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가 돌아왔다.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바람을 타고 온 철새들을 경남 남해군 강진만 갯벌에서 어린이들이 맞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20일과 21일 자연체험장인 '남해갯벌생태학교'에서 주최한 이번 '2003 겨울탐조캠프'에 참가한 39명의 초등학생들이다.
갯벌에서 만난 친구들의 날갯짓에서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을 떼지 못했다.
◇반갑다, 철새야="선생님 저 새는 이름이 뭐예요?".
"저 새는 '쇠오리'야. 저기 깃털색깔이 예쁜 새가 수놈이야. 새는 남자가 더 아름답단다".
21일 오전 8시쯤 강진만 입편 매립지. 강진만의 푸른 바닷물을 뒤로 한 제방위에서 아이들은 앞쪽으로 펼쳐진 매립지를 연신 필드스코프(탐조용 망원경)로 훑고 있다.
"고방오리다!" "검은머리 흰죽지다!" "청둥오리다!", 저마다 좋아하는 새를 포착하면 소중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흥분이 이는 표정이다
정성훈(10)군은 "청둥오리가 색깔이 예뻐 제일 좋다"며 "책에서만 보던 철새들을 가까이서 보니 너무 예쁘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곳 입편 매립지는 찾아오는 철새들의 종류나 숫자는 비교적 적지만, '검은머리 흰죽지'같은 희귀 철새가 집단으로 찾는 곳이에요". 남해갯벌생태학교 장민주 강사는 아이들의 잇단 질문에 뛰어다니며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원래 바다이던 이곳 입편매립지는 남해군측이 쓰레기 매립지 등 개발지로 활용키 위해 매립을 시작, 현재는 군데군데 습지가 널려 있다.
조만간 매립을 완료해 이곳 전부가 육지로 바뀔지, 일부 습지를 생태공원으로 남길지가 환경단체의 숙제로 남아있다고 한다
전날 교실에서 생태체험놀이를 하며 철새와 첫인사를 한 아이들은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철새들이 더 신기한 모양이다.
제방 저쪽 갈대숲에선 아이들이 철새소리지도를 그리고 있다.
매립지에 날아든 철새가 저마다 내는 소리를 도화지에 옮기는 것이다.
"꽥꽥" "꽉꽉" "쪽-쪽-", 철새들의 합창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한결 철새와 친해질 것도 같다.
◇갯벌.습지 그리고 철새=철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왕래하는 새다
여름동안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 산란한 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따뜻한 남쪽으로 날아온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겨울철새는 오리류, 고니류, 두루미류 등 모두 11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번식지인 북쪽땅으로 떠난다.
철새들에게 갯벌과 습지는 귀중한 안식처. 부산의 낙동강 하구, 속초 청초호, 서산 천수만, 충남 서산 난도, 철원, 제주 성산포,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등이 주요한 철새도래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부산 낙동강 하구는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먹이가 4계절 풍부하고 낙동강 하구의 넓은 개펄과 우거진 갈대밭이 철새들의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강진만 갯벌은 섬진강 하구와 하동의 갈사만, 사천강과 곤양천이 흘러드는 사천만 등 인근 생태계와 맞닿아 있으며 경상남도 갯벌의 약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설천면 일대 갯벌은 단일한 갯벌이 광범위하게 펼쳐진 서해와 달리 주로 펄과 모래의 혼합 갯벌이 펼쳐져 있으며 부분적으로 펄, 모래, 바위, 자갈 등이 혼재해 있는 '갯벌 박물관'이다.
◇환경파괴, 쫓겨난 철새=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잉태하는 높은 생산성, 오염 정화기능, 홍수.태풍조절 기능 등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이루어진 독특한 생태환경으로 인해 풍부한 종의 다양성을 이루고, 생태계의 항상성 및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각 자치단체들이 개발논리를 앞세워 갯벌이나 습지의 간척.매립사업을 강행하면서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있다고 한다.
남해환경운동연합 박한(34) 사무차장은 며칠 전 이곳에 찾아든 고니와 저어새를 발견했다며 잔뜩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인근에 광양제철이 들어서기 전만해도 더 많은 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났다고 한다.
이곳 입편 매립지에서 조금 떨어진 갯벌에도 조만간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일대의 주민들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는 판이니, 갯벌 지키기도 힘이 들어요". 그나마 검은머리 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청둥오리, 고방오리, 물떼새 들이 아직도 찾아오고 있어 갯벌이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위안할 뿐이라고 했다.
박언주 남해갯벌생태학교 교장은 "강진만 일대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머리 갈매기가 매년 100여마리 이상 발견되고 있는 철새의 보고"라며 "각 지자체들이 제2의 새만금의 비극을 낳지 않기 위해서라도 개발이익만 앞세워 갯벌과 습지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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