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회창씨 검찰 자진출두 "기업서 500억 받아썼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15일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라면서 "최종 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에서 우리당은 기업으로부터 500억원 가량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썼다"면서 "대선승리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해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으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앞으로 추가적인 불법자금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저의 책임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오늘 기자회견이 끝나는 즉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이러한 사실을 진술하고 국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로 우리당 최돈웅(崔燉雄) 전 재정위원장과 김영일(金榮馹) 전 총장이 검찰조사를 받았고, 서정우(徐廷友) 전 고문과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이 구속됐다"며 "기업들이 이 사람들에게 그 큰 돈을 준 것은 당연히 대선후보였던 저를 보고 준 것인만큼 대선후보이자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제가 처벌을 받기 위해 나선 이상 이들에게는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주시고,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도 정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다시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그러나 "대리인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면서 "오늘 저의 결심이 작금의 국가적 혼돈을 끝내고 새 시대를 향하여 역사를 한 걸음 진보시키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자금의 진실을 밝힐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고해성사를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어 "역사의 풍랑에 제 자신을 던지려 한다"면서 "제가 갈구해왔던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를 향한 꿈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난 뒤 일문일답 없이 승용차 편으로 바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향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