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ree time-'꽃의 도시'中 광저우

중국은 역시 큰 대(大)자가 어울리는 나라다.

수평선이 아련히 보이는 넓디넓은 강, 하나같이 웅장한 건축물들, 아득히 뻗어있는 평원…. 이런 환경을 벗삼아 대륙을 호령하였으니 '세계의 중심'이라는 한족(漢族)의 옹골찬 배포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광활한 자연과 5천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 50여개가 넘는 다민족이 만들어낸 각각의 문화가 아우러져 중국여행은 식상하지 않다.

중국 광저우(廣州)도 그러했다.

화려했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적지에서부터 최신식 고층빌딩들로 빽빽한 도심, 산해진미를 실감케하는 헤아릴 수 없는 광동요리까지. 아직 관광지로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외국관광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새롭게 떠오르는 광저우의 매력 속으로 눈을 돌렸다.

광저우라는 도시는 우리들에게 아직 낯선 곳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 화난(河南)지방 최대의 도시이자 중국 전체도시 중 주민소득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큼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겨울에도 5℃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씨로 다양한 꽃이 만발해 '꽃의 도시'로, 홍콩과 가까워 화교들의 왕래가 잦아 '화교 도시'라고 불리는 등 별칭도 많다.

광저우의 여행포인트는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적지 답사. 처음 맞닥뜨린 곳은 연화산(蓮花山) 공원에 자리한 관음각. 3층 높이의 거대한 사찰 안에는 수백개의 팔을 가진 관음상의 근엄한 모습과 그 주위로 조그마한 관음상들의 갖가지 표정들이 관광객을 엄습한다.

'사진을 찍으면 불길하다(?)'는 가이드의 경고도 무시하고 그만 신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말았다.

3층에 올라서면 저 멀리 하늘을 찌를듯이 뻗은 연화탑과 그 뒤를 채우는 주강(珠江)이 눈 앞에 펼쳐진다.

관음각 바로 옆에는 동양 최대의 관음상이 금빛을 설파하며 우두커니 서있다.

'뻥, 뻥, 뻥'. 천지가 진동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뿌연 연기를 내품는 이들의 기도의식은 흡사 우리의 '뻥튀기'를 연상시킨다.

하염없이 내려가는 계단을 밟아갔다.

그러자 가파르게 깎인 수많은 암석들과 인공 연못들의 세상이 열린다.

하늘을 뒤덮는 그 웅장함에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사람의 몇십 곱절이나 되는 바위들은 제각각 날렵한 맵시를 뽐내고 있다.

이곳이 2천여년전에는 채석장이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문득 옛사람들의 고통 서린 표정이 눈 앞을 스친다.

옛 민중들의 피와 한이 스며든 암석들이 오늘날엔 하나의 볼거리로 받아들여진다니. 아이러니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새삼 씁쓸함이 남는다.

'백복도(百福圖)'와 같이 바위에 씌어진 글귀들이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한참 잡아끈다.

그러는 사이 어둠은 어느새 연화산 공원에 찾아들었다.

벼랑 끝 연자암(燕子巖)에서 환하게 떠있는 달을 지켜보았다.

달빛에 어린 누각에서 운치에 빠져보는 것도 이곳 관광의 또다른 흥미거리.

광저우에는 유서깊은 사찰들이 몇몇 있다.

남조 시대인 479년에 지어진 육용사(六榕寺)도 그 중에 하나다.

송(宋)대의 이름난 시인 소동파가 사찰 내 여섯 그루의 용수(榕樹)나무를 보고 육용이라는 휘호를 쓴 것에서 이 절 이름이 유래했다.

이 사찰의 볼거리는 도심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화탑(花塔). 높이 약 55m의 팔각형 건물인 화탑은 겉보기는 9층이지만 내부는 17층으로 되어있다.

탑 꼭대기에 오르면 자연스레 시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절 안에는 기다란 향을 들고 절하는 중국인들이 자주 보인다.

그 모습이 우리와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또 다른 유명 사찰은 진가사. 청(淸)대에 창건된 진씨 일족의 서원 유족으로 무엇보다 각 건물들에 세밀하게 장식된 목각이나 석각, 소조(塑造) 등이 볼거리다.

비록 빛은 바랬지만 각 조각마다 서유기.삼국지 등의 소설 배경을 새긴 것이라 조각들을 쭉 훑어가면 하나하나가 흥미를 안겨준다.

광저우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광동요리 체험'이다.

광동요리는 중국요리의 축소판이라 할만큼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이 압권이다.

특히 개.뱀.자라 등 독특한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음식은 새우.게 등 해산물을 재료로 쓰기 때문. 음식문화는 중국을 체험하는 데 필수적인 코스. 광동요리를 대표하는 광저우주가(廣州酒家)나 7층 높이의 대규모 음식점인 대동주가(大同酒家), 연못과 정원이 멋있는 북원주가(北園酒家) 등에서 만찬을 즐겨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특혜가 아닐까. 뭔가 특별한 음식을 원한다면 뱀요리 전문점인 사찬관(蛇餐館)을 들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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