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일요일, 나는 아들과 함께 '한강순례기'에 나섰다. '한강도보 대탐험'이라고 하는 게 옳을 지도 모른다. 배타고 물살을 헤치며 간 것도 아니고 자동차로 강변따라 드라이브한 것도 아니고 각광받는 강변마라톤코스를 달린 것도 더 더욱 아니다. 두 다리만 믿고 강변을 무작정 걸으면서 한강과 그 주변을 구경한 것이다. '한강유람기'인 셈이다. 여기서 한강이라함은 한강의 발원지에서부터 종착지인 서해바다까지 장대한 구간이 아니라 서울도심의 한강구간을 말한다. 엄밀히 말해, '한강순례기'가 아니라 '서울한강순례기'다.
알다시피, 한강은 민족의 젖줄. 반만년의 유구한 세월 속에 우리 한민족의 영광과 애환을 고스란히 함께했던 삶의 터전. 이 한강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끼고 함께 호흡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과 배낭을 매고 뜬금없이 한강유람의 장정에 나선 것이다. 한강을잠깐 소개하면 장장 7198킬로미터에 이르는 사행천.수도 심장부를 굽이도는 702개의 하천을 끼고 있고 한강의 유역면적인 전국토의 27%이며 용수공급량의 29%이다.명실상부 한반도의 대표강이다.
요즘은 한강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한강 주변 즉, 수도권에 2천만명 가량의 인구가 산다. 남한 인구의 절반에 해당된다. 미친 나라다. 세계에서 먹고 사는 나라, 소위 OECD 국가중에 이런 나라는 없다. 한강의 기적. 이제 지겹다. '친구' 영화에 나오는 대사,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아이가". 우리가 살 길은 오직 하나. 한강을 벗어나 지방화, 세계화다. 안으로는 지방으로 뻗어가는 개미군단이어야 하고 , 밖으로는 세계로 뻗어가는 징키즈칸군대여야 한다.
팔불출이지만 제 자랑하나. 제가 4년전에 정치부기자 생활동안 경험한 진국같은 내용이 담긴 '전라도 대통령과 경상도 기자'라는 책을 출판했는데요. 근래 정치권에서 주인허락도 없이 마구 사용하더라구요. 지금은 흔해 빠진 '제왕적 대통령'이란 표현도 제가 책 내자말자 바로뒤 한나라당에서 이슈화를 시켰더라구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및 발언가운데 상당부분이 제 책에 있더라구요. 청와대대통령집무실과 비서실구조를 합쳐야 한다든가, 권위주의 문화의 청산이라든가, 여야의 극한 대립 뒤에는 '승자독식문화'가 도사리고 있다든가, 행정수도이전과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화만이 살길이라든가, 대화와 토론문화가 중요하다든가, 기존 언론의 폐해라든가, 지역갈등의 큰 원인이 인사편중때문이라든가 등등. 이런 내용들이 제 책 한 권안에 어떻게 그렇게 요약본처럼 정리가 되어있는지. 그냥 한자씩정도 들어있는 게 아니라 소제목타이틀이죠. 어디서 참조한 것도 없이 저 나름대로 짱구를 돌려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심각한 '자아도취증환자'라구요. 후에 들었는데 노무현대통령도 제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더라는데요. 16대 노무현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충고 딱 한마디. 내 생각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만 고치면 잘 될 것같아요..
갑자기 한강유람에 나선 것은 백두대간 종주시작이후 심각하게 도지기 시작한 '인생의 추억쌓기병'때문이다. 근래 나는 일요일에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게 인생을 크게 허비,낭비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늘 빠져있다. 병이 나쁜 줄만 알았죠. 이런 병은 좋지 않을까요.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싶어 밤잠도 설치는 미치는 사람들, 이런 병에 걸린 환자는 괜찮죠. 그건 병이 아니라 사랑이라구요. 알겠습니다.
하여튼 인생에 있어 낭비는 절대금물. 영화 '빠삐용'에서 파리 뒷골목 건달출신인 주인공 빠삐용이 꿈속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 "사람을 죽인 일도 없고 지금까지 사나이답게 떳떳하게 살았다"고 거칠게 대들지만 판사는 "살인을 안했다 하더라도 너에게는 인생을 낭비한 죄가 있다. 그러므로 유죄다"고 일축한다. 인생낭비도 대역죄.
또 T S 엘리엇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악을 행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적어도 살아있다는 증거니까"라고 말했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이 분의 말씀은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 말뜻은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는 것. 혹시 머리가 모자라서 진짜 악을 행할라.
영국의 여류소설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히드클리프가 캐서린에 대한 에드거와 자신의 사랑을 비교하면서 "그 하잖은 남자가 사력을 다해 사랑한다고 해봤자 80년이 걸려도 내 하루 몫 정도밖에는 사랑하지 못할 거야"라는 대목이 있다. 이헌태의 반짝 재치, 이를 변형.
가령 신체적으로 80살까지 산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인생을 낭비한 사람은 사실상 20년정도 분량의 삶밖에 살지 못한 것이고 인생을 열심히 산 사람은 사실상 2백년이상 분량의 삶을 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 하루를 진짜로 열심히, 보람되게 사는 사람은 5백살까지 산 것처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5백살 묵은 신선이 별건가요. 인생을 알차게 살면 다 신선이지. 이제 오래 살 생각하지 마시고 어떻게 하면 알차게 살 것인지 연구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이헌태가 객관적으로 설명해드렸죠. 우리 모두 인생을 2백살짜리 삶으로 바꿉시다. 잉. 2백살. 너무 많나. 그래도 지금보다 두배반 더 열심히 살면 가능하죠. 잠도 하루에 6시간만 자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하네요. 나머지 18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 각자 연구하도록, 숙제. 불시에 숙제검사할 거에요. 니 미쳤나.페니실린을 발견,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던 플래밍도 평생을 하루 3시간만 잤다고 하네요.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너무 잠자는데 허비하는 사람들이 적잖더라구요. 오매 아까운 인생이야.
내가 생각해도 이헌태, 니 참 논리 잘 만든다. 누구 집 아들인고. 허용환이라는 선배가 있는데 이 선배는 눈뜨고 잘 때까지 하루종일 바쁘다. 부부나들이도 많고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고. 일을 자꾸 찾고 만드는 것 같다. 이 선배는 내가 봐도 대략 150살짜리 인생을 사는 것같다. 성경 기록상으로는 므두셀라라는 사람이 969세까지 살았다고 하네요. 사실인가.
나는 한강변 유람을 이미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서울에 20여년이나 오래 살았고 전국의 온갖 산들은 거의 다 가봤으면서도 민족의 젖줄 한강, 세계가 감탄하는 한강의 내음을 제대로 맡아 보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 내지 죄악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서 자전거든 도보든 한번 시간을 내서 가기로 작정을 했었다.
그러던 차에 22일 토요일 오후, 퇴근 때 생각해보니 다음날 스케줄이 비어있길래 결심을 굳히고 혼자가면 심심하기 때문에 '만만한 게 홍어X "라고 아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 떠보니 아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내가 누군가.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불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고 바둥대는 아들을 향해 "아버지가 니, 먹여주고 공부시켜 주는데 이 정도도 말안듣나"라며 이불을 걷어내니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 나중 집에 돌아오면서 아들 왈, "아버지한테 혹사당하고 있다"고 농을 던지면서도 싫지는 않은 기색이다. 가끔 나는 등산갈 때 아들을 차출해 간다. 지시,명령도 아니고 설득,권유도 아니고 공갈,협박도 아니고 회유 및 애원도 아니다. 차출이다. 참 좋은 말인 것같다. 강압도 아닌 것이 사실은 강압이거든요. 이처럼 교묘하게 위장된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내빼고.
조국 봉사를 위해 과학자가 차출을 당하고 사회 봉사를 위해 각 가정 마다 한명씩 차출을 당하고. 좋은 뜻 아닌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무조건 자발과 자원이 중요하다고요. 그렇게 되려면 모든 인간들이 완벽한 민주시민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과도기에는 차출도 괜찮아요. 아들차출하면서 잘도 갖다 붙인다. 그냥 차출하면 됐지 그렇게 변명할 필요가 있나. 마누라는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권유하지만 번번히 거부당하는 편이다. 아들은 좋든 싫든 따라 나선다. 차출대상으로서는 안성맞춤.
자식이 아버지한테 그 정도는 해야지, 효도가 별거인줄 아냐. 아버지 말 고분고분하게 듣는게 효도야. 알아, 짜식아. 고분고분한 우리 아들. 나중에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를 한방의 큐, 반란으로 터뜨린다고요. 아이구, 조심해야지. 반역을 꾀하는지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하나. 나는 우리 아들을 내가 필요할 때 언제라도 써먹는 몸종으로 생각합니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그런데 아들도 늘 따라 갔다온 뒤는 좋아하더라구요. 청소년기에 부모들한테 귀따갑게 듣던 얘기, "공부해서 남 주나 니,주지". 이를 용도변경 "아버지따라 산에 가고 강에 가면 남 좋으나 니 좋지". 말이 되나요.
토요일 오후에 비가 추적추적 오다가 저녁 늦게 멈췄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날씨는 비갠 뒤 선명하고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꽤 맑으면서도 흐린 끼도 섞여있는 선선하고 상쾌한 날씨였다. 비갠 후의 날은 언제나 좋다. 더러운 세상을 싹 씻어내기 때문이다. 비는 대청소. 비가 와야 도로나 강이 깨끗해지니. 온세상이. 그런데 인간쓰레기들은 어떻게 청소하나요. 좋은 방법이 없나요. 죽은 후에 신들이 다 심판한다고요. 네.
'윌리엄 스티저'란 시인이 '신이 세상을 세탁하는 것을 보았다'는 시를 통해 명쾌하게 노래했다. "하늘에서 부드러운 비를 내려---세탁 / 신이 이 세상을 햇볕에 내걸어, 말렸다 --- 내 혼의 오점도 씻어주지 않으려는지"
오전 8시 반쯤 차로 고양시 집을 출발해서 강변 강북도로를 달려 오전 9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밑 둔치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보니 도도히 흐르는 한강이 시야에 들어오고 찬 공기가 폐부 깊이 들어온다. 다소 찬 바람이 분 탓에 강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면서 뭐가 그리 급한지 하류, 서해바다쪽으로 급하게 몰려가고 있었다.
