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른 아침 출근길에 비가 내렸다.
차창밖 어둑한 하늘에서 차갑고 무겁게 내려앉은 대기 사이로 소리없이 내리는 비는 출근길의 조바심나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차 라디오에선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남성 듀엣 봄여름가을겨울이 부르는 이 노래는 자신감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삶이 힘겹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3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에게 노래 제목처럼 힘과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오히려 서글픈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한 해가 다가는 시점에서 1년을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기뻐하고 즐거워하기 보다는 슬퍼하고 분노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경기 침체, 실업과 취업난, 기업과 정치권의 부패, 심지어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 4강에 올랐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연이은 졸전까지….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마음은 답답해진다.
수출이 잘돼 경제가 그런대로 굴러가고는 있으나 내수경기의 침체로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내년 한국 경제가 5% 이상 성장할 것이며, 주식시장도 1천 포인트이상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으나 36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와 그에 따르는 내수 부진은 전망과 체감경기의 괴리를 크게 느끼게 하고 있다.
30대에 회사를 그만 두게 돼 '삼팔선'이라는 말도 나왔고, 안정적인 삶의 계획이 무너짐으로써 흔들리는 가정이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후 멈춰선 기차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좌절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백억원대의 대선 불법정치자금이 오가고 그 와중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의 모습들을 보면 정말이지 한숨이 나오고 개탄스럽다.
서울 여의도에, 권위를 갖추려 한 듯 하지만 천박함을 감출 수 없는 국회 의사당 건물과 그 주위로 깔끔한 조경이 자리잡고 있지만 쓰레기가 묻혀있듯 그곳의 이런저런 썩는 냄새는 시급한 환경개선 대상이다.
자부심이 살아있는 이 지역에서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아가며 예산을 타내 살림을 꾸려가는 것도 참기 힘들다.
지방 분권의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그래서 더욱 불타올라야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좋은 소식들도 많다.
어렵지만 의지로 난관을 극복하는 이들과 이웃을 돕는 훈훈함 등등…. 최근 한 방송CF에서 좋은 뉴스만 나오는 TV는 없냐고 귀여움을 떠는 여자 모델을 봤다.
귀엽고 밝은 이미지로 부각되는 그 여자 모델이 한껏 밝고 귀여운 표정으로 발가락까지 꼼지락거리는 모습은 그 CF 출연으로 많은 돈을 받았을 그 모델이 귀여움을 지나치게 강조,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뉴스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 든다.
잘되고 있는 사안이나 현상 보다는 문제점을 지닌 사안에 주목하는 게 언론의 생리이긴 하지만 정치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뉴스를 전달하길 바라게 된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이 전달되기를…. 뉴스에 치여서 살다보니 웬만한 뉴스에는 잘 감동하지 않는 기자들도 때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뉴스가 전달되기를….
김지석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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