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사담 후세인 이후 이라크

미군의 포로가 된 사담 후세인의 초췌한 모습이 TV에 방영되면서 세계의 이목은 앞으로 이라크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앞으로의 이라크 정세는 사담 후세인이 오리무중에 있으면서 미군에 대한 저항을 격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때보다는 훨씬 예측하기 쉽게 되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당분간은 후세인의 재판이 진행될 것이며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불안이 계속되고, 테러는 오히려 단기적으로 더욱 격화될 가능성마저도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라크의 정세는 한발자국씩 안정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첫째, 아랍권의 대미 적대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랍권의 대미 적대감은 미국의 대중동 정책, 즉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그 기초를 두기 때문에 사담 후세인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대감의 존재와 테러 상황은 별개의 문제다.

왜냐하면 테러 행위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적대감뿐만 아니라 조직과 자금을 가진 적대세력이 존재하고 이 세력이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테러를 자행해 온 세력의 압도적 다수는 후세인 시절의 기득세력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과 이라크인 다수는 후세인이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 이외에도 극한 상황에서 자살하지 않고 초라한 모습으로 미군의 검증에 순순히 응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면서 그를 다시 이라크의 영웅으로 추대할 희망을 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테러 상태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알카에다와 같은 다른 테러 세력이 이라크 안으로 잠입하여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후세인 체포 이후 나타난 국민들의 반응으로 보아 아직 속단하기 이른 것 같다.

둘째, 미국이 추진하는 이라크의 정치조직 재편과 경제 재건 움직임이 어느 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거기에 UN을 위시한 국제사회, 특히 구라파 등의 협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인지도 관건이 된다고 하겠다.

이 일 역시 어려운 일이나 잘 안될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아직 없다.

셋째, 앞으로 이라크 사태의 진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서 미국은 아랍과의 우호관계를 위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도와주는 쪽으로 외교 노력을 경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듣고 있다.

넷째, 중동 전역에 있어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갖겠느냐 하는 것이다.

테러전쟁은 비대칭적 전쟁이므로 한쪽이 크고 강하다고 해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 또한 전쟁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얼마만큼의 자원과 결의를 이 전쟁에 투여하는가가 중요하다.

도덕적으로 후세인보다 조금도 나을 리 없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택한 것을 보고 미국의 중동에 대한 대테러 결과가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실감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에서 하나 둘씩 테러를 도와줄 수 있는 나라를 차단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 관계에 있어서 오히려 우려되는 요인을 찾으려면 이것은 이라크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 국민의 여론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약 이라크 사태가 상당기간 잘 풀리지 않고 미군의 희생이 계속된다면 미국 국민은 인내심을 잃고 미국 정부로 하여금 형식적인 자치조직만 구비되면 조기에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후세인과 같은 인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라크 사태가 낭떠러지서 굴러가듯 급격히 퇴보할 수 있다.

이러한 사태는 2004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급진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놓고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오늘날 세계정세는 어느 지역 하나 장기적으로 확실한 지역이 없듯이 이라크와 중동 사태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라크에 관하여 합리적 전망을 한다면 사태는 강자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큰 그림을 볼 때 미국이 그토록 희생을 감수하고 만들어 놓은 상황을 쉽게 포기하고 나오게 될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거기에 이스라엘도 있고 석유도 있고 또한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신도 있기 때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