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열의 성의보감-성병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1980년대 처음으로 의학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했지만 인간은 30년이 가깝도록 AIDS의 위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그 누구도 명확한 처방에 대해 자신만만할 수 없다.

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괴질'이라는 말처럼 이런 정체불명 질환군의 큰 형님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성병'이라고 통칭되는 여러 질환일 것이다.

어원이 미의 화신인 비너스(Venus)에서 유래됐다는 속칭 화류병(venerea disease)은 좁은 의미로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만한 매독, 임질과 아울러 연성하감, 서혜림프육아종 등의 4가지 병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이후 여러 질병 가운데서도 성적인 접촉이 전파 매개체임이 밝혀짐에 따라 기존의 성병 외에도 좀 더 광범위한 범위를 아우르는 정의가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STD(Sexually trasmitted disease), 즉 성적인 접촉을 통해 매개되는 모든 질환을 일컫는 성인(性因)질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

이런 STD 중에는 딱 떨어지는 치료약제가 개발됐거나 알려진 병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에 불과한 병도 많다.

그러나 이 질병들의 고유 특성(?)을 생각한다면 사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치료약제의 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시돼 있는 예방법을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 하는 점임을 알 수 있다.

홍역, 수두, 천연두, 심지어 종기와 같은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진 옛 사람들이나 매독, 임질 등의 성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알려진 역사속의 많은 위인.예술가들을 안타깝게 여겨야 할 것인가.

한 순간 여흥에 휩쓸려 저지른 실수로 인해 그 날 이후 자기 인생에 스스로 오점을 남겼다는 자책을 면치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안쓰럽다고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치료약제가 없었던 그 당시의 상황과 오늘날을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지만 수 백년 전 사람들과 꼭 같은 이유와 질환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병에서 전파 매개가 되는 것은 신체적으로는 '성적인 접촉'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지'와 '자제력 상실'이 문제가 된다

최첨단 문명을 아무리 자랑한들 무엇하나. 비오면 장화를 신어야 하고, 나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아직도 무시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기도 하지만 건전한 정신이 있어야 건강한 육체가 따라온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탑연합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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