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기자의 영화보기-반지의 제왕3

피터 잭슨이 '물건'을 하나 냈다

'반지의 제왕' 3편 '왕의 귀환'은 1편의 판타지와 2편의 스펙터클을 세트로 묶었다.

스펙터클은 화려하고, 판타지는 맛깔스럽다.

마치 '영화란 이런 것'이란 전범(典範)을 던지듯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게' 상 차렸다.

제작에 각본, 감독까지 맡은 피터 잭슨은 시리즈에 강약 완급을 조절하더니 3편에선 왈칵 쏟아낸다.

20만명의 대군이 벌이는 대낮 전투장면은 특수효과와 스펙터클의 극점을 보여준다.

판타지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가 보여주는 웅장함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3편의 축은 두 갈래다.

'절대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외로운 고행을 하는 프로도 일행의 여정과 거대한 악의 군대에 맞서는 아라곤의 사투다.

프로도와 샘, 골룸의 여정은 반지를 빼앗으려는 골룸의 사악함으로 색깔을 입히고, 좀 단조롭다 싶으면 어느새 평원으로 자리를 옮겨 20만 대군의 거대한 전장으로 눈을 돌려 혼을 빼놓는다.

피터 잭슨은 두 축의 중심을 '골룸'과 '스펙터클'에 두고 192분을 끌고 간다.

반지에 미친 흉측한 괴물 골룸은 '불의 산'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반지에 집착한다

끊임없이 샘과 프로도를 이간질하며 2편에 비해 훨씬 사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마지막 용암 속에서조차 반지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을 스미골로 시작하는 것도 3편에서 골룸이 차지하는 비중을 엿보게 한다.

한적한 호숫가. 낚시를 하던 디골이 호수 바닥에서 반지를 건져온다.

욕망의 화신이 된 스미골은 디골을 죽이고 반지를 차지한다.

긴 러닝타임을 이끄는 드라마는 골룸과 샘의 갈등이다

골룸과 프로도가 양면의 거울처럼 변하는 가운데 샘만은 끝까지 프로도를 지키는 우직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볼거리는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이다.

오르크 군대가 20만명으로 늘었으며 거대한 코끼리 올리펀트가 전장을 휘젓고, 하늘에서 나즈굴의 익룡괴물이 인간 군대를 공격한다.

곤도르 왕국의 수도 미나스티리스 성에서 벌어지는 투석전의 특수효과는 워낙 정교해 흠을 잡기 어려울 정도다.

시간이 없어 2편에서 악의 사신으로 나왔던 사루만의 최후를 뺄 수밖에 없었다는 감독의 말에 비해 후일담이 지루할 정도로 긴 것은 흠이다.

그리고 반지가 용암 속에서 사라지면서 모든 갈등과 역경이 한꺼번에 해소된다는 것도 '데이어스 엑스 마키나'(신의 등장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희랍극의 장치)같은 결말. 판타지의 태생적 한계다.

그런 단점들에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당분간은 DVD 확장판을 기다리는 재미로 지내야 할 것 같다.

김중기기자 lmto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