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의 벼랑 끝에 내몰린 부도 업체 근로자들이 합심해 법정관리를 졸업시킨 후 새 사주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힘찬 새출발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승용부품을 납품하는 경산시 진량지방산업단지내 아진산업(주). 지난 1976년 설립돼 서대구공단에서 1995년 진량산업단지로 공장을 이전한 후 부도가 난 1998년 8월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액이 350억원이 넘고, 코스닥에 등록될 정도로 탄탄한 중소기업이었다.
'잘 나가던' 이 회사도 경영진이 타 회사와 맞보증을 섰다가 잘못돼 은행권의 채권회수 여파로 부도가 났다.
경영진은 잠적했고 종업원들은 직장을 잃을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부도가 난 상황에서도 많은 종업원들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내 회사를 꼭 재기시킬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졌다.
첫 직장으로 18년 동안 근무중인 홍병석(44) 노조위원장은 "부도 이후 남아 있던 100여명은 이 회사를 꼭 살릴 수 있다는 일념으로 채권단이 장비를 가져갈까 봐 공장 전체를 에워싸고 자체 경비를 서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상여금 200%와 각종 수당을 자진 반납했다.
밤늦게까지 생산에 매진, 생산성은 부도 이전보다 10% 향상시킬 정도로 회사 살리기에 주력했다.
20년 넘게 자동차 부품 공장 밥을 먹으면서 생산 현장과 품질.노무관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이원찬(43) 총무전산팀장. 그는 "부도난 이후에도 생산을 못해 제때 납품을 못한 적이 없었다"며 "축적된 기술력과 관리.생산직(노-사)의 상호 신뢰감이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리게 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단합된 힘으로 매진한 결과, 2000년에는 (재)중앙노동경제연구원으로부터 근로평화상 본상(생산성 향상분야)을 수상했다.
부도 이후 5년 동안 70여억원을 적립해 재기의 발판도 마련했다.
드디어 지난 9월부터 시작된 기업 인수(M&A) 인가가 최근 결정됐다.
새 주인은 같은 진량공단내 자동차부품과 영상기기를 생산하는 (주)우신산업이다.
노조에서는 앞으로 3년간 무(無) 태업.무 분규로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고, 3년간 임금과 단협을 회사에 위임키로 약속했다.
이에 서중호(45) 대표이사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하면 된다'는 신념과 노사가 화합하면 못할 것이 없다"며 "앞으로 고용승계는 물론 투명경영을 통해 3년내 기업공개를 해서 이익을 종업원들에게 돌려 주는 등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인수를 했다는 서 대표이사는 "일본 도요타사로 직원연수를 계속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익은 환원하는 등 제2의 힘찬 도약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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