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후생연금 명부 공개 뒤 비판 거세-정부 나서라

일본정부가 1944년부터 지금까지 후생연금 명부를 관리해온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를 감춰온 일본이나 일제 징용자의 피해보상에 무관심해온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일본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93년까지 한국에 약 48만명의 명부만 제공한 뒤 더이상의 명부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외교통상부도 "일제시대 수형사실, 징병사실은 물론 당시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조회를 일본 정부에 요청했지만 자료가 멸실돼 더이상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는 것이 그간의 공식 입장이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최봉태(42) 변호사는 "징용자들의 인적 상황이 담긴 후생연금 명부가 일본정부에 의해 전산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후생연금 명부가 확인됨에 따라 2001년 법안이 제출돼 현재 계류 중인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안'의 국회 의결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새로 제기하는 것은 한.일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며 "하지만 후생연금 명부가 발견된 만큼 한국정부가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후생연금의 전액 반환에 앞장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변호사가 확보한 자료에는 1944년부터 시행된 후생연금보험법에 의해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징용자들도 임금의 11%를 강제로 공제당하고 있었고, 일제 패망 후 연합군사령부와 일본정부가 후생연금에 대해 사업주에게 보관을 하게 하고, 반드시 피징용자 본인에게 돌려주라는 공문도 들어있다.

이를 근거로 1988년 재일교포 최수현씨는 도쿄의 사회보험청에 문의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금액인 114만엔을 돌려받는 등 후쿠오카현 생활상담소를 통해 일본인 등 22명이 1천618만엔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150만~200만명에 달하는 강제 징용자들도 후생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최변호사는 "후생연금의 경우 재산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피징용자가 사망했더라도 가족들이 이를 승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삼일은 전국적으로 강제징용자들의 접수(전화 053-746-2032)를 받아 조만간 일본에서 집단 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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