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멍난 방역체계.전문인력 부족 심각

지난 15일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조류독감)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주범은 허술한 방역체계와 전문 축산인력 부족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주무부서인 농림부는 정확한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해외에서 수입한 농축산물을 통한 유입 또는 철새나 농축산물 유통 차량에 의한 전파 등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인체 감염가능성까지 제기되었지만 닭.오리고기는 충분히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공식발표 또한 늦어 닭.오리고기 전문식당, 가공공장들이 소비부진으로 부도 직전의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조류독감이 전국으로 확산된 21일에야 고건 국무총리와 허상만 농림부 장관, 축산관계 공무원들이 서울시내 삼계탕집에서 시식회를 여는 등 뒤늦게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이번에 발병한 경주 안강의 닭과 오리는 모두 조류독감이 발생한 충북 음성과 전남 나주에서 사들였는데도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못했다.

경북도는 최근 충북 음성군의 조류독감 발생 농가로부터 닭을 들여온 도내 안동, 구미, 상주 등 5개농가의 조류에 대해 임상 및 혈청검사를 실시한 결과 12만5천마리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주에서 조류독감 양성판정을 받은 이씨 농장에서도 지난달 말 충북 음성군 강곡면 우암농장에서 산란용 중닭 3천150마리를 들여왔지만 도에서 추적관리를 제대로 하지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이 가운데 일부가 산란율 부진과 함께 폐사하는 등의 증세를 나타내자 뒤늦게 방역대책에 나섰다. 특히 경북도는 22일 새벽 경주 안강지역 농장들의 닭에 대해 조류독감 양성 판정이 내려졌는데도 이러한 사실을 22일 오전까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염경로 조사도 미궁에 빠졌다. 특히 처음 조류독감이 발생한 충북 음성군 인근은 거의 역학조사를 마친 상태였지만 21일 충남 천안의 종오리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되자 충북 음성의 감염농장들과의 연관관계 규명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청둥오리 등 철새에 의한 감염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않는 오리에 감염돼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류 독감은 가금류뿐 아니라 철새 등 모든 날짐승에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경북도도 조류독감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낙동강 철새도래지에서 새의 분비물을 채취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축산 전문인력 부족도 방역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주시의 경우 지난 1998년11월 축산과가 수산과와 합병돼 축수산과로 명칭이 바뀌면서 축산 전담 직원은 수산분야 직원의 절반 수준인 8명에 불과할 정도로 축산행정이 푸대접받고 있다.

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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