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상을 당한 한 농민이 부의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영주시 안정면 단촌1리 '저술 마을'에 사는 권용호(54)씨는 지난 13일 모친상을 당했다.
권씨는 15일 상을 마무리하자마자 조문객들이 빈소에 두고 간 부의금 403만원 전액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써 달라며 영주시 안정면사무소에 맡겼다.
벼농사와 함께 담배농사를 짓는 권씨는 지난 1일에도 연말 이웃돕기 성금 20만원을 언론사에 기탁했다.
또 지난 여름 태풍 매미 때도 수재의연금 20만원을 내는 등 평소에도 이웃돕기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어머님도 생전에 딱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당신 입에 넣는 것조차 아까워 하실 정도로 모든 것을 아끼고 사셨지만 이웃을 돕는 데는 아끼지 않았죠".
권씨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뜻을 받들려면 부의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은 모자(母子)간 내림이지요. 어렸을 적 굶기를 밥 먹듯 할 정도로 고생하며 컸기 때문에 힘들게 사는 사람을 보면 당신의 어려웠던 시절이 떠올랐나 봅니다.
이렇게 함께 살다보니 저 역시 힘들어 하는 이들을 보면 외면하지 못해요".
부인 김동조(50)씨는 "시장 바닥에 좌판을 펴놓고 웅크리고 있는 할머니들을 보면 집으로 모시고 가서 함께 살자고 조를 정도"라며 "어떻게 하면 남을 도울까 하는 생각에 늘 파묻혀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권씨 부부는 논밭 합쳐 모두 1만5천여평의 농사를 짓는다.
적지 않은 영농규모지만 농지 대부분은 남의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권씨 슬하의 삼남매도 권씨를 닮아 매년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안정면 직원들은 "권씨는 연말연시나 명절을 전후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10여가구에 쌀을 나눠주는 등 이웃사랑이 몸에 밴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씨는 "면사무소 사람들이 공연한 일을 했다.
어머님께 들아온 돈을 생전의 뜻대로 썼을 뿐"이라며 한사코 사진 촬영을 거절했다.
영주.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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