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칼럼-달리기와 건강

한겨울임에도 겹겹이 중무장을 하고 운동장이나 공원 길을 달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달리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각양각색이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는 대답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 많은 운동을 제쳐두고, 힘들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달리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매혹되어, 시간만 나면 뛰어다니는 현상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기는 힘들다.

혹자는 뛰다 보면 엔돌핀도 분비되고, 저산소증의 몽롱한 상태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뛰는 사람들의 땀과 의지를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치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3개월동안 주5회 러닝머신 운동이 치매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운동의 효과가 입증됐다.

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운동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일까? 건강을 위한다는 것 외에, 뛰는 내내 자신과의 대화를 하거나 자신도 잊는 무심의 상태를 경험해 봄으로써 나를 새롭게 느껴본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직장에서의 업무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계획도 세워보다가 이윽고 생각은 오직 하나, 얼마나 더 뛸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지게 된다.

1km만 더, 저 앞의 전봇대까지만 등등….

뛰다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 문득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생각이 새롭게 떠오르는 것을 느끼기도 하는 것을 보면, 몸을 괴롭혀 정신을 맑게 한다는 자기 성찰의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또 스스로의 목표를 정하고 수정하고 성취하는 데서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는 자기 수련의 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뛰는 것은 다른 운동과는 또다른 색다름이 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잘 뛰게 되었더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금방 실력이 줄게 마련이다.

따라서 뛸 때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식을 느껴야 하는 운동인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는 스스로의 한계 안에서, 뛰는 사람의 땀과 의지를 통해 얻어지는 성취감을 목표로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에 언제나 목표의 수정이 가능하다.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뛰면서 수없이 멈춰버리고 싶은 한계를 느끼게 되고, 결승점에 가까이 갈수록 한걸음이 더욱 힘들어져 다시 뛰고 싶은 생각이 없다가도,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새로운 대회를 찾게 되는 것은 열심히 뛴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한 대회를 마감하며 새 대회를 기대하듯,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뛰며 새로운 한 해에 더욱 큰 기대를 갖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형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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