아침의 정적을 부수는 까치 우는 소리도 얼음 깨지는 소리마냥 청명하게 내 귀를 때린다. 인간세상에 잘못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고 돼지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공원 비둘기들도 떼지어 모여있다. 니가 새냐. 편한 것 좋아하다가 날새지. 인간도 마찬가지. 그런데 '날이 샌다'의 날새도 새인가. 말장난 그만하고. 저 멀리 당산철교위로 지하철이 뱀마냥 기다랗게 열 지어 지나가고 반대편 강건너, 당인리 화력발전소 굴뚝에는 흰뭉게연기가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여러 군상들이 눈에 뛴다. 롤러 브레이더, 다른 말로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젊은이와 아저씨, 아줌마 (50살쯤 되어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저씨도 있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아저씨이구만), 조깅하는 사람들, 한 무리의 조기축구팀이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강바람이 불면서 다소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서 있어도 손과 귀가 시릴 정도였다. 나는 귀덮는 모자, 방한용장갑, 방한용 등산복과 외투등 완전무장상태여서 끄떡없었다. 아들도 든든하게 입어 괜찮았다.
겨울철 등산장비가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될 줄이야. 오늘 내내 행군동안 등산복차림은 거의 없었다. 미친 놈들. 번지수를 잘못 찾았지. 한강이 산이냐. 강에 등산복 차려 입고 등산하러 오다니. 성철스님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알겠어.
북한강에 가보세요. 산은 강이고 강은 산이에요. 어둑어둑 해질녘, 저문 강에 산들의 그림자들이 선명하게 강 위에 떠 있잖아요. 한 몸이죠. 우리나라에서 자연하면 산과 들과 강이죠. 일란성 세 쌍둥이. 모두다 자연의 한 자식이죠. 산은 맏아들, 들은 둘째 아들, 강은 딸이라고 보죠. 이유는, 산은 호연지기이니까, 들은 생명의 노동과 생산이니까, 강은 모든 생명의 젖줄이니까, 니 멋대로 생각해라. 요즘 이들 세 명의 자식들이 환경오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종합병원에 입원하기 직전이라는데. 입원하는 순간, 인간들도 끝이야. 알아. 누가 밥해줘 고아신세지 뭐.
나와 아들은 한강을 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한번 내쉬고 행군을 시작했다. 목표장소도 없이, 목표시간도 없이 그냥 걷기 시작했다. 떠돌이 약장사 부자, 각설이거지 부자, 아무렴 어때.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한강변을 따라 띄엄띄엄 놓여 있는 길다란 벤치. 유명한 연극"고도를 기다리며"가 아니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텅 빈 채 홀로 외롭게 있지만. 어제 저녁에는 누가 무슨 사연을 안고 벤치 위에 앉아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빠졌을까.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분석하면 웬 사내가 예쁜 여자 꼬실려고 수작을 거는게 가장 많았을 것으로 짐작. 사랑타령이 늘어졌으리라. 감상에 약한 이들이 분위기에 빠져서 또 이성을 잃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머리에 똥만 들어가지고.
이헌태 니 방식대로 하면, 감성에 안빠지고 이성을 찾으려면 강에 흙을 메워 강을 없애면 되겠구나. 죄송. 강을 보면서 강물이 돈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또 자살하기 좋은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수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사랑과 기쁨을 키우고 슬픔과 아픔을 억누르려는 사람도 있고. 가지 가지지 뭐. 니처럼 꼭 사랑타령의 장소로만 생각하지마라.
질문하나. 강도는 강을 도둑질한 사람인가요. 그럼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은 전형적인 강도겠네, 살아있는 강을 팔았으니 날강도. 사실은, 강을 더럽히는 사람은 강도보다도 더 죄가 크다. 목에 칼을 들이대며 돈을 뺏는 강도보다 더 나쁜 놈들이지.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을 죽이니까.
환경파괴범은 악질중에 악질이죠. 생명파괴범이니까. "한강을 오염시키는 놈들에게는 좋은 징벌이 있습니다. 있고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 피웠던 함무라비 왕국에서 만든 함무라비법전 제282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자신이 만든 구역질 나는 오염된 썩은 물을 배터지게 마시게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한강 오염은 하루 아침에 간단하게 종식될 듯.
나중 성수대교때 얘기하려 했는데요. 함무라비법전에 따르면, 어떤 목수가 부실하게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사람이 죽으면 그 목수는 참했다고 해요. 자기 목숨 귀하면 남의 목숨 귀한 줄 알아야지. 그렇다면 당시 성수대교 지었던 건설회사사장은 사형이네. 야, 끔직해. 함무라비 법전 확실하다. 법이라고 하면 이 정도는 되어야 벌벌 떨지. 법과 벌, 벌벌이 비슷한 말이네. 요즘 법알기를 우습게 알아서 말이지. 그런데 벌벌이 이 벌에서 나왔나. 진짜 희한하네. 제발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행군을 하자마자 바로 눈앞에는 한국정치의 심장부인 돔지붕모양의 국회의사당. 단일교회로서는 세계최대규모인 순복음교회, 다소 멀리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당사, 한국 재계2위 LG트윈타워 빌딩이 보였다. 민주당 당사 벽에는 '정치개혁, 국민통합"이란 구호가 붙어있다. 제발 그렇게 좀 하세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당초 하지나 말 것을. '슬로건 불신' 시대를 꼭 종식시키기를.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계, 경제계, 종교계, 방송계가 여의도에 다 몰려있다. 여의도는 이제 정치,경제, 언론의 센터를 맡고 있다. '여의도'가 아니라 '여의주'구먼. 손오공이 요술 부려 지난 50년간 한국의 정치,경제,종교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는 모든 분야가 양적인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길이 1706미터, 한강대교가운데 가장 긴 서강대교 밑을 지나자 밤섬 철새조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옅은 갈색빛 나무와 덤불로 이루어진 휑한 밤섬과 그 주변을 노니는 새떼들의 풍경을 망원경으로 보는 행운을 누렸다. 아들과 함께 철새조망대를 기웃기웃 거리자, 한 아줌마가 망원경 열쇠를 가지러 갔으니 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깐 기다라니 인상 좋은 아가씨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세하게 안내해주었다.
작년 12월 2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겨울 철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도록 LG그룹에서 고성능망원경을 기증한 것이다. 잘 했어요. 박수짝짝. LG상록재단이 환경운동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저도 들었거든요.
망원경의 좁은 구멍을 통해 펼쳐진 밤섬주변의 새떼들의 모습은 너무나 유유자적했고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고방오리가 가장 먼저 시선에 잡혔다. 진한 밤색의 머리, 길고 가는 목, 두가닥 위로 선 꼬리 깃. 바람때문인지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강물 위에 10여마리나 30여마리씩 무리를 지어 헤엄치면서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고 또 섬기슭에 서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황금빛 청둥오리, 재갈매기, 괭이갈매기도 보였다. 너무나 환상적인 한 폭의 그림이었다. 여러분 아셨어요.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큰 철새도래지가 있는 줄. 세계에서도 드물다네요. 오늘 완전, 땡잡았네.
저 새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고, 서울도심 한가운데서 이 같은 정경을 볼 수 있는 게 행복했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뜬 내가 대견했다. 아들 왈, "아빠 오늘 운이 좋네. 시간 맞춰서 이런 구경도 할 수 있고".
이헌태가 누구입니까.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두가지를 언급. 하나는 내가 늘 하는 말, "아버지를 잘 만나서 니는 좋겠다". 둘째는 "인생은 모험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집에서 잠이나 잘 바에는 무턱대놓고 집을 나서는 버릇. 이것은 청소년들의 가출버릇이 아니라 '인생추억쌓기'를 위한 가출버릇이죠. 완전 질이 다릅니다. 후자는 다분히 방랑자 내지 역마살 끼가 살짝 있어야죠. 정리가 너무 잘되었어요.
사실 제 사주팔자에 역마살도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21세기 신판 방랑의 시대', 역마살이 낀 게 좋은 세상이죠. 앞으로 직업도 보보스족이 판을 칠 것이라고 하네요. 보보스란 말은 부르주아의 야망과 합리성, 보헤미안의 자유와 상상력이 결합된 것. 앞으로 직업스타일은 평생직장개념이 깨지면서 일과 놀이, 휴식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세상이라고 하네요.
각설, 이헌태에 있어서 가출의 목표는 루소가 말한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자"죠. 가출의 근본철학은 "자연을 사랑하자"고요. 그럴 듯하네. 가출에 대한 사상적 기반이 튼튼하구먼. 아파트와 사무실은 현대도시문명의 상징으로 반자연적이거든요. 어떤 사상가 왈, 사무실은 자신이 내쉰 공기를 다시 들이마시는 공간이라서 인생을 시들게 한다구요. 아파트도 마찬가지겠죠. 공기정화기가 있어 괜찮다구요. 말꼬리 잡을래. 니는 그런 식으로 살아. 말의 진정한 뜻을 알아야지. 지랄일세. 자연의 품에 안기면 인간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지, 못가서 안달이지.
안내원 아가씨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은 밤섬에 13종, 500여 마리가 머물고 있지만 추운 한 겨울에는 대충 20여종의 겨울철새가 1만여마리나 서식한다고 한다.
길가에 세워진 '생태계 보전지역- 밤섬 안내판' 에는 밤섬은 7만3100평 규모의 섬으로 윗섬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랫 섬은 마포구 당인동 소속이란다. 딱 반으로 갈렸다. 인간들이 그어 놓은 행정구역이 자연과 새들한테는 무슨 필요가 있으랴. 인간들이 보기에 자연이 우스운 것 같지만 자연이 보기에 인간이 더 우스워. 종합 판단해 볼 때 자연이 인간을 우습게 아는 게 정답. 부처님 손안에 인간이 놀듯이 자연의 품안에 인간이 노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인간들이 정신차리고 자연한테 잘 해야지. 배은망덕한 놈들. 까불다가는 언제가는 크게 다칠꺼여. 그때가서 피눈물 흘리지 말고.
