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10분의 1만 죽었지요

"너무 억울합니다, 답답한 농심(農心)을 살펴주십시오". 조류독감 발병으로 키우던 닭과 오리를 생매장당한 경주시 안강읍 육통 마을 양계농민들은 "이제 꿈도 희망도 모두 생매장됐다"면서 눈물로 밤을 지샜다.

농민들은 "충북 음성에서 처음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손을 쓰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농림부와 방역당국을 원망했다.

닭과 오리로 생계를 이어온 농가들은 "마른 하늘에 무슨 날벼락이냐"며 넋을 잃었다.

조류독감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경주까지 확산될 때까지 농림부와 방역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농민들은 "안일한 축산정책이 조류독감을 초래했다"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처분 첫날 이웃 농장에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오리 1만3천500수가 생죽음을 당하는 참혹한 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농민들은 닭에 사료를 주는 것도, 달걀 수집도 포기한 채 통제선 밖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생매장이 끝난 현장을 떠날 줄 몰랐다.

전국적인 조류독감 확산은 농림부가 수출시장 타격과 청정국가 이미지 유지를 위해 발병 사실을 숨겨온 때문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조류독감은 예방백신이 없다는 이유로 당국이 무대책으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처음 발생했을 때 이동을 막고 역학조사와 함께 철저한 방역에 나섰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경주시 노상율 축산과장은 "경주지역에서 사육 중인 닭 200만마리 중 살(殺)처분 대상이 10분의 1인 20만마리를 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10분의 1 수준에서 조류독감이 더이상 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미뤄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더 크다는 게 문제다.

박준현(사회2부)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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