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멈춰버린 시계, 오래 전 그때부터

머물렀던 분위기 남아

자주 찢어버리는 일지에

하루에 한 번씩 바람이 불고

그 자리엔 꽃이 피지 않는다.

불려질 뻔한 노래로

하루에 한 번 별이 뜨고

또 한 번씩 지는 달에

숫자를 새긴다, 삶의 먼지가 묻은.

성명희 '12월'

성명희 시인은 시에 대한 열정이 종교만큼이나 강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한동안 방황했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 그 방법을 찾은 것 같고 또 많이 성숙한 모습으로 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 시는 12월이 주는 의미, 곧 누구나 느끼는 허무와 비애라는 단어에서 벗어나 있다.

그냥 아무런 느낌이 없는 하루들과 그것에 숫자라는 의미를 준 상태의 하루를 특별하게 보는 시각이 특이하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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