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얼짱, 동거, 사극…. 올 한해 대중 문화계를 장식한 키워드다.
2003년은 그 어느 해보다 전파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각종 신드롬 열기로 뜨거운 한 해였다.
사회.문화. 경제 각 영역을 가리지 않고 새롭게 불거져 나오는 신드롬은 대중의 사회 심리를 읽어낼 수 있는 좌표가 된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문화 키워드를 중심으로 2003년 대중문화계를 돌아봤다.
◇ 누드
2003년 연예계의 화제는 단연 '누드집'열풍이다.
성현아, 김지현, 권민중, 고소영,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함소원 등 올 한해 누드집을 발간했거나 모바일로 누드가 공개된 연예인들은 줄잡아 10여명에 이른다.
1991년 가수 유연실이 '이브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누드집을 발간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후 10여년 만에 연예인들의 누드공개가 봇물을 이룬 것.
누드를 공개한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젊었을 때 아름다운 몸매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 누드 제작사들은 "일정수준을 넘는 예술적인 영상이나 그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한물간 연예인들의 '한번 떠보자'는 욕망과 대중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상혼이 만난 결과라는 지적.
한편 누드 열풍은 대중문화뿐 오페라, 무용, 미술 등 순수 예술계에도 몰아쳤다.
지난 9월 오페라 '리골레토'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등장해 질펀한 난교 파티를 연기했고 10월에는 미국 여성 무용수 모린 플레밍이 1시간 내내 알몸으로 춤을 추는 1인무 '애프터 에로스(After Eros)'를 공연하기도 했다.
◇ 퓨전 사극
'퓨전 사극'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거나 궁궐 내 권력관계를 둘러싼 피비린내 암투를 주로 다뤘던 정통 사극과는 달리 현대적인 감각과 스타일로 무장한 퓨전 사극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드라마 '다모'는 HD 고화질 영상과 현란한 액션, 현대극과 다를 바 없는 대사를 접목시키며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수랏간 생각시에서 궁중음식의 대가로, 다시 어의에까지 오르는 장금의 일대기를 그린'대장금'은 50%가 넘는 기록적인 시청률과 함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스크린에서도 퓨전사극의 유행은 대단했다.
신분제도와 성에 대한 도덕관념이 엄격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남녀의 에로틱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삼국시대 말기로 거슬러 올라가 걸쭉한 사투리로 역사적 비극을 희화하는 '황산벌', 조선시대 검객 옷만 걸쳤을 뿐인 코미디 '낭만자객' 등이 잇달아 선 보였다.
◇ 짱, 짱, 짱
올 한해 대한민국은 '짱' 열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2003년을 강타한 '짱'은 한마디로 '최고'라는 뜻. '얼굴이 짱'의 줄임말인 '얼짱'을 비롯해 노래짱, 작업짱, 안짱(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몸짱(몸매가 짱)에 이르기까지 '대단하다'는 것은 모두 '짱'으로 통했다.
특히 박한별, 임수정, 남상미 등 인터넷 '얼짱'들은 영화와 드라마, CF에 데뷔하며 연예계로 진출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얼짱카페는 회원 수만 40만 명을 넘어섰다.
또 최근엔 '전원일기'의 응삼이 역으로 유명한 박윤배의 젊었을 때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원조얼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짱'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은어. 우두머리를 뜻하는 '장(長)'에서 유래됐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 의해 '노짱'으로 불리면서 '짱'은 이상한 신조어가 아닌 친숙한 붙임말로 자리 잡았다.
네티즌이 만드는 스타인 '짱'에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참여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과 직접 스타를 만들어내는 네티즌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동거 신드롬
동거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보다 높았던 올 한해였다.
20대 동거 커플의 일상을 경쾌하게 그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음지 속에 묻혀 있던 동거가 공론의 장에 떠올랐다.
혼전 동거가 TV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로 선정돼 열띤 토론의 장이 벌어졌고, 회원수가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 동거 사이트가 유행했다
또 스물두살에 채팅으로 알게 된 아내와의 동거 일기를 모은 '블로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젊은 세대의 동거는 결혼의 대안, 애정의 확인 혹은 경제적 고려 등을 이유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 또 동거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는 동거 신드롬은 청소년들에게 동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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