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논술특강-신자유주의적 문화현상

문》다음 글들은 '신자유주의의 특징 및 문화와의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시문을 참고하여 '신자유주의'란 무엇인지 서술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문화 현상들 가운데 신자유주의적 문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논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1,200자 ±100자)

[가] 부르주아지(유산 계급)는 생산 도구들에, 따라서 생산 관계들에, 그러므로 사회적 관계들 전체에 끊임없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다.

이와는 반대로, 이전의 다른 모든 산업 계급들에게는 낡은 생산 양식의 변함없는 유지가 그 제1의 존립 요건이었다.

생산의 끊임없는 변혁, 모든 사회 상태들의 부단한 동요, 항구적 불안과 격동이 부르주아 시대를 이전의 모든 다른 시대와 구별시켜 준다.

굳고 녹슨 모든 관계들은 오랫동안 신성시되어 온 관념들 및 견해들과 함께 해체되고, 새롭게 형성된 모든 것들은 채 정착되기도 전에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모든 신분적인 것, 모든 정체(停滯)적인 것은 증발되어 버리고, 모든 신성한 것은 모독당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침내 자신의 생활상의 지위와 상호 연관들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생산물의 판로를 부단히 확장하려는 욕구는 부르주아지를 전 지구상으로 내몬다.

부르주아지는 도처에서 뿌리를 내려야 하며, 도처에서 정착하여야 하고, 도처에서 연계를 맺어야 한다.

부르주아지는 세계 시장의 개발을 통해서 모든 나라들의 생산과 소비를 범세계적인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부르주아지는 공업의 발 밑에서 그 민족적 기반을 빼나가 버렸다.

오래 된 민족적 공업들은 파멸되었고, 또 나날이 파멸되어 가고 있다.

이 공업들은, 그 도입이 모든 문명 국가들의 사활 문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공업들에 의해, 즉 더 이상 현지 원료를 가공하지 않고 아주 멀리 떨어진 지방의 원료를 가공하는, 그리고 그 제품이 자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들에서 동시에 소비되는 공업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국산품에 의해 충족되었던 낡은 욕구들 대신에 새로운 요구들이 등장하는데, 이 새로운 요구들은 그 충족을 위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들과 풍토들의 생산물들을 요구한다.

낡은 지방적 및 민족적 자급 자족과 고립 대신에 민족들 상호간의 전면적 교류와 전면적 의존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는 물질적 생산에서나 정신적 생산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개별 민족들의 정신적 창작물은 공동 재산이 된다.

민족적 일면성과 제한성은 더욱더 불가능하게 되고, 많은 민족적.지방적 문학들로부터 하나의 세계 문학이 형성된다.

-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에서

[나] 신자유주의적 유연 축적이 취하는 전술의 하나는 자본의 회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자본이 더 빨리 회전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생산만이 아니라 특히 소비가 촉진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와서 디자인과 광고와 같이 소비를 촉진하는 기술이 발전하였고 또한 그 부분의 경제적 활동이 많아졌는데 이런 활동은 중요한 문화적 함의가 있다.

오늘날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의 만연 현상이나 문화적 기호들의 범람, 거리 풍경의 스펙터클화는 자본 축적 운동의 문화적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소비의 촉진과 판촉활동의 증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광고 매체로 활용하는 방식으로도 나타나며(티셔츠에 찍힌 상품 광고 등), 특히 일상적 움직임의 가속화 현상을 추동한다.

불황이 지속되어도 밤품경이 그 화려함을 잃지 않는 것이나 과소비가 그치지 않는 것도 유연적 축적에 따른 소비의 절대적 필요 때문이다.

동시에 회전 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내구재 상품만이 아니라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상품의 대대적인 소비를 촉진하고 일회로 생산과 소비가 종결되는 행사(events)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한다.

이로 인하여 유연적 축적이 일어나는 곳은 '즉흥성과 일시성'이 일상을 지배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시간 단축은 스타일, 동작, 세태 등이 현란함, 경박성, 경쾌함 등의 특징을 띠게 하며, 전반적으로 삶의 가속도 현상을 만연시킨다.

오늘날 문화를 빛의 논리, 또는 시각 문화가 지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예컨대 1980년대말 이후 한국 대중 음악의 음속이 빨라진 데서 그런 경향이 확인된다.

랩풍 대중 음악의 출현이 증명하고 있는 음악에서의 가속 현상은 음향 예술에 대한 시각 문화의 지배로 더욱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시각 문화의 원료라 할 빛은 일초에 300여 미터밖에 전달되지 않는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빨리 이동한다.

서태지든, HOT든 김건모든 모두 '코디'를 중시하고 하나같이 음악에 시각적 효과를 불어넣고자 춤을 동반하는 것은, 빛의 요소 혹은 시각 문화적 요소를 비시각 문화에 도입하여 속도를 증가시키고 있는 사례이다.

- 강내희, '신자유주의와 문화'에서

[다] 되돌아 보건데 1960년대 중반부터 일찌감치 포디즘 내부에 심각한 문제들의 기미가 보였던 것 같다.

그 때에 이르러 서부 유럽과 일본의 복구는 완료되었고, 이 나라들의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자국 잉여 생산물의 수출 시장이 개척되어야만 했다.

(중략) 더 일반적으로 말해 1965~1973년의 시기는 자본주의 고유 모순을 간직하고 있는 포디즘과 케인즈주의의 무기력함이 더욱 뚜렷해진 시기였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이러한 어려움들은 '경직성'이라는 한 마디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대량 생산 체제에 대한 대규모의 장기적 고정 자본 투자의 경직성은 수많은 디자인의 유연성을 가로막고, 다양한 소비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전제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노동 시장이나 노동 분배, 노동 계약 등에서의 경직성 문제도 있었다.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경직성들 뒤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고정된 정치 권력 구도가 놓여 있었다.

대규모 노동과 대규모 자본, 대규모 정부들 사이의 상호 관계 또한 경직성의 배후였다.

(중략) 이로 인해 기업들은 노동 조합의 힘을 극복하거나 피할 수 있다면 노동 통제의 합리화, 구조 조정 및 노동 강도의 강화를 이루어 내야만 했다.

기술 변화, 자동화, 새로운 생산라인과 적소 시장(market niches)의 탐색, 노동 통제가 손쉬운 지역으로의 지리적 분산, 합병, 자본 회전 시간의 가속화 조치, 이런 것들이 전반적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 생존 전략의 전면이 나서게 되었다.

(중략) 이 모든 변동과 불확실성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공간에서는 정치적.사회적 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산업 조직 영역에서도 일련의 새로운 실험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실험들은 매우 상이한 정치적.사회적 조절 체계와 짝을 맞춘 전혀 새로운 축적 체제의 징조라고 할 만하다

유연적 축적(flexible accumulation)은 포디즘의 경직성에 정면 대응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노동 과정이나 노동 시장, 제품, 소비 유형의 유연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전혀 새로운 생산 부문의 출현, 금융 서비스 공급의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업적.기술적.조직적 혁신의 엄청난 강화 등이 그 특징을 이룬다.

그것은 부문간.지역간 불균등 발전 유형에서의 급속한 변동도 포함하고 있다.

- 데이비드 하비,'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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