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픔 극복은 사랑으로"

"우리도 가슴에 아픔을 안고 살지만 이 아이들도 남다른 아픔이 있겠지요".

대구지하철 참사로 가족을 잃어버렸던 유가족들. 이들중 일부가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대구의 한 보육원을 찾아 '사랑 나누기'를 했다.

24일 오후 지하철참사 희생자 유족인 강달원(42)씨 등 6명은 다른 유족들과 함께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선물을 가득 들고 사회복지법인 육영학사(대구시 동구 신평동)를 찾았다.

육영학사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족의 품에서 떨어져나온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머무는 보육시설.

이날 유족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온 세상이 축제분위기에 젖어있지만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보육시설 원생들에게 잠시나마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

유족들은 "지하철 참사때 사랑하는 어머니와 남편.아내.자녀를 잃은 뒤 혈육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새삼 느꼈다"며 "성탄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서로 나누다 보육시설의 어린이들이 떠올라 잠시 손이라도 한번 잡아줄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또 참사 후 대구 시민과 전국에서 보내왔던 위로와 사랑을 사회에 다시 되돌려준다는 마음도 있었다는 것.

지하철참사때 어머니를 잃은 강씨는 "같이 돕고 사는 것이 인정 아니겠느냐"며 "이 시설에서 지내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그래도 따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을 참사로 한꺼번에 잃은 한 유족(35)은 준비한 학용품을 한 어린이의 손에 쥐어주면서 숨진 아들을 떠올렸는지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돌리기도 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이정구(63) 육영학사 원장은 "며칠전 참사 유족들이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받고 '자신들의 마음도 저릴텐데 여기까지 눈을 돌린다는 것'에 다소 놀랐다"며 "이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면서 '사랑나누기'의 참뜻을 이해하게됐다"고 말했다.

이들 유족은 이날 육영학사에 어린이 학용품, 라면, 세정제, 휴지 등을 전달한데 이어 29일에도 북구 칠곡지역의 양로원에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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