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비행기 100돌

서양의 천사(天使)는 날개로 하늘을 날지만 우리의 천녀(天女)는 구름을 타고 천의(天衣)로 난다.

서양의 문명을 낳은 희랍의 풍토가 해양성이어서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의 날개로 비상(飛翔)에의 꿈을 만족시켰고, 우리의 풍토는 산악성이라 산마루를 넘어가는 구름에 그 꿈을 실었다는 풀이도 있다.

하지만 그 꿈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하늘을 지배하는 초월자의 영역을 침해하는 일이므로 번번이 그 비상에의 꿈은 좌절되거나 응징을 받게 됐는지도 모른다.

희랍 신화 속의 이카로스도 밀랍으로 밀착시킨 날개로 하늘을 날다 밀랍이 녹아 추락했다.

○...우리나라에도 비행에 대한 옛이야기가 더러 있다.

조선조 실학자 신경준(申景濬)은 한 진주 사람이 함께 갇혀 있던 가족들을 '나는 수레'에 태워 진주성에서 30리 밖으로 날았다는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역시 실학자인 이규경(李圭景)도 한 원주 사람이 하늘을 나는 수레를 만드는 책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거기서 본 비행 원리를 적어 남겼다.

하지만 비행기는 결국 서양에서 들여왔다.

○...오늘은 비행기 발명 100돌날이다.

라이트 형제(형 윌버, 동생 오빌)가 나무틀에 천을 달아 만든 플라이어호를 1903년 12월 17일 미국 키티호크에서 오빌이 조종해 12초 동안 36m의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날이기 때문이다.

1783년 10월 프랑스의 몽골피에가 만든 기구(氣球)를 로지에가 타고 하늘을 난 게 최초의 기록이나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가솔린 기관을 달아 비행의 꿈을 실현했다.

○...비행기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텔레비전과 함께 비행기는 문화의 균질화를 가져와 세계를 밀접하게 만들었으며, 신소재와 컴퓨터.기계기술의 발달은 비행기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1937년엔 제트엔진이 개발돼 속도의 혁명을 낳았으며, 1980년대엔 레이더망에 안 잡히는 기종이 등장했다.

이젠 비행기 조종석에 자동항법 시스템이 빼곡이 들어찰 정도로 첨단화됐다.

그래서 비행기는 현대문명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비행기가 인류에게 이바지한 바는 실로 눈부시다.

세계가 1일 생활권으로 탈바꿈하게 했고, 음속 2배의 기종을 비롯 800명을 태울 수 있는 여객기도 하늘을 누비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앞으로는 택시처럼 집 앞까지 갈 수 있는 소형 비행기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질병이 비행기 노선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되는가 하면, 전쟁 혁명은 물론 테러리스트들의 신형 미사일로 사용되면서 미증유의 공포를 낳고 있는 형편이다.

문명의 이기도 결국은 초월자의 손바닥 안에 있기 때문일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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