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15일 자진출두로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새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총재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의혹을 캐야하고, '편파시비'를 의식해서라도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거물 정치인'을 조사해야 하는 만큼 검찰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다 이 전 총재가 자진출두에 앞서 "대리인들만 처벌받고 최종 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도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조사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이 전 총재는 대검 중수부로 걸어들어간 뒤 오전 10시35분부터 오후 7시10분까지 9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총재를 돌려보내며 "전모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문효남.대검 기획관)"고 밝혔다.
일단 검찰 쪽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전 총재가 대선 당시 서정우(徐廷友) 변호사와 최돈웅(崔燉雄) 당 재정위원장에게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 관한 지시를 했으며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대기업 등에서 자금을 받은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말도 들린다.
이 전 총재가 언론보도를 토대로 "'내가 다 지시했다'고 일관했지만 이는 수사(修辭)적 표현일 뿐 구체적인 시점이나 상황을 물으면 답변하지 못했다"고 검찰측은 밝혔다.
노무현 캠프에 대한 조사 역시 검찰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박범계(朴範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지난 12일 비밀리에 방문,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과 김종빈(金鍾彬) 차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과 검찰간 사전조율설이 사실로 확인됐다(안상정.부대변인)"고 펄쩍 뛰고 나섰다.
검찰은 일단 "청와대에서 법률업무를 담당하는 분이라 퇴임전에 인사를 와 '고생했다'는 말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지금까지 노무현 캠프와 관련된 4대 의혹(△128억5천만원 허위회계 처리 의혹 △제주도지부 후원회 무정액 영수증 363장 및 예금통장 등 증빙자료 은닉의혹 등)은 물론, △강병중(姜丙中) 부산방송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이원호(李元鎬) 청주키스나이트 클럽사장 50억 제공의혹 △노 캠프 비자금.차명계좌 수사 △강금원(姜錦遠)씨 등이 노 대통령에게 제공한 정치자금 수사 등을 두고 이렇다 할 수사진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이광재(李光宰) 전 청와대 상황실장과 안희정(安熙正)씨가 자신들이 받은 불법 자금을 특별당비로 당시 민주당에 건넸을 경우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개연성이 커 노 대통령의 인지여부가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검찰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검찰수사를 통해 노 대통령이 불법자금 모금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노 대통령이 입을 상처는 금액과 상관없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이회창 전 총재가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을 끝내고 대검찰청에 출두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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