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세인 미군 조사에 '동문서답' 저항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은 순순히 미군의 체포에 응했지만 미국 당국의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그의 문답조서를 본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 소속인 이 관리는 체포 직후 바그다드 공항의 억류시설로 옮겨진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 조사관의 어떤 질문에도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고 때로는

의사표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문답조서가 그만의 특유한 표현들로 채워져 있었

다면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분이나 상태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고 후세인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노예 상태여서 슬프다"고 대답했다.

조사관이 물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자 후세인 전 대통령은 "물을 마시면 화

장실에 가야 하겠지만 우리 국민이 노예상태인데 내가 어떻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고 이 관리는 밝혔다. 후세인 전 대

통령은 또 대량살상무기(WMD)와 유엔 사찰 등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라크가 WMD를 보유했느냐는 질문에 "물론 아니다"고 잘라말하고 "WMD는

는 미국이 전쟁명분을 만들기 위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왜 당신의 시설들을 사찰할 수 있도록 유엔 사찰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냐"는 질문

에 후세인 전 대통령은 "우리는 사찰단이 대통령 시설에 들어가 우리 사생활을 침해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또 91년 걸프전 당시 실종된 미군 조종사 스콧 스피처 대위

의 행방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면서 "우리는 포로를 붙잡아 두고 있지 않았

으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관리는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어떤 정보를

제공한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타리크 아지즈 전 부통리

나 후세인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 아비드 마흐무드 등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그가 이라크 저항세력과 연계된 증거도

포착됐다. 미국 정보기관 소속 관리는 후세인 전 대통령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서류

가방에는 바그다드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저항세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 편지에 바그다드에서 개최된 저항세력 지도자들의 회의 내용도 포

함돼 있었다면서 여기에 나타난 이름들은 아주 중요한 정보로 이른바 '수니파 삼각

지대'의 저항 게릴라 운동 지도자들의 체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

리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저항운동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해 왔는지 곧 밝혀질

것이라면서 "우리가 실제로 뱀의 머리를 잘라 냈는지 아니면 그가 땅굴 속에 숨은

얼간이에 불과한 지 곧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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