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이, 얏, 야아-'.
어둠이 가시지 않은 16일 오전 6시30분 대구유도회관. 우렁찬 기합소리가 200여평의 유도장을 쩡쩡 울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에서부터 20대 대학생까지 14명이 전.후방 낙법에다 밀고 당기고 업어치며 쉬지않고 매트를 내쳤다.
격한 동작에도 마치 오뚜기가 쓰러지고 일어나듯 공격과 방어기술이 능수능란하다.
족히 60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어깨너머로 큰 원을 그리며 젊은 상대를 사정없이 내려친다.
젊은 회원도 자신보다 20~30세 많은 상대를 화끈하게 내치지만 매트에 나뒹군 대련자는 오히려 몸이 풀리는 듯 기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구르고 메치기를 1시간. 모두 거친 숨소리를 내뿜고 도복만 걸친 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2열로 늘어서 도복을 고쳐매고 상대에게 정중히 예를 표한 뒤 운동을 끝냈다.
이들은 대구유도회관에서 아침을 활기차게 여는 조유회(朝柔會) 회원들이다.
이 모임에서 가장 어린 김도영씨(21.대구한의대)는 "유도를 하면서 격한 가운데 부드러움을 배우고 연장자들에게서 예를 배우게 돼 4년째 운동하고 있다"며 유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조유회는 20대에서부터 60대. 초급에서부터 6,7단 고단자까지 30명이 운동을 하고 있다.
회원 모두 학창시절부터 취미로 운동을 시작했거나 주변 인사들의 권유로 입문한 동호회원들이다.
회원들은 일요일과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열성적으로 운동을 한다.
윤호진(51.자영업)씨와 정선(23.경북대)씨는 부녀간으로 수년째 도복을 입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윤호진씨는 6년 만에 5단에 오른 열성파이고 정선씨는 경력 3년의 초단. 윤정선씨는 "아버지와 함께 운동을 하니까 속마음을 더 쉽게 열 수 있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뿌듯해 했다.
또 "새벽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허비했을 시간을 활용하니까 하루일과가 알차진다"고 말했다
지난 달 6단에 오른 박정식(61)씨는 "외지에서 대구에 와 외롭고 힘든 생활을 잊기 위해 유도를 시작했는데 유도로 체력과 정신을 단련하니까 사회생활에서도 여유가 생기고 자신감이 솟는다"고 유도의 장점을 곁들였다.
고재덕(42.초단)씨는 운동을 시작한 지 8개월이 됐다.
그는 "나태해지는 것 같아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달이 지나니까 재미가 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유도마니아가 됐다.
이밖에도 50, 60대인 박수복 6단, 남규호 5단, 김계복 4단 등 유단자들은 탄탄한 체형과 균형잡힌 몸매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조유회를 지도하고 있는 김성근(79) 사범은 "유도가 격투기에 속하는 것 때문에 일반인들은 과격한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강함 속에 부드러움을 찾는 운동"이라며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유도정신은 바른 생활태도를 가르치고 건강에도 좋아 젊은이들이 배워볼 만한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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