또 안내판에는 이 밤섬에는 조류가 41종, 물억새 금낭화 붉은털여귀 용버들 조팝나무 갯버들 달맞이꽃등 식물이 108종, 누치 쏘가리 잉어 뱀장어 붕어등 어류가 28종이 산다고 적혀있다.
LG상록재단에서 만든 '철새도래지 밤섬' 안내팸플렛에 따르면 밤섬에 겨울을 나는 새들은, 고방오리, 괭이갈매기, 노랑턱멧새, 논병아리, 댕기흰죽지, 말똥가리, 민물가마우지, 붉은머리오목눈이, 비오리, 쇠오리, 원앙, 재갈매기, 청둥오리, 큰고니, 황조롱이, 휜꼬리수리, 흰뺨검둥오리, 흰죽지등 20여종.
오늘 우리는 4종류의 새를 봤다. 그들의 부리, 꼬리, 날개, 머리, 몸통, 날개짓, 헤엄치고 서있고 나는 모습. 어찌나 예쁘고 귀여운지. 바다동물이나 육지동물과 비교하면 비교도 안될 정도다. 너희들은 누가 만들었냐. 육로편이나 배편보다 비행기편이 비용이 더 비싸요. 하느님과 부처님, 천사들이 하늘에 살지 땅이나 바다에 산다는 얘기 못 들었죠. 하늘에 사는 것은 짐승이든 신이든 좋은 것 같아요. 저도 하늘쪽에 가깝게 있으려고 우리아파트에서 제일 높은 16층 아파트에 살아요(솔직히 구하다보니).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냐구요, 관계 없으면 관계없지. 왜 신경질이야. (고함을 치며) 내가 괜히 흥분했네.
청둥오리의 주력부대는 벌써 열흘 전쯤부터 더 추운 북쪽 시베리아로 옮겨갔다고 한다. 얼마나 좋아. 유라시아대륙 동쪽 끝을 따라 배링해까지 날개 짓을 해가며 드넓은 창공과 육지, 바다를 넘나드는. 아. 나도 새가 되고 싶다. 이번 생에 착한 일의 양이 미달되어 다음 세상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바로 밑 등급인 새로 태어났으면. 물론 포장마차집 구이용새말구요. 하늘위에서 육지와 바다를 굽어보면서 배링해를 날아가는 멋진 새말이죠. 약육강식의 비정한 동물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것도 낭만이 아니라구요. 알았어요. 죽어도 내가 죽으니까. 알았어요. 나중에 착한 일 한꺼번에 몰아쳐서 해서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께요.
슬픈 사실 하나. 왜가리는 밤섬을 찾는 여름철새다. 근래 지구온난화현상으로 겨울이 겨울같지 않게 예전보다 더 따뜻해지자 겨울인데도 여름인줄 착각하고 있단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그냥 눌러 산다고 해요. 벌써 5년이나 되었다고 안내원아가씨가 설명하네요. 인간들이 환경오염을 통해 자연을 파괴하면서 나타난 '지구온난화현상', 계절에 민감한 새들까지 이렇게 헷갈리도록 만들어서야. 여름과 겨울도 구분 못하는 새대가리라고 욕하기 전에 인간들아, 나중에 한꺼번에 벌 받을껴. 한국도 점점 아열대지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는군요. 에라 모르겠다. 공짜로 먹는 바나나만 많이 열리는 나라가 되라. 만약에 그렇게 되면, 하얀 눈이 안내리잖아. 아 머리아프네, 하나만 선택. 바나나보다 눈이 더 낭만적이고 예술적이지. 조상들이 물려준 금수강산, 이 대자연 "이대로 영원히"
LG상록재단 팜플렛에 소개된 밤섬. "생김새가 마치 밤알을 까놓은 것 같아서 붙여진 이름밤섬. 1968년 여의도 개발에 쓸 골재 채취를 위해 섬이 폭파되면서 그때까지 거주하던 450여명의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은빛 모래밭과 그 언저리에 펼쳐진 버드나무 숲, 이들이 강심에 자락을 드리운 양이 빼어나 오랜 세월 마포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곳. 비록 지난달의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한강 유일의 자연섬으로 우리 곁에서 남아 새록새록 정감을 돋우고 있습니다. 원시의 초원을 방불케 하는 평균 표고 4미터, 241,490제곱미터의 밤섬에 한때 사라졌던 온갖 철새들이 찾아 들어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여의도가 세계를 경악시킨 '한강의 기적'을 쭉 지켜본 그 이면에는 희생된 밤섬의 아픈 역사가 있었구만.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위령제를 올리자.
밤섬을 떠나면서 한마디 소감. 봄소식. 얼마전에 북쪽으로 날아간 청둥오리의 소식을 통해 봄이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입춘은 벌써 지났고 우수도 지났고 곧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어나오는 경칩이 보름도 채 안되어 다음달 6일로 다가오고 있다. 봄이 새색시마냥 부끄러워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을 지도 모른다.
봄을 대표하는 한국시. 신석정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고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 가는 것이다." .
신석정시인의 말처럼 모두들 뭉쳐서 봄나들이 준비합시다. 그런데 제가 예전 기자때 보니 잘 싸우는 부부는 봄을 조심해야해요. 이혼통계를 보니 춘삼월인 3월과 무더운 8월이 유독 많더라구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당시 담당자 왈, "8월은 더위에 지쳐 옆에 사람만 있어도 짜증나기 때문에 당연 이혼이 늘어날 것이고. 또 3월은 겨울동안 참았다가 봄이 되면 눌렸던 게 터지게되고 야외나들이가 잦아지다보면 주위에서 '그렇게 살 바에는 치았뿌라'라고 권유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느냐"고 분석하더라구요. 불화가 잦은 부부는 3월을 조심합시다. 특히 남편만 봐도 짜증나는 가정주부들,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살랑살랑, 봄바람을 조심합시다. 바람나지말고. 하기야 요즘은 걸핏하면 이혼인데 계절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알겠습니다. 알아서 사세요.
오전 9시 43분 마포대교 밑을 지났다. 마포대교 강북 저편은 그 유명한 노래 '마포종점'의 마포와 공덕사거리를 지나 광화문과 청와대로 뻗어 나갈 것이고 이 쪽에는 LG트윈타워를 위시한 여의도로 이어진다. '서울의 대표다리' 라해도 손색이 없다. 북쪽 저 하늘 끝자락에는 안개를 머금은 채 잔설이 남아 있는 북한산의 위용이 늠름하다. 마포대교 확장공사가 한창인지 퉁탕퉁탕 철근과 망치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가 태어났던 4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어디를 가나 늘 공사판이다.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건설하고 다리를 짓고, 온 나라가 건설공화국이다. 온 국토를 시멘트로 쳐 바르고 있다. 모양도 좋으면 좋지. 그런데 그것도 지 멋대로. 이제 고만할 때도 되었다. 경상도 말로,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아이가". 사막 같은 데서 공사하면 누가 뭐래, 자꾸 자연을 깨부수니까 말이지. 한국은 10년마다 세상이 달라진다. 10년후에 다시 오면 옛 길을 못 찾는다. 외국은 그렇지 않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후진국은 후진국대로.
'한국은 공사중' 아니 '한국은 작업진행중'. 그런데 요즘 작업이란 하면 여자가 남자 꼬실 때 수작 들어가는 것 아니면 반대의 경우, 작업한다는 표현을 쓰거든요. 국어사전 편찬자는 내년부터 바꿔주세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지. 그런 것은 빨리 적응 안해도 된다구요. 알겠습니다. 내가 작업이 약했나.
마포대교 밑을 빠져나오니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에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강남쪽에는 '63대한생명빌딩'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뻗어있다. 대한생명이 최근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는데 인수자는 얼마나 좋을까. 어찌나 좋은지, 입을 다물지 못할 걸. 63빌딩이 아직도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모르겠다.
강북쪽은 영락없는 촛대모양의 남산타워. 수도 서울이 한 눈에 들어와서 촌놈들이 오면 꼭 가보는 필수코스. 뉴질랜드 사람이 설계하고 만들었다는데. 호주의 행정수도 켄버라에도 똑 같은 모양의 타워가 있더라구요. 다소 실망. 63빌딩도 외국인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한강의 남과 북의 뾰족 상징물이 모두 외국인의 작품, 그것도 모방품. 이제는 우리 기술로 가능하겠죠.
LG트윈타워 아래, 단골집회장소인 올림픽기념광장과 유람선이 운행되는 여의도 선착장이 연결되어 있었다. 축구장 및 놀이터, 잔디밭과 간이매점, 강변 산책길. 선상레스토랑인 노을유람선 및 진선나루. 주말마다 가족들이나 연인, 동무들이 끼리끼리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곳. 잔디며 나무며 모두 볏짚색깔로 채색되어 있었다. 이는 겨울색이다. 그러나 파란싹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봄색이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나와 아들은 계단을 통해 올림픽기념무대위에 당당하게 섰다. 저 밑 잔디밭에는 비둘기들이 우리 연설을 듣기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괭이갈매기처럼 생긴 새가 참으로 아름다운 날개짓으로 저공비행하며 축하연을 펼치고 있다. 아들이 갑자기 두 팔을 벌이며 "나는 바다의 왕이다"라고 포효한다. "한강을 앞에 두고 무슨 바다냐"고 시비를 거니 "아버지는 스케일이 작아서"라며 코웃음을 친다. 짜식 , 많이 컸어.
아들 또 왈 "까치가 소리내면서 내 주위를 도네. 오늘 좋은 날이 될 거야" 라면서 까치와 생활을 연결시킨다. 주워 들은 것은 있어서. 아들은 얼마전에 컴퓨터활용 2급자격 필기시험 치던 날 입실 직전에 까치가 자기 주위를 날았는데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합격했다고 느스레를 떨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까치 믿다가 인생조진다. 그러면 까치를 잡아 집에 데려다 키워라. 매일 좋은 일 생기도록.
다시 길고 긴 여정에 나섰다. '런조이 마라톤클럽' 사람들이 행사를 가지고 있다. 남녀노소가 붐비고 있었다. 천호대교에서부터 가양대교까지 대략 25킬로미터지역에 걸쳐 마라톤코스가 개발되어 동호인들이 만끽하고 있었다.
