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정치 뒤안길의 오점

한나라당 영덕.청송.영양지구당이 극도의 혼란상을 겪고 있다.

원인은 지구당위원장인 김찬우(金燦于) 의원의 후임 문제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치러진 영양.청송군수 한나라당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대상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중인데다 72세의 고령으로 내년 총선 출마가 어려운 상태. 본인도 이를 감안, 최근 공사석에서 정계은퇴를 공공연히 밝혔었다.

문제는 4선의 김 의원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후임에 서울시 의원을 지낸 김종웅(54)씨를 지구당 수석부위원장에 앉힌 것이다.

그는 최근 낙향, 당직을 맡았다.

갈등은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부 당직자들이 김씨가 지구당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는데 왜 수석부위원장에 앉히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

그러나 김 의원도 그냥 있지 않았다.

몇 차례 당직자들을 초청, 설득한 후 김씨를 수석부위원장에 전격 임용했다

외견상으로는 김 의원의 뜻이 관철된 것 같다.

그러나 후유증은 적잖다.

김 의원과 십수년간 함께 지구당 살림을 살아 온 사무국장이 반발해 사표를 냈고, 조직부장은 수석 부위원장 체제의 사무실 운영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사표를 받았다.

이 사태의 이면에는 이미 김씨가 내려오기 전 일부 당직자들이 강석호(姜碩鎬) 한나라당 경북도지부 부위원장 편에 줄을 서 있었다는 사실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중앙당과 경북도지부 관계자들의 당무감사에서도 전후 사정이 보고됐다.

이는 당내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한 공천헌금 사건을 기억하는 지역주민들로서는 4차례나 금배지를 단 김 의원이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마당에 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금까지는 적어도 그 염원을 저버린 것 같다.

영덕읍내 한 주민은 "마지막에 훌훌 털어버리고 가면 참 좋을텐데..."라는 말로 김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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