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순수의 새 옷으로

정장을 유난히 싫어했던 필자가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벗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캐주얼 차림으로 사무실에 출퇴근하고 손님을 만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조용히 부르더니 "앞으로 사업 제대로 하려면 정장을 하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달갑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업가가 된다는 것, 그것은 내적인 모습과 외적인 모습이 공존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눈과 말투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 준다면, 옷매무새는 그 사람의 품위와 항상 준비된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바쁘다는 핑계로 지겨운 일상을 반복하듯,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다가 모처럼 정성스럽게 새 옷을 한 벌 구입했다.

어떤 옷이 좋을까 고민 끝에 아내가 골라주는 정장을 선택했다.

새옷을 입는다는 것은 무척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내심 '멋진 옷만큼이나 내 마음도 멋질까?'라며 되돌아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

다시 돌아가 보면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다시 돌아가 보면 뭔가를 잡을 수 있을까?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달마다 재미있는 의미를 부여해 놓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고 부른다.

이제 소유라는 무거운 옷을 잠시 벗어 놓고 새로운 인식을 꿈꾸는 새 옷을 입어야겠다.

버려 두었던 혹은 입고 있었던, 오래 되었지만 정갈한 순수라는 이름의 새옷으로 갈아입을 때의 기분, 새로움이 들어설 마음의 공간을 마련하여 이제부터 정성으로 새옷을 입어야겠다.

김종원 문화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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