출발한 지 한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쯤, 세번째 다리인 원효대교 밑을 지나고 있었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 여름, 원효대교 밑은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열대야가 휩쓸 때는 밤에 아예 이불 덮고 잠을 자는 가족들로 초만원이다. 바로 옆에 서울소방 '119 한강수난구조대'가 자리잡고 있다. 민족수난, 가족수난이란 얘기는 들어봐도 한강수난은 처음 들어봤다. 한강이 수난을 당했나. 하기야 한강이 오염되어 썩었으니 수난을 당할 만하지.
그런데 한강수난구조대는 그게 아니라구요. 아아, 사람들이 물에서 당한 사고가 수난이구나. 말그대로 수난이 이 수난이구나. 최근 남자나 여자들이 물계통으로 뭐 잘못 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것도 수난인가. 그러면 '6.25동난' 할 때 동난은 겨울철에 당하는 사고인가. 6.25사변이 여름에 터졌는데 니말대로하면 '6.25동란'아니고 '6.25하란'이지 . 웃자고.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모이를 얻어먹는 비둘기떼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앞에서 지적해듯이 야생성을 잃고 살만 찐 저 '돼지 비둘기', '비만 비둘기'들. 저 살로 얼마만큼 멀리 날아 갈 수 있을까. 저 비둘기들을 겨울로 북상하는 밤섬의 겨울철새와 비교하면 연민의 슬픔을 느낀다. 불쌍한 놈. 자유는 제한되었지만 풍족한 생활, 물자는 부족하지만 자유가 보장된 생활, 여러분은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전자라구요. 알아서 사세요. 이 배부른 돼지야.
장자께서 왈, "자연의 저습지에서 살고 있는 꿩은 십 보를 가서 겨우 한 번 모이를 쪼고 백 보를 가서 한 번 물을 마시는 부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대로 실컷 먹을 수 있는 새장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유스런 생활이 바람직한 것이다". 맞습니다, 맞고요.
살찐 비둘기를 보니, 이조때 명종이 생각난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포식한 대신 운동을 별로 하지 못하고 주색잡기로 단명한 경우가 허다했다. '조선판 마마보이' 명종이 어머니 문정황후의 잔소리에 열받아 그 스트레스로 여자를 밝혔는데 결국 34살에 죽었다. 요즘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 다 알고계시죠.
책에 보니까, 중국의 왕들도 후처를 두는 기준이 있어더라구요. 웃기는 거죠. 그냥 얻으면 되지 뭐, 기준과 원칙을 만든다고, 겸연쩍은 줄은 알았던 모양이지. 중국 전설상의 황제인 곡은 후궁이 4명. 하왕조에서는 신비의 숫자인 3과 9를 더해 12명으로. 은왕조에서는 12명에다가 3 x 9인 27명을 보태서 39명으로. 당에서는 황후는 한명이지만 후궁은 귀비, 숙비, 덕비, 현비등 4명, 그 아래를 포함해서 122명. 당황제는 부러운 게 아니라 가엽다고 봐야죠. 어찌 감당하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준은 없고요. 기록상으로는 고려 태조가 29명의 부인에 34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하네요. 한번 스친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솔로 인기여가수 박지윤이 성을 연상하는 "할 줄 알어?" 란 노래를 냈다가 방송불가판정을 받아 가요계가 시끄럽다나요. "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감당할 수 있냐고"란 가사가 있대요. 와, 요즘 세대들 노래, 진짜 도발적이네. 이헌태, 이런 내용은 좀 빼지. 알겠습니다. 반응봐서 뺄께요. 단지 당나라 황제와 여자, 감당이란 말이 서로 연결이 되어 인용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요.
원효대교를 지나자 넓은 초지가 나타났다. 북한산이 뒷 배경이 되고 그 앞에는 넓은 한강이 흐르고 또 그 앞에는 초지와 듬성듬성 심어진 앙상한 나무들. 푸른빛 하늘, 잿빛 강, 모래빛 풀과 나무. 한 폭의 풍경화였다.
'63 대한생명빌딩' 밑에는 씨름, 널뛰기, 그네를 할 수 있는 민속놀이마당이 있었다. 2002 월드컵행사때 만들었단다. 국제적 행사를 자꾸 유치하면 문화 및 놀이시설은 자꾸 늘어나겠네. 말하면 잔소리. 아들과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린이 마냥 좋아라 하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쿵더쿵 쿵더쿵 널뛰기도 했다. 널뛰기는 잘 하면 참 재미있는데 한국사람으로 태어났는데도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널뛰기의 용도 아시죠. 이조시대때 문밖 출입이 어려웠던 여인네들이 높이 솟구쳐 담밖의 남정네를 쳐다보든지 또는 바깥 세상의 상황을 엿보기위한 의도였다고 하네요. 깡충깡충 신나게 놀면서 힐긋힐긋 남자구경도하고. 그런 참혹한 세상이 있었다는 것을 요즘 여인네들이 아시나 모르시나. 천지개벽이구만. 감지덕지해야하는데. 근래 초등학교에 가면 여자들이 대장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하기야 가정에서 마누라한테 꼼짝못하는 남편들이 비일비재하니까. 뭘 배우겠어. 널뛰던 세상이 다시 돌아와 남자들이 기좀 펴고 살았으면. 이헌태 널뛰기 늘어놓다가 운동장한바뀌 토끼뛰기 할래. 아니요. 그냥 조용히 살께요.
높다란 전봇대를 두 개 세운 그네, 이도령을 유혹하기 위해 춘향이가 탄 그네같았다. 치마를 살짝 살짝 들시며 의도적으로 유혹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아니먼 말고.
내가 좋아하는 가곡중의 하나가 '그네'. 가사가 좋다. 또 짧아서 부르기 싶다. "세모시 옥새치마 금방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 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 하늘을 차고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스릴 있었다. 아들도 그네타기가 재미있다고 난리다.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갔다.
그네는 고려중엽이전 왕실이나 귀족층에서 하던 호화놀이였으나 조선에 들어와서는 서민층에게까지 번졌다고 한다. 요즘 서민 아줌마들이 입는 옷 패션수준이 50년 전에는 부유층의 최고 패션수준을 훨씬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옷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시대는 자꾸 발전하는 것. 이조말에 가장 부유한 사람이 요즘 서민보다도 더 못한 생활이라고 하니까. 제가 늘 말하죠. 세종대왕은 지금 우리들 먹는 음식의 20분의 1도 못 먹어 보았다구요. 어쨌든 민속놀이마당에서 실컷 그네를 타고 나니 '한강대탐험'이 흥미를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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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빌딩앞 광활한 초지를 벗어나니 연이어 노량대교 밑으로 이어졌다. 노량대교는 한강의 남북을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고 명수대 부근의 강변을 따라 지어진 대교이다. 꽤 긴 다리였다. 노량대교 진입근처에서 보니 바닷가처럼 찰랑거리는 강변 모래사장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청소부가 치우고 있었다. 물도 혼탁해 보였다. 한강의 더러운 면을 보았다. 저것이 한강의 일부이니까 실은 한강이 겉과 달리 오염됐다고 볼 수 있다. 한강보호가 더 절실하다.
크고 작은 무리를 지으며 달리는 마라톤클럽회원들이 늘기 시작했다. 80여명의 대부대가 3렬 종대로 뛰는 그룹도 보았다. "맞습니다. 맞고요". 노무현 대통령의 흉내를 내는 노통장이 요즘 최고인기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이 마라톤 클럽의 코치는 뛰어가면서 "자, 옆으로 들어가시고요, 가시고"라며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아무데나 쓰고 있구먼. 아들과 함께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의 조깅복이 스타킹처럼 딱 달라 붙어 있어 불룩한 불알형태가 그대로 드러나 더욱 웃겼다. 여자들은 거의 적나라하게 보는 셈이다. 좋겠다.
오전 10시 27분 한강철교 밑을 지났다. 한강철교는 1897년 착공해서 1900년에 준공된 한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때마침 머리 위로는 철거덕 철거덕 요란한 굉음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갔다. 기차를 보니 어이없는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수백명의 고귀한 목숨을 잃어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온 나라가 울고 나도 울었던, 내 고향 대구가 갑자기 떠오른다. "나는 한국을 영화감독으로 임명합니다". 왜, 잊을만하면 국민들에게 눈물나게 하는 영화를 상영하니까. 그것도 펑펑 눈물나게.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 받을 만도 한데. 인간의 뇌구조가 이상하지. 기차만 보면 고향을 연상시키도록 하니까. 덩그렇게 네모난 칸을 실은 화물차도 지나간다. 모처럼 봐서 그런지 잠시 향수에 젖었다.
지금부터는 간만에 저의 글수준을 쬐금 높이겠습니다. 고도를 갑자기 높여 현기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아니먼 그만이고. 그럼 철학적 고민으로 들어갑니다. 대구지하철방화사건때 무고한 목숨이 순식같에 수백명으로 크게 불어난 것은 종합상황실 직원과 기관사 책임이 큽니다. 그들과 살인을 마구 저지르는 흉악범과 비교해서 죄질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헷갈려요. 순간적으로 자신만 살겠다는 본능, 혹은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똑똑하지 못한 판단. 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흉악범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평소에 이웃에 잘하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었을 수도 있구요.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했어요. 신이 계신다면 어떤 사람의 죄를 심판할 때 기준이 뭘까요. 평소 심성과 행동, 사건발생 원인 및 동기, 사건결과. 골고루 반영할 거라구요. 정상참작도 있을 것같다구요. 아이구, 나는 모르겠다.
사실 이들은 조금 나쁜 경우였지만 인간이 무지와 무식으로 우연찮게 남에게 큰 고통을 주는 경우도 많거든요. 정치인들이 늘 교도소담 위를 건너는 심정이라고 한다면 보통 인간들은 늘 지옥담 위로 건너는 심정이겠네요.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쓸데없는 생각한번 해봤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착하게 살고 죽을 때까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늘 긴장하고 살아야한다는 사실이겠죠.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만.
