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립묘지

올봄에 퇴임한 주룽지 전 총리가 자신의 부패청산 10년적공(積功)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썩은 관료들이 판을 치자 지난달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목놓아 통곡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공산당과 금융계에 만연한 부패를 얘기하면서 "내 주변조차 관리못했다"는 이 75세 청백리의 통곡에 사람들은 밥먹던 젓가락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한다.

▲꼭 10년전 경제개혁과 부패청산에 착수했을 때 지방토호들이 반발하자 "내 관(棺)도 준비하라"고 했을 만큼 강직했던 주룽지. 그가 죽으면 어디에 묻힐까? 아마도 해답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같다.

덩의 유언은 "각막은 기증하고 남은 것은 해부용으로 쓴 뒤 화장해서 대해에 뿌려라"였고, 그의 뼈는 12억 중국인의 애도속에 대륙의 남쪽바다속에 흩어졌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사후(死後) 어디에 묻힐까? 당연히 국립묘지라는 대답이 나올 듯도 하고, "군부독재자는 안돼!"하는 소리도 따를 터이다.

YS와 DJ가 말년 측근들의 부패때문에 곤욕을 치렀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은 그것을 능가할 것이다.

전두환씨가 아무리 '내란죄의 수괴'로까지 단죄받은들 대통령 취임식에 여전히 초대받고, 조순형 민주당 대표까지 신임인사차 찾아뵙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니 그 또한 전직(前職)으로서의 예우는 앞으로도 변동사항이 없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는 한 인물의 철학과 행동을 평가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감투.직함에 함몰하는 경향이다.

정쟁(政爭)과 부패, 복지부동.무사안일같은 리더그룹들의 보신(保身)적 행태는 그래서 없어지지 않고 백년을 간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숨진 전재규(27) 연구원의 국립묘지 안장여부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다.

비록 그렇다해도 국립묘지에까지 모실만큼의 업적이나 자격이 있느냐는 얘기다.

보도된 대로 지금 서울과 대전의 국립묘지에 묻힌 일반인은 74명뿐이며 그것도 안익태.손기정씨 같은 '네임 밸류'가 높은 사람들이다.

과학기술자로는 화학자 이태규박사 단 한분이다.

▲그러나 선진외국의 경우 우리완 그 기준부터 다르다.

워싱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엔 대통령보다 탐험가의 숫자가 더 많다.

우주비행사 16명도 이곳에 잠들어 있다.

파리의 국립묘지 '팡테옹'엔 사상가 볼테르와 루소, 소설가 '빅토르 위고'와 '앙드레 말로'는 누웠으되 2차대전의 영웅 샤를르 드골과 미테랑 대통령은 눕지 못했다.

한국적 정서와는 딴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립묘지 안장기준 변경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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