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집 지어 입주하던 날 아내 껴안고 눈물 바다"

"지난 14일 새 집에 입주하던 날, 아내와 함께 펑펑 울었습니다".

영양군 일월면 가천리 김은영(52.농업)씨는 태풍 매미때 자신의 집 뒷산이 무너져 내려 살던 집을 잃었다.

추석 다음날 밤 12시쯤, 억수같이 퍼붓는 비 때문에 대구서 추석을 쇠러 집에 와있던 4남매를 포함해 가족 6명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빗속에서 개는 계속 짖어댔고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에 가족들은 이웃 형님집으로 대피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여분 사이에 김씨의 집은 흙더미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까지 그대로 묻혀있다.

김씨는 "가재도구와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아내와 땀흘려 수확한 고추와 고구마, 감자 등 양식이 한톨도 남김없이 뻘속에 묻혀있다"며 한숨지었다.

김씨 부부는 졸지에 가진 것이라곤 입은 옷뿐인 신세가 됐다.

부인 강순남(48)씨는 "이웃에서 이불 한채를 얻어 수년째 빈집으로 있던 남의 집 온기없는 방에 들어가 누웠을 때는 참담했다"고 회상했다.

며칠동안 정신나간 사람처럼 우왕좌왕 하던 부부는 "그래도 우리가 몸은 성하지 않느냐"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용기를 냈다.

위로금 500만원과 주택복구 보조금 1천440만원을 손에 쥔 부부는 농협에 3천만원의 빚을 얻어 마을 빈집터를 구입, 25평짜리 새집을 지었다.

새 집을 지었으나 들여놓을 가재도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입주하던 날 이웃과 친·인척들이 밥그릇과 취사도구, TV를 선물하며 김씨 부부를 위로했다.

그래도 김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아직까지 컨테이너에 살고있는 같은 처지의 수재민들을 생각하면 미안할 따름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내년 농사를 위해 다시 조금씩 준비해야지요".

영양.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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