혼란스러운 게 너무 많아요. 기독교든, 불교, 이슬람교든 보통 종교의 경우는 신을 욕하거나 종교적 상징물을 훼손할 경우가 가장 큰 대역죄죠. 이것은 특급지옥행. 불교에서도 마찬가지. 3보 즉, 스님이나 절, 불경을 욕되게하면 지옥이죠. 부처님은 유교 못지않게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했거든요. 따라서 부모에게 큰 불효도 말할 것도 없이 지옥행이죠. 그렇다면, 가정이지만 한국에서 효도 제일 잘하는 사람이 살인을 하거나 늘 타인에게 악한 짓을 하면 어떤 심판을 받을까요. 산술적으로 도로묵인가. 어느쪽에 가중치를 더 주나. 이 같은 다면적인 인간들이 근래 진짜 많거든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역대 미국대통령중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섹스증독증에 걸린 사람이거든요. 그런 경우 심판 총점은 높나요, 낮나요. 가령, 바람피우는 게 큰 실점이라면 거의 지옥행이죠. 인간의 행동에는 수백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요. 각각의 가중치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서요. 바람둥이 케네디 대통령사례를 왜 자꾸 드냐고요. 그런 사례가 이해가 쉽고 재미있잖아요.
착한 일만 하든가 나쁜 일만 하면 판단이 쉬운데 어떤 것은 잘하고 어떤 것은 못하면 판단이 애매해지잖아요. 이헌태, 니 심판의 항목과 기준, 점수가 담긴 '염라대왕학'으로 논문 한편 써지. 그런 걱정하지 말고 착한 일이나 많이 해라. 니 영역도 아니잖아. 인간이 감히 신의 영역을 넘보다니. 그런게 아니고요. 제 경우가 아니고 보통 사람들의 경우도 행동을 쭉 보면서 종합채점 결과, 저것은 어떤 상을 받겠다, 저것은 어떤 벌을 받겠다 감 좀 잡을려고요. 특히 매사를 완벽하게 착한 일만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점수 낮은 행동을 가급적 피하고 점수 높은 행동을 집중적으로 하면 총점이 높아질 수 있잖아요. 만약 이것을 모르면 죄질이 큰데도 별거아닌줄 알고 열심히 행동할 수 있거든요. 이헌태, 짱구돌리면서 살래.
이와 관련해 비슷한 사례가 있죠.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이고 난 뒤 나중에 사회에 선행을 쌓으면 용서받을 것으로 생각했죠. 그의 고뇌에 찬 말, "하나의 사소한 범죄는 수천의 적선으로 보상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생명에 의해서 수천의 생명이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하나의 죽음이 백개의 생명과 바뀌어진다. 이것은 간단한 산수문제가 아닌가" . 물론 살인 이후에는 예상과 달리 불안, 초조. 후회, 고통의 나날이었지만.
이 주인공의 생각처럼, 한 사람의 나쁜 생명을 없애고 이를 통해 백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나쁜 사람이든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악행을 저질렀기는 하다. 그러나 착한 일도 안하고 멍하니 사는 사람보다 더 못한 사람인가, 모르겠다. 머리가 핑핑 돈다. 넘어가자.
오전 10시 37분, 용산과 상도동을 연결하는 한강대교 밑을 지났다. 한강대교 난간 위에는 대리운전 안내전화, 이소라 콘서트 '첫사랑', 박영규 & 이미숙 콘서트 안내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모두 다 잘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고양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할 때 보니 한강다리 난간에 붙이는 홍보물이 많더라구요. 대리운전, 콘서트, 또하나 있죠. 대신 빚 받아 주겠다는 신용정보회사홍보. 이것은 어찌 찝찝.
잠시 옆길로 새겠습니다. 친한 대학친구가 육십 몇년도인가 이화여대 일부 대학생들이 '빤스'를 벗어 던져 충격을 던지면서 화제를 모았던 '클리프 리차드' 공연을 최근 다시 추진했는데 티켓이 잘 안팔려 걱정. 그때 환장했던 아가씨들, 지금은 정신차리고 조신하게 살아서 그런가. 그분들의 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내가 생각할 때 이번 공연의 테마 " 그때 그 빤스를 찾아가세요" 하여튼 이 글 읽어 보시면 꼭 가보시길. 최근 영국에서 '클리프 리차드' 공연을 보고 온 모 선배 중년부부에 따르면 '예술' 그자체라고. 한국수준에 맞게 다시 얘기할께요. "본전 확실히 뽑습니다". 제가 우리 국민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건가. 사실 딱 깨놓고 맞지 뭐.
우리나라는 매사를 돈으로 따지고 인격마저도 돈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민자본주의 종주국'이지 뭐. 할말 있으면 '국가명예 훼손죄'로 파출소에 신고해. 누가 말하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돈은 후각,미각,촉각,청각,시각등 5감각에 보태져 '6감'인 것같아요. 그만큼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니까요. 실제로 영국 작가인 '서머싯 몸'은 '인간의 굴레'라는 책에서 "돈은 제6감과 같은 것으로 그것이 없으면 다른 감각을 완전히 이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더라구요.
어떤 분은 '인생의 8할은 돈이다' 이라고 극언까지 하더라구요. 와. 8할이나. 심지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2의 신'이라도 한데요. 돈을 맹신하면서 종교화되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 광신자들 엄청 많아요. 제가 볼때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를 제치고 제일 큰 종교집단이 아닐까 싶네요. '돈교'. 돼지돈과 똑같구먼. 돼지 같은 놈들. 돈은 많은데 돈가치를 모르는 부자들은 '부자상놈', 즉 '부한 (富 漢)'이라고 한데요. 돈만 많으면 양반행세하는 세상이지만 부자라고해서 양반행세 못하도록 대우합시다. 이헌태, 돈 관련 수필집을 내도 되겠다.
김준태시인의 '감꽃'이란 짧은 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 한국의 지난 현대사 50년과 미래의 불안이 함축되어 있는 시다.
노량대교 밑을 지나는 동안에 아들은 내가 집에서 미리 준비한 딸기잼 바른 샌드위치를 먹고 우유를 마시며 배를 채웠다. 너무 맛있단다. 똑 같은 음식인데 장소와 때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 원래 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바깥 야외에서 먹는 게 뭐든지 맛있다.
어린이 편식을 없애려면 산이 가면 된다. 우리집이 좋은 케이스. 내 아들도 국민학교 저학년때 편식을 조금 했는데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등에 데리고 다니자 편식이 이내 사라졌다. 허기가 져서 내려오면 밥에 된장을 넣어 벌건 고추장에 썩썩 잘도 비벼먹었다. 어른들처럼. 산에 가면 땀이 나고 오염된 물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몸자체가 깨끗해지고 입도 깨끗해진다. 조미료로 더러워진 입이 깨끗해지면서 모든 음식이 다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니까 맛과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금강산도 식후경'의 사촌형제, '시장이 반찬'. 지방자치제도입이후 민선시장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술집 안주감. 그 시장과 그 시장은 다르다구요, 죄송. 반찬이나 안주나 똑같지.
노량대교 밑 다리기둥 곳곳에 새집이 만들어져 있었다. 새보호 차원에서 일부러 콘크리트 구멍을 내 새집을 만든 것인지, 이유가 있어 구멍을 파놓았는데 새들이 집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지. 하여튼 도심 다리 밑 새집이 보기 좋다.잘 살아라.
명수대를 거쳐 동작역까지 이어지는 노량대교 밑도 마라톤코스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서울에 그렇게 오래 살았고 그 노량대교 위를 차로 출퇴근하는데도 이런 공간이 있는 줄 몰랐다. 절대 다수 서울시민들이 집에서 휴식을 핑계로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도 부지런히 짬을 내서 건강을 위해 마라톤과 조깅을 하는 분들이 있다. 같은 하늘아래,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그렇게 차이가 날까. 죽을 때 쌓인 추억의 크기는 하늘과 땅일 것이다. 공짠데도 인생을 허무하게 보낸 놈이 바보지.
나는 과거 몇 년동안 새해 첫날을 설악산 대청봉에서 늘 보냈다. 새해 첫날 새벽 2시쯤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면 끝도 없이 이어진 렌턴불빛이 인상적이다. 그때 무엇을 생각했냐하면. 이처럼 부지런히 산에 올라 비경을 봄과 동시에 새해의 꿈을 다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그냥 집에서 잠을 자는 나머지 99.999%의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 전에 그랬죠. 너무 좋아서 두들겨 패면서까지 데리고 가고 싶다고. 그런데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청왕봉을 비롯한 무박2일짜리 산행을 권유하면 십중팔구, "잠도 안자면 더 피곤하지 않으냐", "너무 힘들어서 못 간다". 쬐금만 노력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행복이 공짜로 오거늘. 굴러온 복을 차고 있는 불쌍한 중생들.
노량대교 밑 강변길은 '한강대탐험'을 통해 처음 알았다. 무조건 가출하고 볼일이다. 아들아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가출이 학생들 가출과 다르다. 알겠지. 내가 말하는 가출은 집을 나선다는 것. 그럼 하루에도 수십 번 가출하네. " 넘어갑시다. 가고요 " 일본에는 연인이 우리나라의 애인에 해당되고 일본의 애인은 우리나라의 첩에 해당된다는 사실처럼 말이야.
곳곳에 수영금지라는 표말이 붙어있었다. 아들에게 "니, 한강 저쪽까지 수영해서 갈 수 있나"라고 물어보니 "한번도 안갔지만 일 키로미터 정도는 헤엄쳐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갈 수 있다는 얘기. 그리고 한다는 말. " 아빠, 이제 빠져 죽을 일은 없다". 장하다. 어떻게 알았냐. 사실 내가 어려서 죽을 고비를 몇차례 넘겼는데 대게 시골 강에서 멱을 감다가 허우적대던 때였다. 그런 연유로 기필코 아들에게는 수영을 가르쳤다. 그 결실을 보았구만.
