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나라당 박헌기(朴憲基) 의원과 윤영탁(尹榮卓) 의원 두 사람의 총선 불출마 입장 발표가 지역 정치권을 발원지로 하는 한나라당 물갈이의 도미노 현상을 촉발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대선 이후 전개된 정치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물갈이 파문까지 몰아닥치자 내년 총선에 큰 미련이 없는 고령의 현역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는 지역 출신의원들 가운데 일부의 불출마를 '유인' 내지 '강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중앙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나 지역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해 정치신인들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던 인사들로 하여금 은퇴 여부를 고민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기 전부터 국회의원의 역할과 현 정치판에 회의를 품고 있던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다 개인적인 문제로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의원도 있었다는 점에서 박.윤 의원 두 사람의 불출마가 다른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재 대구와 경북에서 적게는 2, 3명에서 많게는 5, 6명의 의원들의 불출마가 예상된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이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밝힌 영남권 50% 물갈이 방침과 맞물릴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확정한 공천방침에는 상향식 공천의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사실상 중앙당 공천심사위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 놓아 이같은 방침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당 지도부가 공천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천심사위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교체를 결정할 수 있고 지역구에서 올라온 경선 내지 여론조사의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도록 해 놓아 그 파장이 어느 수준에 이를지 주목된다.
물론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이같은 물갈이의 폭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겠지만 정치권에 대한 개혁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할 경우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의 폭과 깊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박.윤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들의 지역구인 경북 영천과 대구 수성구을 지역구의 선거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의원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박.윤 의원에 도전장을 던졌던 도전자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전망이다. 또한 가장 강력한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던 현역 국회의원이 돌연 경쟁에서 빠짐으로 인해 이들의 지원을 업어 고지를 선점하려는 예비후보들의 박심(朴心)과 윤심(尹心)을 얻으려는 구애(求愛)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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