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는 없고 검찰만 있는 상황

'말이 씨가 된다'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4당대표와의 회동에서 국민들로서는 또 한번 기가 막히는 소리를 했다.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이 이회창씨의 10%를 넘으면 정계은퇴 하겠다는 폭탄 발언이다.

이때문에 노 대통령과 4당대표와의 회동은 겨울철 식은밥처럼 싸늘하게 끝났다.

국민들의 일말의 기대감을 무참하게 만든 이런 회동 도대체 왜 했을까?

우리는 지금 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건지 작전을 짜는건지 구분을 못하겠다.

열린우리당 입당문제에서도 그는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안희정씨의 정치자금 11억원에 대해 "노 대통령은 사전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청와대측의 주장은 아무래도 거짓말같다.

'노 대통령이 안희정의 11억원뿐 아니라 자신의 대선자금 총액을 어느 정도 보고받고 확신하지 않고서야 어찌 정계은퇴라는 전략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혹은 그래서 당연한 것이다.

이제 노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송광수 검찰'의 손에 달렸다.

노 대통령이 던진 바 '10분의 1'은 꼭 무슨 '가이드라인' 같다.

검찰은 이제 한쪽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이거나 다른 한쪽을 '10배 이상이 되게' 키워야 할 판이다.

노 대통령이 검찰을 너무 풀어놓았든, 검찰이 독립의 깃발을 너무 높이 내걸었든간에 좌우간 검찰이 '뜨거운 감자'를 양손에 받아쥔 꼴이다.

결과적으론 한국정치의 진퇴가 검찰의 손에 '달려버렸다'. 이것이 '검찰공화국'을 의미할지 아닐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지만.

정치는 없고 검찰만 있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작은 도둑과 큰 도둑을 생각한다.

훔치러 들어간 집에 현금이 많이 있으면 큰 도둑, 적게 있으면 작은 도둑이 될 뿐, 도둑의 생각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열린우리당 모두 지금 국민의 눈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유이다.

따라서 본란은 검찰에 이렇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 소수점까지 '10분의 1'로 금액을 맞춰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