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컷컷컷-최근 공포영화 가족배경 경향 가족과 판이한 코드로 공포 증폭

가족의 붕괴를 가슴 찡하게 그린 작품에 '아메리칸 뷰티'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제목은 아름답지만 현실에 투영시키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설정이죠. 남편은 딸의 친구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고,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딸은 옆집 소년을 사랑하고, 소년은 딸을 몰래 카메라로 찍는 마약 중독자이고, 그의 아버지는 동성연애자입니다.

소년의 카메라에 찍힌 비닐의 영상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바람에 일렁이는 비닐조각이지만 어느 것에도 마음 붙이지 못한 주인공의 심상이 오버랩돼 가슴이 아팠습니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족의 해체를 이야기하는 영화가 많습니다.

'바람난 가족'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특히 공포영화가 가족에 집착하는 경향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4인용 식탁'에서 소년은 아버지와 동생을 불로 태워 죽입니다.

물론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죠.

그 비극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커서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그에게 어떤 아이들의 환영이 나타납니다.

그 바람에 과거의 비극을 기억해 내고 결국 행복한 가정도 꾸리지 못합니다.

'아카시아'는 한 입양아를 중심으로 한 공포영화입니다.

전원주택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자녀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한 남자아이를 입양합니다.

그러나 입양한 후 임신이 돼 자신들의 아이를 출산하게 됩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아이는 동생에게 해코지를 합니다.

여기서부터 가정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아카시아는 생명력이 끈질긴 나무입니다.

살아남겠다는 욕망으로 주변의 식물들을 고사시킵니다.

이 집에 어울리지 않는 정원수 아카시아는 바로 입양된 아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공포영화가 가족에 집착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장화, 홍련'을 비롯해 '4인용 식탁', '아카시아' 등이 모두 공포영화입니다.

왜 일까요?

가족은 '따뜻함', '사랑', '편안함', '여유로움' 등이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엽기', '잔혹' 등의 공포영화 코드와는 판이하죠. 그러나 그러한 점 때문에 공포가 더 증폭됩니다.

아주 잔혹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과,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던 사람이 사실은 연쇄살인마라면 어느 것이 더 끔찍하죠? 그리고 실제 우리 가정 속의 공포가 위험수위라는 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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