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오랜 시간동안 끈기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사람도 적잖다.
그런 점에서 화가 이수동(44)씨는 즐거운 사람이다.
그림만 그려서는 생활이 빠듯하다는 이 바닥에서 그는 20년이 넘게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만 고집해온 화가답게 그는 지역의 40대 화가 중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다.
게다가 TV인기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등에서 그의 작품과 글씨가 전파를 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솔직히 작품이 드라마를 통해 홍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무척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작가가 시류에 영합한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어 꺼려지기도 하지요". 사실 이씨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것은 대중적 인기의 계기가 됐던 2000년의 '가을동화'가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아침드라마 '초원의 빛'과 99년 일일연속극 '사람의 집'으로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작품은 계속 TV에서 선보였다.
이씨의 작품이 드라마에 자주 쓰이는 것은 그의 독특한 화풍 때문이다.
그는 "방송사의 미술감독이 전시회에 와서 작품을 감상한 뒤 낭만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 동화적인 감수성이 풍부하다며 작품을 주문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크릴 물감을 즐겨 사용한다.
이유는 유화보다 빨리 마르기때문이다.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순발력 있게 형상화하는 데 아크릴은 더없이 좋은 재료이며, 무거운 이야기일수록 가볍게 해야 한다고 믿는 그의 생각에도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아크릴은 적격인 셈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감각과 감수성이 넘쳐난다.
이씨의 그림 속 로맨틱한 소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그림 속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수동의 그림에는 그 여자, 그 남자, 그 나무, 그 호수, 그 돌, 그 달 등 낯익은 '그것들'이 겹치기 출연한다.
"제 그림 속에는 100여명의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마치 영화감독이 어떤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배우들을 캐스팅 하듯 익히 알고 있는 사물들을 적절히 활용하지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서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젊었을 때에는 그림만 전업을 하면서도 생활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1년에 전시회 한두 번 가지고는 가정을 꾸려가기 힘들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돈 벌기 위해 상경합니다".
하지만 그가 서울 진출을 꾀하는데는 다른 뜻도 있다.
서울에서 작품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송아당 화랑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 "대구 대표선수로 대구미술의 활로를 뚫기 위해 떠납니다.
제가 그곳에서 기반을 잡는다면 지역 후배들이 서울과의 교류 또한 쉽지 않겠어요". "부담이 큽니다.
사실 모험이지요. 하지만 5년 안에 기반을 잡고, 15년 내에 금의환향할 각오입니다.
괜찮은 모범답안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지요".
끝없는 눈밭을 걸어가는 생머리 여인처럼 그의 도전은 시작됐고, 끝없이 펼쳐진 들판 중간에서 만난 남녀의 기쁜 해후처럼 그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의 말대로 모험에 가까운 서울도전기가 지역 미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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