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도 잘 가눌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골방에만 갇혀 있을 순 없잖아요".
17일 밤10시 북구 복현성당 내 지하강당. 지난 1999년10월에 결성된 '가톨릭 휠체어 선교회' 회원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 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월례회와 미사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회원들 중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중증 장애인으로 휠체어 없이는 단 한발짝도 움직이기가 힘들다.
이들은 회의 뒤 강당 앞에 모여 서로 손을 맞잡고 '해바라기'의 노래 '사랑으로' 와 찬송가를 불렀다
성당의 사제도 함께 노래를 불러 이들을 기쁘게 했다.
이들이 4년전부터 복현성당에서 모임을 갖게 된 것은 화장실과 목욕탕 등 모든 시설이 장애인들에게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데다 엘리베이트까지 설치돼 있고 문턱 역시 없어 성당내 모든 곳을 휠체어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 이 모임의 총무 이경철(41.세례명 이냐시오)씨는 "세상에 혼자뿐이란 생각을 하다가도 모임에 오면 활력을 되찾는다"면서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서로 나누고 정보도 교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회장을 맡었던 이병곤(51.세례명 요셉)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8명이었지만 오갈데 없는 장애인들이 하나 둘 모여 이제는 경북 경산시와 고령군, 달성군 등 대구 인근 지역의 장애인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복현성당 '가톨릭 운전기사 사도회'가 나서 이들이 사는 집에서 성당까지 태우고 오는 차량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성당은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식사와 각종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김도율(세례명 요셉) 주임신부는 "장애인들이 매달 한번씩 우리 성당에 모여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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