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교회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에게 성탄절은 일년 중 가장 큰 축제였다.
성탄 준비는 교회 마당 큰 나무에 트리 장식을 하고 교회 학교 성탄발표회 준비에서 시작된다.
요즈음에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너무 바쁜데다 방학도 늦어져 성탄발표회가 도리어 짐이 되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 시절엔 12월 한달 내내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 성탄이 기다림의 계절임을 절로 알게 됐다.
교회가 대형화되고, 마이카족이 급증하면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성탄새벽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서 새벽송을 돌았다.
문앞에서 성가를 하면 과자나 떡, 과일 같은 작은 선물들을 주었는데 쌀자루에 모아온 선물들을 예배를 마친 성탄 오후에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가서 함께 나누는 것으로 성탄 행사가 끝났다.
기부금 납입증명서조차 필요치 않은 낮은 연봉의 월급쟁이에게 천억원이 넘는 불법 대선자금의 헤드라인 뉴스는 딴 나라의 그것처럼 보인다.
TV 속 넘쳐나는 빨간색 산타들의 연말특집이나 휘황찬란한 트리 속의 사람들도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는 기독인이든 아니든 우리 일상의 삶에서 축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성탄 특수대목이라고 부추기는 소비의 욕망은 가난한 이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인사해야 할 사람들에게 카드 한 장 달랑 보낼 수 없게 하여 주눅들게 만든다.
성탄절의 선물 나누기 유래는 자기 집을 푸른 나무와 등불로 장식하고 자녀들과 가난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던 로마인들의 설날풍습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탄절의 선물은 인사치레나 뇌물로서가 아니라, 나눔으로서의 의미이다
가난한 자들과의 나눔이기 보다는 가난한 자들의 나눔이다.
성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역사적 삶에 비추어 볼때 오늘의 성탄절은 마치 주인공 없는 생일잔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몸 누일 곳이 없어 마굿간에서 태어나고 화려한 삶과 지배하는 왕으로서의 구원자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친구이고, 삶에 지친 자들에게 해방이 되고, 빛과 자유가 되었건만... 백 번을 양보해도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으로서의 '크리스마스' 속에 주인공인 예수님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세상 모든 사람이 구입하는 것 같은 포장된 상품으로서의 '크리스마스'를 못 산다고 괜히 주눅들지 말자. 그리고 미안해하지 말고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작은 생일잔치를 열자.
안미현(함께하는 주부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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