '어린이'지에 '오뚜기'가 뽑히면서 본격적으로 동요를 짓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3.1만세운동의 기억과 일본인 교장에 대한 반감으로 일찍부터 민족정신에 눈을 떴으며, '어린이의 정신을 일깨우는 데 민족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 아동문학에 정진했던 그다.
특히 일제와 6.25 전쟁으로 짓밟힌 동심을 되살리는 일을 사명감으로 여긴 선각자였다.
▲1956년 '새싹회'를 창립한 그는 이어 소파상.새싹문학상 등을 제정, 어린이 문학운동 후원에도 힘썼으며, 여든이 넘어서도 '그 얼마나 고우냐' '반갑구나 반가워' 등의 동시집을 내는 열정으로 한평생을 아동문학에 바쳤다.
그의 삶은 '20세기 한국 아동문학의 역사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젠 그를 작품으로 밖에 만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밝은 정서에 연결시킨 그의 동요들은 오래오래 늙지 않으며 '영원한 어린이의 벗'으로 살아 있을 것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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