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형참사현장과 기자

한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친 19일 밤 9시쯤. 1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경북 청도군 버섯농장 화재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일을 당했다.

"당신이 기자야? 최소한의 애도의 마음은 가지고 있는 거야? 검은 리본 정도는 달고 취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한 유가족의 가시돋친 항의의 말이 쏟아졌다.

"미안합니다.

급히 오느라 경황이 없어 미처…"라고 대답은 했지만 술기운까지 오른 유가족의 분은 수그러들지 않고 30분가량 불만을 터뜨리다 주위 사람의 만류로 겨우 숙소로 되돌아갔다.

취재에 바빠 그 유가족의 항의를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뒤끝은 개운치 못했다.

참사 현장에 투입되는 기자들의 취재 자세를 한번쯤 생각해 보도록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삼풍백화점 붕괴나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대구지하철사고 등 대형 참사때 기자들의 취재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과연 유가족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는지 자못 궁금했다.

오로지 '특종'을 찾으려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뒤로한 채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너무나 쉽게 질문을 던지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청도군 버섯농장 화재는 시골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 정도가 더 했을까? 유족들의 기자들에 대한 불만은 극도로 높아져 있는 듯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유가족은 "'누가 죽었어요?' '몇 살이에요?' '지금 심정이 어떠세요?' 등 기자들이 무심코 뱉는 수많은 질문들이 유족들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입니다"라며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요즘 널리 회자되고 있는 한 개그맨의 유행어 '이건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거예요'라는 말이 유가족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대형참사때 기자들의 취재태도는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추위도 아깝지않은 교훈을 얻은 밤이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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