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끌려만 갈 수 없다" 위기 의식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특검 카드를 꺼냈다.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특검수사는 한나라당도 다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을 특검이 밝혀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특검 수사를 통해 불법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자고 나선 것은 검찰의 수사가 한나라당에만 집중되고 있는 현 상황에 계속 끌려가다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병렬(崔秉烈)대표는 "이번주 중반까지 검찰이 노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특검 추진 방침을 예고해왔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자신의 대선자금이 한나라당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을 추인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 목소리도 없지않았으나 특검을 하는 것이 대선자금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는 길이란 주장이 더 커 특검추진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15일 기자회견도 대선자금 특검 추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기자회견에서 "불법 대선자금의 규명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은만큼 앞으로 타협의 여지는 없어졌으며 따라서 특검수사라는 정공법 이외에는 남지 않게 됐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대선자금 특검법을 이미 마련해 놓고 제출시기를 탐색중이어서 특검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민주당은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할 경우 대선자금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내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특검을 공식화한만큼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특검이 도입돼도 한나라당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닌만큼 한나라당과의 공조라는 비판을 걱정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나라당이 특검을 통해 노리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이중성의 폭로이다. 노 대통령이 적건 많건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각시켜 그가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온 도덕성에 상처를 입힌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특검법 추진이 한나라당을 옥죄고 있는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란 여론의 비판을 어떻게 무마시키느냐이다.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때에 이같은 비판에 시달린만큼 한나라당이 어떤 논리로 대선자금 특검의 정당성을 내세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