근래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목숨을 잃을 기회가 더 많아졌다. 웬 미친 놈이 차로 달려들어 재수없이 죽을 수도 있고, 대구지하철방화사건처럼 황당하게 죽을 수도 있고. 하여튼 이 험한 세상, 죽음의 지뢰밭을 요리조리 잘 피해서 늙어서 정식으로 죽도록 노력합시다. 운도 따라야 하나. 인명은 재천이라구요. 운동도 해서 건강해지고 사고날 확률을 줄이면, 즉 인명도 노력하면 오래 살겠지. 그럼 인명은 재천이 아니라 노력이네. 인명은 '재천과 노력의 합작품' 이헌태, 니는 정리 하나는 늘 기똥차다. 똥이라고 하니 기분 나쁘네. 기뽕차다는 말은 좋은 말이라구요. 알겠습니다. 이 고통스런 인생살이 오래 살면 뭐하냐고요. 그러면 할말 없고. 알아서 살아.
명수대 앞을 지나면서 구청에서 만든 맨발지압코너를 발견하고 바로 등산화를 벗고 뾰족한 돌판위를 걸어갔다. 뾰족한 돌들이 발바닥을 송곳처럼 찌르는 것 같아 너무 아팠지만 곧 발이 시원해졌다. 아들도 똑 같은 반응이다. 신체의 모든 기관이 발바닥과 연결되어 있기때문이다. 발바닥마사지 효과를 본 것 같았다. 발바닥 지압도 배워야 하는데. 침술도 배워야 하고, 배울 것은 많고. 행동이 마음과 생각을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침술을 배워 이를 활용, 무료진료하면서 우리나라와 전세계를 무전여행할 계획을 가져왔다. 올해 안에는 꼭 침술공부를 시작할 것을 다짐해본다.
오전 11시 15분 지하철 동작역이 붙어있는 동작대교를 지났다. 여의도에서 대략 5킬로미터 떨어졌다고 적혀있다. 마라톤코스안내때문인 듯.
노량대교 다리밑을 빠져나오니 갑갑했던 가슴이 확 트였다. 88 올림픽도로 위를 자본주의의 상징인 광고입간판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드문드문 서 있었다. 바로 구반포가 보였다. 강남 부유촌 아파트가 시작된 셈이다. 아들한테 " 여기서부터는 강남이야" 라고 말을 떼기가 무섭게 아들 왈, "아버지, 강남은 잘사는 동네지만 또 교육도시래. 우리 반 친구 하나도 고등학교 때는 강남으로 이사간데." 아들의 무의식 속에 강남지역에 대한 특별감정이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아들한테 "야, 공부 잘한다고 인간성이 좋으냐, 그리고 돈 많다고 행복하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하기 위해서지, 혼자 잘 먹고 잘 살기위해서가 아니지" 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 그렇더니 아들 왈, "마음을 완전 비우고 캐나다에 별장하나만 짓고 , 서울인근에 전원주택 하나만 갖고 살면서 나머지 엄청난 나의 재산은 사회를 위해 기증하면 되지". 이짜식, 스케일이 내보다 늘 크네.
역시 구반포 아파트 앞을 지나니 잘사는 동네표시가 났다. 인공섬이 만들어져 있었고 어떤 아저씨가 어린 딸과 함께 모터배를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도 바위에 걸터앉아 모터배가 방향을 바꿀 때 혹시 전복되지 않나하며 마음을 졸이면서 한참을 지켜봤다. 또 모타보트, 수상스키,젯트스키, 윈드써핑, 초보자를 구한다는 팻말의 반포수상스포츠클럽도 있었다. 겨울철이라서 개점휴업하는 듯했지만.
또 '동재기(동작)나루터'란 안내판이 있었다. "수원 이남 즉 영남 호남 충청 3남지방과 한양을 이어주는 나루터". 마포나루터는 들어보았어도 동재기나루터는 처음 들었다. 그런데 이조때 임금이 한강을 한번 건널때마다 백성들의 원성을 받았다고 하네요. 선왕릉 참배, 온천, 나들이등으로 일년에 몇번씩은 강남으로 넘어간데요. 보통 백성들 배 70여대를 징발, 이를 연결시켜 그 위에 널판지를 깔고 폭이 5,6마리말 정도 지나갈 정도의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배를 묶는데 한달, 푸는데 한달. 백성들 입장에서 속에서 욕이 나지.
지금이야, 대통령 때문에 교통통제되어 길이 엄청 막히면 난리가 나는 세상이다. 비교가 되네. 그런데 이조때 왕들을 보면 여자들은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데 통치는 목숨걸고 빳빳하게 고개 내미는 신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현대들어 한국의 대통령들은 거꾸로다. 마누라를 더 가질 수 없지만 통치는 오히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신하들이 대통령 눈치보며 슬슬 긴다. 한자리 얻으려고 아부가 절정을 이룬다. 끗발은 지금의 대통령이 이조때보다 더 세다. 그래서 나온 게 '제황적 대통령'. 과연 인류의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과학물질문명이야 말하면 잔소리지만. 2천년전 예수님과 2천 5백년전 부처님과 공자님을 아직도 연구하고 받들고 있으니 정신과 철학은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은 잘 하시려나. 얼마전 TV를 보니 비서진 거느리고 혼자 앞서서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예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는 듯하기도 하고. 하여튼 지켜봐야지 뭐. 선진국 지도자들은 그렇게 안하는 것 같더라구요. 비서진들과 동료처럼 담소하면서 걸어나오고 하더라구요. 기자시절 외국에 가서 느꼈다는 일. 우선, 미국을 방문했을 때 들은 얘기. 고어부통령이 바쁘니 클린턴대통령이 고어부통령방에 들어가 책상옆에 팔장을 끼고 서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벨을 눌러 누군가를 찾고 만약 즉시 바로 불려가지 않으면 근무태만으로 찍히게 된다.
중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강택민 국가주석이 말단 직원과 스스럼없이 어깨치고 얘기꽃을 피우더라구요. 충격받았죠.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수상과 장관들의 의자배치구조가 우리처럼 좌우가 아니라 둥글게 앉더라구요. 권위주의 냄새가 확 빠지죠. 고칠 일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이런 것이 권위주의 정권을 깨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의식의 문제이기때문이다. 한번 형성된 의식은 고치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래도 권위주의가 많이 깨졌다는 기업에서도 권위적 행태는 여전. 재벌회사에 다니는 모 후배에게 들은 얘기. 사장이 어떤 지시를 했는데 고위간부들이 정확히 그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면 사장 방문을 열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쉽게 해결될 것을, 사장의 진위가 무엇인지 탐색에 들어간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허비되나. 노무현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권투를 빈다.
나루터 안내판을 따라 뻗은 흙길이 먼저 봄소식을 전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온 탓인지 얼었던 땅도 다 녹아 헤실 속살을 비치는 듯했고 물기를 머금어 찰흙놀이를 할 수 있는 몰캉몰캉한 진흙으로 변해있었다. 새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나루터가 한수 이남과 이북이 아니라 겨울과 봄을 연결하는 듯했다. 초지도 더 넓었지만 잔가지만 붙어있는 앙상한 나무 위에 30여 마리의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모여 앉았다가 나의 발소리에 화들짝 놀라 하늘을 향해 일제히 비상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평화롭고 귀여운지. 이새들은 봄이 오는 소식을 벌써 들었겠지. 새들이 인간들보다도 봄과 자연과 더 친하겠지. 자기들 끼르는 통하는가 봐요. 인간들은 자연에서 '버린 자식'들이 되었을걸요. 옛날 영화 아세요, '어둠의 자식들' 요즘 인간들이 이꼴이죠. 인간들 잘 하세요.
오전 11시 40분 반포대교 밑을 지났다. 반포대교는 잠수교와 함께 이중다리. 이름은 성의없이 지었지만 그래도 잠수교가 나는 좋다. 길이가 917미터로 한강다리 가운데서 가장 짧다. 다리가 짧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야하다구요. 넘어가죠. 날씨가 다소 쌀쌀해서 인지 강변 축구장도 텅 비어있다. 63빌딩은 까마득하게 겨우 보였다. 참으로 많이 걸어왔다. 그런데 왜 걷냐. 베스트셀러 '화'를 쓴 베트남출신 '틱랏한' 스님은 걸으면서 명상하는 '걷기명상'을 권유했다. "걷기 = 구도"다. 맞습니다, 맞고요. 조용히 걷다보면 사색하게되고 사색하다보면 좋은 생각을 하게되죠. 이헌태, 도 많이 닦았겠다. 지겹도록 많이 걸었으니. 그러면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고물 행상장사는 입신의 경지에 들어간 신선인가. 제가 고명한 스님 말씀을 비꼬는 게 아니고 웃자고.
신반포 아파트가 보이는 강가 넓은 밭에 우리 밀을 파종했으니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밀밭길을 걸으면서 시골 논두렁길을 걷는 것처럼 고향에 돌아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서울 도심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차를 타고 이 옆을 수없이 지나가면서 한번도 이 밀밭길에 들러본 적이 없다. 주위의 아름다운 환경을 이용 못하는 멍청이.
강가에 바람이 불자 무수한 갈대들이 일제히 쏴하는 소리를 지르며 휘청거린다. 강한 생명력도 느껴지지만 고호의 작품이 생각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화다. 풀하면 김수영의 시가 생각난다. "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울고 불고, 눕고 일어서고 난리다. 풀과 바람을 잘 관찰한 시다.
행군을 계속하니 정오인 낮 12시 10분쯤 한남대교에 다다랐다. 민족의 동맥, 경부고속도로 진입이 시작되는 한남대교. 강북 방향으로 남산을 통과하면 바로 명동과 종로, 광화문으로 이어진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핵심다리다. 강북쪽을 보니 남산타워와 네모난 성냥갑 같은 하얏트호텔이 심플한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한남대교 남단에 바짝 붙은 100평짜리 초호화아파트.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땅에 내 집 짓고 내 돈 갖고 내 마음대로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래서는 안된다. 강북에서 한남대교를 건너가다 보면 눈앞을 가리고 있는 그 아파트 때문에 숨이 꽉 막힌다. 남쪽의 탁 트인 경치를 막아 버린 것이다. 내 말에 의심이 가면 한번 가보세요. 아니, 막말로 사막에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 호화아파트를 짓고 살면 누가 뭐라나.
