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14일 오후 대구달성군 가창면 냉천리 '대구 TV경마장'. 3개 층으로 구성된 객장은 마권을 손에 든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객장 한 편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박모(가명.대구)씨. 이날 10만원을 베팅해 본전은 건졌다는 그는 "지난 1년 동안 이곳에 쏟아부은 돈만 2천여만원"이라며 "경마하는 것을 말리려고 왔던 아내도 이제는 함께 객장을 찾고 있다"며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곳에 오는 사람중 70~80%가 늘 보던 얼굴입니다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경마병에 중독된거죠". 박씨는 말을 하면서도 눈길은 전광판에서 떼지 못했다.
토.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대구 TV경마장의 일 평균 방문객 수는 1천800여명. 하루 평균 매출이 8억, 9억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1명당 50만, 60여만원을 베팅하는 셈이다.
오전 9시30분에 개장하지만 1,2시간 전부터 경마장 입구에는 긴줄이 생긴다.
시시각각 변하는 배당률과 마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전광판 앞 자리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 경마장 한 관계자는 "토요일 경마장을 찾은 뒤 인근에 새로 생긴 온천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개장한 TV경마장은 어느새 '대구의 정선'으로 변해 있었다.
개장 1년5개월이 지나면서 '경마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전당포를 찾거나 사채까지 끌어다 쓰는 이들도 많아졌다.
객장 입구에는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해주거나 선이자 10%를 떼고 사채를 빌려주는 '꽁지'꾼 5, 6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으며 경마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전당포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 전당포 업주는 "갖고온 현금을 다 쓴 사람들이 주로 귀금속을 담보로 돈을 빌려 가며 때로는 타고온 차를 담보로 맡기는 이들도 있다"며 "대부분은 1, 2 주일뒤 돈을 마련해 찾아가지만 영 소식이 없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몇 달전 금을 담보로 900만원을 대출받아간 남자가 상환기일을 넘겨도 오지않아 찾아갔더니 제초제를 먹고 죽으려고 하더라"며 "그러나 얼마뒤 다시 객장을 찾은 그를 봤다"고 말했다.
객장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김모씨는 스스로를 경마 중독자라고 했다.
근무처를 따라 대전, 과천 등을 돌며 10여년째 경마장을 찾고 있다는 김씨는 "위험을 줄이자니 배당률이 적고, 배당률을 높이자니 거액을 걸어야 한다.
결국 돈을 다 잃게 돼 있지만 중독성이 노름보다 강해 발을 뺄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 번씩 터지는 '대박 소식'은 객장을 찾는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희망'을 불어넣는다.
대구 경마장에서도 지난 9월 6만원을 걸어 500배를 배당받은 '대박'이 터지기도 했다.
'영광재현' '인생역전' '환상출발' 등 다양한 이름을 단 말들이 경주를 끝낸 오후 5시. 객장안에 있던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경마 정보지만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지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객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명이 말을 붙여왔다.
"차 있으면 대구역까지만 얻어 탈 수 있겠습니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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