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이 場外투쟁하듯 해서야

"어젯밤은 대통령 선거(유세)가 다시 시작된줄 착각한 밤이었다" TV뉴스를 본 몇몇 시민들의 코멘트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 등 친노단체가 주최한 대선승리 1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승리했으나…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저를 흔들었다"며 다시한번 뛰어달라고 외쳤다.

상생의 정치를 포기한듯, '열렬한 노사모'를 통해 내년 총선과 꽉막힌 이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노 대통령 고집의 일면을 보인 것이다.

또 같은날 오후 강원도에선 느닷없이 자신의 대선자금 총액이 "합법.불법 통틀어 350억~400억원 정도"라고 밝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까지 한때 발칵 뒤집어 놓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엮어낸 동시다발적인 이 두 건(件)의 돌발사태는 노 대통령 정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본란은 느낀다.

어제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우왕좌왕'에 국민들도 무릎을 쳤을 터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의 침체, 추락하는 인기, 거대야당과의 힘겨운 대결에서 스트레스를 되게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고기가 물을 만난듯 노사모에게는 '우리', 야당에게는 '그들'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써가며 야당을 공격했다.

장외(場外)투쟁 나선듯한 대통령의 목소리가 결코 통합과 포용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는 데서 가슴이 아프다.

그것은 5공(共)시절 '우리가 남이가'의 외침과도 같았다.

대통령쯤 되면 특정정당이나 사조직의 대표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는 없다.

설사 기댈 곳이 그 곳밖에 없다고해도 대통령은 전국민을 향해 호소하고 "믿어달라, 도와달라"고 외쳐야 한다.

대표적인 시민단체 10곳이 참여정부 10개월에 '낙제점'을 주고있는 데도 계속'큰 변화로 가는 불가피한 과정'이라 강변하고 지지세력들과 건배만 외쳐서는 곤란하다.

노 대통령은 결국 이날의 돌출발언에서 자신과 야당의 싸움이 깨끗함과 더러움의 싸움이 아니라 '겨묻은 쪽'과 '똥묻은 쪽'의 싸움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더 더욱 내편만 끼고 도는 정치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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