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석> 이라크 저항세력에 심리적 타격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 소식은 이라크인과 미국 및 연합국, 중동 사회

전체에 중요한 심리적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체포되지 않고는 미국이

나 이라크 과도정부 등 관계 당사자가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세인의 권력 기반은 이미 와해했지만 지금까지도 후세인이 재등장할지 모른다

는 공포가 이라크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후세인은 무려 25년간

이 장기집권하면서 공포정치를 실시해 이라크인에게는 경외의 대상이 돼왔다.

후세인을 체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은 미군이나 연합군이 점령을 시작한 이후 오

랫동안 고대해왔던 사태 전환의 실마리이기도 했다. 후세인을 체포하지 않는다면 이

라크인들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전문가들은 후세인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가 사살된 과정을 보면 후세

인의 체포나 사살은 시간 문제였다고 보고 있었다. 두 아들에 걸린 두당 1천500만

달러였고 후세인의 목에 걸린 돈은 2천500만 달러였다. 이처럼 거액의 현상금은 뿌

리치기 어려운 유혹일지 모른다.

이라크의 과도정부나 미국측은 마침내 후세인을 체포함으로써 이라크 재건이라

는 중요한 과제에 더 전념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후

세인 체포는 이라크 저항세력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저항

세력의 상당수는 후세인의 추종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저항세력 자체를 뿌리뽑기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은 후세인이 저항세력을 실제로 이끌었는지 불분명하다면서 그가 '머리 '역할을 했

는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저항세력의 몸통은 살아있고 실제로

지금까지 활동에서 보여준 이들의 무장도 만만치 않아 게릴라전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는 분석이다.

후세인이 체포됨으로써 구정권 요인들에 대한 심판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에

상된다. 당면한 문제는 후세인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있다. 현재로서는 이라크 과

도정부가 국내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유력하다. 과도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재판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심판의 대상은 지난 80년대에 쿠르드족을 상대로 저지른 대학살, 제1차 걸프전

직후 자행된 쿠르드족과 시아파 회교도 탄압, 이란-이라크 전쟁과 쿠웨이트 침공과

같은 전쟁범죄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이 장기간 권력을 독점하면서 행한

각종 죄과로 볼 때, 재판에 회부되면 사형이 선고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휴먼 라이츠 워치를 포함해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일부 인권단체들은 후

세인을 국제 재판에 회부할 것을 주장한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국

장은 최근 이라크 구정권 요인들에 대한 심판은 르완다나 구유고 전범 재판과 같은

형식을 취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인사들로 재판을 하

는 것보다는 공정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사진설명)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체포 사실을 접한 북부 티크리트에 주둔 중인 미군 제4보병사단 소속 병사 2명이 밝게 웃고 있다. (티크리트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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