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갯내음 가득한 '구룡포 특산물 축제'

세모여서인지 겨울 햇살도 한층 약해진 느낌이다.

메마른 도시를 떠나 문득 갯내음이 그리울 때 가까이 동해바다로 나가보는 것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좋은 추억거리. 가족과 함께 무작정 차를 몰아 두어시간이면 닿는 동해에는 다양한 이름의 포구가 여행객을 반긴다.

구룡포(九龍浦)는 경북에서 만날 수 있는 동해의 포구 중 하나. 포항시내 형산강변을 따라가다 포스코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20여분을 내달려 병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구룡포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벌써부터 비릿한 갯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마을 곳곳에서 마주치는 과메기 덕장과 오징어 덕장이 구룡포에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구룡포의 풍광은 과메기와 오징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외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안도로 뒷쪽 골목길에 줄지어선 일본식 적산가옥과 산등성이에 비스듬히 자리잡은 구룡포공원과 민가를 빼놓을 수 없다.

비린 과메기 냄새를 맡으며 구룡포파출소가 있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일본식 적산가옥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모 방송사 인기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가 될 만큼 일본의 옛거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타임머신을 타고 1920년대로 되돌아온 느낌이 든다.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은 조선 여인과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이 옆을 스쳐가고, 한량을 태운 인력거가 기방으로 내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요즘은 주변에 신식건물이 들어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본식 적산가옥을 원형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아마 전국에서 구룡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가옥을 끼고 70여개의 돌계단을 오르면 구룡포공원이 나온다.

공원보다는 뒷동산이 더 잘 어울릴 것같은 이 곳은 당시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이다.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구룡포항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리같은 겨울 햇살이 새파란 바닷물에 튕겨 갈매기 날개에 꽂히면 갈매기는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수면을 박차고 오른다.

운이 좋으면 수백마리의 갈매기가 하늘을 뒤덮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순백의 갈매기와 만선의 기쁨을 안고 돌아오는 고깃배를 보고 있노라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공원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눈에 밟히는 것이 일본인 공덕비다.

공덕비에는 지금의 호미곶 등대를 세우는데 공헌한 일본인을 기리는 비문이 새겨져 있었지만 일본인이 떠나간 후 이 곳 주민들이 치욕스런 비문을 시멘트로 덮어 버렸다.

차라리 비문을 덮지 말고 공원의 유래를 밝히는 내용을 떳떳하게 알려 후손들에게 역사교훈의 장으로 남겨두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이 곳에 자리잡고 살 당시만 해도 구룡포는 국내 최대의 포구였다.

옛날에는 인천 제물포보다 읍 승격이 빨랐으며 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4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번창한 어촌이었다.

고기잡이가 한창이던 그 당시에는 '구룡포엔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 1만5천명의 소어촌으로 전락했다.

고기잡이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오징어와 대게가 꾸준히 잡히면서 예전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구룡포 특산품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도 오는 27일부터 새해 1월1일까지 엿새동안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겨울 구룡포를 찾는 사람들은 이 시기를 맞추면 특산품축제와 새해 해맞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연말연시를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구룡포특산품축제는 과메기와 오징어, 피데기(덜말린 오징어), 대게, 성동쌀 등 이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축제한마당이다.

인기 연예인 초청공연과 노래자랑, 과메기 껍질벗기기, 마술공연, 각종 게임 등 풍성한 볼거리도 펼쳐진다.

구룡포는 한 해 동안 삶과 부대끼며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조용히 찾아와 묵은 것들을 훌훌 털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기에 썩 잘 어울리는 곳 중 하나다.

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가는 길

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 경주 또는 영천IC로 나와 7번국도를 타고 포항 시내로 들어온 뒤 형산강변을 끼고 포스코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20여분쯤 달리면 구룡포와 감포쪽으로 갈라지는 병포삼거리가 나온다.

병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바로 구룡포읍내와 포구를 만날 수 있다.

◆묵을 곳

인터넷(www.sunrisei.co.kr)에서 숙박정보를 찾으면 100여 곳의 민박과 여관 등 숙박시설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연말의 경우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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