그 아파트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이 가슴이 답답하다면 그 보상은 누가 해주나. 그렇게 살지 맙시다. 그곳에 사시는 분은 오래 사실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서 "X새끼"라고 욕하거든요. 욕을 많이 얻어 먹으면 오래 살잖아요. 또 너무 많이 얻어먹고 한을 맺히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나만 좋으면 된다고요. 알아서 사세요. 지옥에서 봅시다. 물론 나는 지옥관광객으로.
이 아파트는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강변 아파트들이 사정은 거의 다 마찬가지다. 한강의 양쪽을 따라 아파트 촌이 도배하고 있다. 그 아파트 주민들은 사시사철 환상적인 자연을 봐서 지상낙원인지는 모르겠으나 강따라 출퇴근하는 사람, 그 아파트에 가려 한강을 보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뒤쪽 시민들은 통곡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도시건축에 대한 지식도, 심미안도 없지만 하여튼 엉망으로, 이리 솟아있고 저리 솟아있는 아파트들만 보면 개판이라고 확신하고 괜히 성질이 난다.
멋없는 시멘트 아파트단지들이 이렇게 한강과 서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으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전세계에 어디에 이렇게 난개발이 된 나라가 있나. 돈만 있으면 내 멋대로 해도 되는 나라다. 히딩크 전축구감독도 한국에 첫 입국한 뒤 한강을 따라 늘어선 회색빛 아파트촌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번 '한강대탐험'을 하면서 가장 슬펐던 것은 군데군데 보였던 한강의 오염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강변을 철옹성처럼 포위한 아파트촌이었다. 특히 산위의 아파트들. 세계 수도 가운데 크기뿐만 아니라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한강을 이렇게 난도질할 수 있나.
도시건축학자들에 따르면 70년대 밀어부치기식으로 시작된 한강변 아파트개발사업. 즉, 한강을 아파트벽으로 쌓는 일은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도시개발의 전형이라고 한다.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은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라고 규정했다. 한강주변 아파트촌건설은 철저히 이데올로기적이었다. 미국의 비판적인 도시학자 존 로간과 하비 몰로치는 현대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돈과 권력의 연합체인 '개발기계'라고 지적했다. 정확한 분석같다. 한강주변의 개발에 딱 맞게 적용되는 것 같다. 겉으로 번듯한 외형성장, 그 이면을 보면 극소수가 혜택을 보고 절대다수는 소외되고 초라해진다. 한강 주변의 모습은 '한강의 기적'속에 가려진 개발독재의 전형적인 부정적 산물인 것이다.
강변에 전망 좋은 아파트에 살면 감정을 작동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데 맞나요. 제가 기자시절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이 두나라는 세계에서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가장 높데요. 너무 평화롭고 안정되어 있으니. 인생의 참 맛을 못느끼는가 봐요. 인간은 역시 북적북적,역동적인 환경에 살아야한다고 봐요. 남대문시장 가보세요. 사람의 냄새가 나잖아요. 어떤 사람은 마음이 쓸쓸할 때는 사람이 붐비는 시장에 간데요. 그러면 치유가 된데요. 시장은 병원의 역할을 하네. 엔도르핀을 생산하니 약도 되고.
아무도 없는 시골마을에 100층짜리 집을 짓고 살든지 무슨 상관이에요. 그러나 한강변 아파트는 저 넓은 하늘, 저 멀리 산, 저 넓은 강을 보고 느끼는 서울시민들의 자유와 행복을 방해하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다 폭파시켰으면 좋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그렇게 마구잡이로 개발하지 맙시다. 꼴보기 싫으면 서울을 떠나면 된다고요. 알았다. 그래 내가 떠나지. 잘먹고 잘 살아라. X팔.
호주, 뉴질랜드 얘기가 나온 김에 몇해 전 그곳을 방문해 들은 얘기를 한가지 해드릴께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 그곳에 부산출신 중년부부가 아리랑식당을 운영해요. 남편은 저보고 절대로 이민 오지말라고 신신당부해요. 뉴질랜드는 오후 5시만 되면 거리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모든 직장인들이 집으로 들어가 가족들하고 보낸다고 하네요. 가족캠핑이나 골프도 하루 이틀이지. 퇴근후 친구나 회사직원들하고 한잔해야 하는 한국사람들로서는 미칠 노릇이죠.
그 부인은 반대로 이민 오면 좋다고 흥분을 했어요. 주부 입장에서는 '땡'하면 집에 들어오는 남편이 얼마나 좋고 기특하겠어요. 이 아줌마 왈, "한국에 한번 나가면 길거리에서조차도 정신이 하나 없고 사람들도 너무 바쁘게 초조하게 사는 것 같아요" 라면서 이민을 침이 마르게 자랑하더라구요.
그 아저씨가 정리를 잘했더라구요 "한국은 지옥 같은 천국, 뉴질랜드는 천국 같은 지옥". 이들 부부의 공통된 꿈. 늙어서는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해요. 수구초심. 고향은 못 잊고 있구만. 지구가 얼마나 넓은데, 죽을 경우에는 한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북아시아지역 영혼 마을에 가야지, 번지 수가 잘못되면 안되지. 한국 남성들의 대다수는 호주나 뉴질랜드에 적응할 수가 없다. 제가 아는 선배 한 분도 부인이 한국에 가려면 이혼하고 가라서해서 마지못해 그냥 눌러앉아 있지, 귀국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일부 부유층은 한국에 몇 달 살고 호주, 뉴질랜드에 몇 달 살고 이중생활을 한다고 하네요.
갑자기 왜 이런 얘기가 나왔냐 하면요, 남들 피해주면서까지 전망 좋은데 살면 행복할 것이냐는 것이죠. 이들 강변거주자 뒤에 욕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뒷꼴이 땡기지않으세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만든 아파트업자들이 나쁜 놈이고 입주한 사람은 잘못이 없다고요. 그건 잘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욕 얻어먹고 사는 것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한남대교를 지나자 선상레스토랑 '리버스테이션 온'과 공사중인 '용성레저타운'이 있었다. 강건너편 산허리에는 전망좋은 부유층 빌라들이 빼곡히 깔려 있었다. 설령 양보해서 이런 빌라들은 남들에게 방해는 끼치지 않는다. '주머니 건설'이란 회사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회사이름이 웃긴다. 그러나 이미 지적했듯이 꼭 그런 곳에 지어야하나.
낮 12시 30분 동호대교 밑을 지났다. 여의도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곳. 동호대교와 바로 위 성수대교사이에는 은은한 평화가 감돈다. 고즈녁한 풍경이다. 강기슭에서 3백여마리의 고봉오리들이 정겹게 놀고 있다.
대구지하철방화사건 못지않게 기억하기도 싫은 그 성수대교. 낮 12시 44분쯤 도착했다. 성수대교에서도 아름다운 북한산이 오롯이 보였다. 역시 북한산은 서울 전역을 호위하는 명산이다.
낚시꾼 두명을 만났다. 한사람이 어른 팔뚝만한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닌가. 릴이 굽을 정도로 묵직한 고기였다. 은빛을 내는 강준치. 보지는 못했지만 누치라는 고기도 잡았단다. "한강에 이런 큰 고기도 잡히나요"라고 묻자 " 60센티에서 70센티미터 고기도 많고요, 1미터짜리 고기도 있어요" 내가 또 "한강이 더러운데 고기를 먹어도 되나요"라고 묻자 주저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며 "먹어도 되긴 되지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썩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잡혀 나와 팔딱팔딱 뛰고 있는 강준치는 겉으로 보기에는 청정바다 남태평양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듯한 싱싱한 모습. 낚시꾼들은 멀리 갈 필요가 없네. '한강대탐험'에서 맛 본 또다른 구경거리였다.
오후 1시 16분 나와 아들은 영동대교에 도착했다. 영동대교를 지나면서 또 저공비행하는 새한마리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강북 강변도로에 차가 꽉 막혀있다. 일요일 오후 모두들 이 시간에 어디로 가나. 멀리 장난감처럼 보이는 차는 조용했다. 긴 한강다리도 조용했다. 곳곳에 늘려있는 아파트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차안도 그렇지만 아파트 안에 들어가면 세상사로 시끌법적할 것이다. 참 이상하다. 세상은 평온한데 인간사는 요란스럽다. 그래서 도가 나오고 철학이 나오고 성현과 도인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겉모습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그속은 요동을 친다. 모르겠다. 자연은 '침묵선생'이고 인간은 '수다쟁인'인가 보다. 말도 안되는 얘기 늘어놓아 죄송. 차안과 아파트안은 인간들로 인해 찌지고 볶는 동네인데 웬지 조용해서 한마디 적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 청담대교를 지났다. 그러자 썩은 냄새로 웬 악취. 냄새가 너무 독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요즘, 저렇게 악취나는 강이 별로 없는데. 한강에서 우째 이런 일이. 강가 모래사장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그 위를 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깃털이 시커멓게 오염된 것처럼 보였다. '한강대탐험'을 하면서 이렇게 더럽게 오염된 장소는 처음 봤다. 탄천주차장방향에서 썩은 검고 더러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저쪽은 무역빌딩을 위시한 화려한 빌딩이 마천루를 형성하는 한국 최대의 빌딩가. 욕이 다 나온다. 인간들, X새끼. 저 더러운 물이 과연 한강으로 마구 들어간단 말인가. 대명천지에 저런 일이 방치되고 있단 말인가. 행정공무원들과 시민단체들은 뭐하나. 당장 조치하라.
'혼탁',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은 주변에 모함을 받아 유배지로 가는 도중, 어부에게 "세상이 온통 다 혼탁하니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들이 다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는지라.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라고 노래했다. 이게 그 유명한 '어부사'이다. 앞에는 '환경오염'이고 굴원은 '인간오염'에 대해서 얘기했다구요. 오염은 다 똑같지 뭐. 환경오염 시키는 놈들이 모두 다 오염된 인간들이지 뭐. 대충 넘어갑시다. 따지기는. 변호사집 아들이가. 21세기의 화두, "인간이든 환경이든 오염을 제거합시다".
하여튼 아들은 이 더러운 물을 보면서 "이곳은 아버지의 젖줄이네"라고 말한다. 이유인즉, 아버지의 젖은 이용가치가 없고 한강이 어머니의 젖줄이면 마실 수 있다는 것. 말도 안되는 논리펴는 것은 누구한테 배웠는지. 아버지한테 배웠다고요. 자식교육 바로 가르치겠습니다.
우리는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오후 2시쯤, 잠실선착장에 도착했다. 여의도를 떠난 지 무려 5시간만이다. 대략 16킬로미터를 도보로 걸었다. 잠실선착장에서 바라본 한강은 너무 아름다웠다. 바다처럼 출렁이는 강물결이 장관이었다.
세모유람선을 타고 여의도로 귀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후 4시에 떠나는 배가 있다고 해서 일단 두시간가량 시간이 났다. 우리는 한시간이용에 5천원하는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타서 한강상류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롯데월드와 현대병원도 보였다. 예전에는 변두리중의 변두리였는데 지금은 강남의 부유촌의 중심지다. 나도 대학시절 누나집에 얹혀살 때 잠실주공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잠실부터는 상수도 취수원이라는 안내판이 계속 붙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인천광역시장 명의다. 한강변따라 수도관이 설치되어 있는 듯했다. 이곳에서 끌여당겨진 물이 인천까지 가는 모양이다. 잠실대교 바로 옆이 잠실철교였다. 잠실 한강수영장도 보였다. 여의도 수영장, 반포수영장과 더불어 여름철만 되면 쭉쭉빵빵 미녀들이 많아 인기라는데. 저야 마누라 데리고 죽을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살아야죠. 우리 아들이 하도 쭉쭉빵빵을 얘기해서. 교육을 잘못시켰는지.
자전거를 타고 성화봉 형태의 상징이 달린 올림픽대교를 지나 천호대교, 또 바로옆 광진교를 지나 광나루까지 신나게 달렸다. 잠실 선착장에서 자전거로 30분 걸렸고 거리는 대략 5킬로미터. 여의도에서 광나루까지는 대략 21킬로미터. 갔다 오면 마라톤 풀코스 (42,195미터) 광나루가 마라톤 풀코스 출발지점이리라. 광나루에는 패러 행글라이드를 연습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오늘 '한강대탐험'에서 가장 멋진 코스는 역시 광나루앞 풍경이다. 강건너 저 편에 산자락이 늘어졌고 넓다란 강물에는 새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또 초지에는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리고있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이다. 야생동물들이 산다고 들어가지 말란다. 이미 광나루에는 봄이 왔다. 냉이를 캐는 아낙네도 보였다. "아줌마 냉이 캐서 먹을 수 있나요". "먹죠". 나는 한강에 사는 식물은 모두 오염되었다고 생각했다. 고기도 먹을 수 있냐고 물었고 냉이도 먹을 수 있냐고 묻었다. 슬픈 현실이다.
강건너에는 서울도심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워커힐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청와대를 나와 가끔식 이곳 별장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별장에 가보니 경치도 그만이고 파티하기에도 그만이었다. 이 워커힐호텔 주식때문에 SK그룹 최태원회장이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이것도 슬픈 현실이다.
잠실을 떠난 지 30분이 경과되었다. 자전거를 한시간 예정으로 빌렸기 때문에 아들과 나는 시간에 쫒겨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밝았다. 내리막 길은 놀이동산의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재미났다. 아들하고 모처럼 재미난 시간을 가졌다. 30분만에 가까스로 잠실선착장에 귀환했다.한시간 가량 남아 버스개조식당에서 3천원짜리 옛날 칼국수와 2천5백원짜리 떡복이를 시켜 맛나게 먹었다.
오후 4시 여의도행 세모유람선 '21센추리' 배를 탔다. 선실 내에서 계속 졸다가 한시간만에 여의도선착장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배에서 내려 차를 세워둔 국회의사당밑 둔치 주차장까지 또 30분가량 걸었다. 아들도 집 나설 때와 달리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오늘 내내 대략 7시간동안 아들하고 농담도 하고 인생도 논하고 밀린 얘기도 참 많이 했다.나로서는 그것도 큰 성과다. 집에 도착하니 마누라와 딸이 반갑게 맞이한다. 귀여운 것들. 킥킥. 그런데 포장도로위를 6시간 가량 걸었더니 다리가 뻐근했다. 마누라가 맺힌 다리근육을 안마하느라 고생했다.
일요일, 길고 긴 '한강대탐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걸어서 18킬로미터, 자전거로 10킬로미터, 배로 16킬로미터. 대략 마라톤 풀코스 42.195미터에 해당된다. 방법은 다양했지만 계산상으로도, 기분상으로도 마라톤을 완주한 느낌이다. 어, '철인 3종경기'네. 수영이 배타기로, 달리기가 걷기로,자전거는 똑같고. 철인3종경기 출전이 평생의 소원이었는데, 사이비로 해보기는 해보았군.
이번에 한강을 거슬러 가면서 한강다리 이름이 자동적으로 암기가 되었다. 김포대교- 행주대교-방화대교-가양대교-성산대교-양화대교-당산철교-서강대교-마포대교-원효대교-한강철교-한강대교-동작대교-반포대교(잠수교)-한남대교-동호대교-성수대교-영동대교-청담대교-잠실대교-잠실철교-올림픽대교-천호대교-광진교-강동대교-팔당대교. 팔당댐 아래부터 서해바다까지 놓인 한강다리는 총 26개. 이날 나는 17개 다리밑을 지났다. 거지가 다리 밑을 다니게.
한강변 유원지는 강북에는 난지, 망원, 이촌, 뚝섬, 강남에는 강서, 양화, 여의도, 반포, 잠원, 잠실, 광나루등 모두 11개가 있다. 이날 나는 여의도, 반포, 잠원, 잠실, 광나루 5곳을 지났다. 나머지 다리와 나머지 유원지도 탐험해야지. 숙제로 남기고. 이 모든 게 80년 전두환 정권때부터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다는데 언뜻 보면 잘 했는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환경을 파괴한 것 같고. 나는 잘 모르겠다.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한강 순례', 결국 나는 해냈다. 로마의 시저가 한 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아니라 이헌태가 한 말 "걸었노라. 보았노라. 성취했노라" 야, 이헌태, 니 무슨 전쟁 치르고 왔냐. 몽마르뜨 언덕에 누워있는 '적과 흑'을 쓴 프랑의 위대한 작가 스탕달의 묘비에도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여러 명이 써먹는구만.
'한강대탐험'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
1) 노무현 정권이 출범했는지, 인간사는 관심없이, 고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반만년전부터 한강은 도도히 흐른다.
2) 수백년 후에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겨울 다음에 가을이나 여름이 아니라 봄이 오며 그 봄이 한강에 벌써 와 대기해있다.
3) 무계획적으로 마구잡이로 세워진 한강변 아파트촌이 한강 전경을 망쳤다 도시설계를 공부하는 외국학생들에게 실패연구사례가 될 것이다.
4) 환경을 생각했다. 고뇌하고 욕하고 다짐했다. 한강과 환경, 말도 비슷하다. 한강이 아름다운 곳도 많지만 오염된 곳도 많았다. 강 전체적으로 오염되어 있으니 한강을 더 깨끗하게 보존해야한다. 한강을 더럽히는 자는 대구지하철방화범처럼 취급하자. "에이, 방화범 같은 놈아"
5) 한강을 잘 개발하면 지친 서울시민의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다. 체육 및 편의시설, 문화공간을 확충해서 인기를 끄는 강변관광코스로 만들자.
6) '한강 대탐험'은 이헌태의 '인생추억쌓기' 기록에 또하나의 쾌거가 추가됐다.
강과 관련된 좋은 글이 몇 개 있어 소개합니다. 첫째, 니체 왈.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강은 한 방울 물에서 시작해서 작은 개울을, 또 수천 개의 지류를 받아들입니다. 폐수가 들어와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껴안고 내려 가면서 스스로 정화해 가지요. 사람의 일생도 강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다만 흐르는 것과 올라가는 것을 착각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둘째, 톨스토이의 대작 '부활'중에서 "인간이란 강물과 같은 존재이다. 어떤 강이든 물이라는 것은 똑같으며 어디까지 거슬러 오르더라도 역시 같은 물이라는 데는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강도 폭이 좁을 때가 있는 가 하면 빨리 흐를 때도 있고 넓은 곳이 있는 가하면 조용한 곳도 있으며 때로는 맑고 때로는 차갑고 어느 날은 흐리고 또 어느 날은 따뜻해지기도 한다. 사람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니체와 톨스토이는 인생을 강물에 비유. 셋째가 제일 좋죠. 제가 백두대간종주를 하고 한강유람을 하는 이유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동파 왈, "천지간에 펼쳐져 있는 온갖 물건들은 제각기 주인이 따로 있으리니. 참말로 나의 소유가 아니거든한 털끝만한 것이라도 가져서는 안되리라. 하지만 강물위에 서서히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동산위에 뜬 저 밝은 달만은 임자가 따로 없으리니 누구든 그 맑은 바람소리 듣고서 귀를 실컷 즐겁게 할 것이며 누구든 밝은 달을 바라보고 눈을 실컷 아름답게 빛낼 일이로다. 강물위의 맑은 바람과 동산에 뜬 밝은 달이야 아무리 듣고 보아도 하지말라 금하는 이 없을 것이요. 그것은 아무리 많이 듣고 보아도 닳아서 없어지는 일이 없는 것이다. 이야말로 써도 써도 다함이 없는 조물주의 무진장한 꽃집이요. 그대와 나 다같이 좋아하는 것이니 우리 함께 싫도록 즐겨 볼일이로다"
아름다운 대자연이 나의 별장의 정원이다. 서울에서 몇평 집에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집 나서면 모두가 다 나의 별장의 정원인데. 나는 별장의 하늘에다가 별까지 달아놓았는데. 이헌태를 틈만나면 아름다운 자연을 공짜로 만끽하는 '알뜰 살뜰 인간'으로 임명합니다. 공짜 너무 좋아하지마. 그게 아니고요. 자연을 즐기는 것은 하늘이 주신 축복인데, 이용 못하는 놈들이 바보 쪼다 멍청이들이죠.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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