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피데이-조은정씨 두아들 "엄마보다 라면 맛있게 끓여요"

태권도 취재를 갔다가 조은정씨의 집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네 식구가 사는 평범한 가정. 아빠와 두 아들, 이렇게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사는 모습은 어떠할까.

"오늘 저녁은 명환이가 만든 소시지 요리로 맛있게 먹었어요".

직접 음식을 만든 큰 아들의 요리 솜씨가 먼저 눈에 띄었다.

계란을 푼데 소금을 조금 넣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소시지를 적셨다가 프라이팬에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소시지를 굽고 남은 계란도 버리지 않고 동그랗게 프라이했다

"라면은 저보다 더 맛있게 끓이는 걸요".

조씨는 가스불이 겁나 아들이 혼자 있을 때는 음식을 못 하게 하지만 자신이 같이 있을 때는 일부러 음식을 만들어 보라고 시킨다고 한다.

"아들도 어릴 때부터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집안 일도 할 줄 알아야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한테 구박받지 않지요".

두 아들은 청소도 잘 한다.

명환이가 진공 청소기를 밀면 재환이는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아들이라고 모든 것을 엄마가 다 해줘선 안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그녀는 두 아들에 대한 성교육도 일찍부터 시키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목욕을 하는 것. 어릴 때부터 엄마와 목욕을 해온 두 아들은 때수건으로 엄마 등을 밀어주는 등 자연스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

"배로 아기를 낳는다고 말해도 애들이 안 믿어요.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수중분만하는 모습을 TV로 다 봤거든요. 엄마 '짬지'에서 아기가 나온다는 것도 알고 엄마가 신경질난다고 하면 생리를 하는 줄 알아요".

조씨는 친구집에서도 가족이 함께 목욕을 한다며 기자에게도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아이가 크면 하기 힘들어지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목욕을 하며 성교육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맞벌이를 하던 조씨는 얼마전 일을 그만 뒀다.

"경기가 안 좋아 가입했던 보험도 해약을 많이 하는 상황이어서 보험설계사 일도 힘들어요. 잘못해 빚까지 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녀는 내년 4월에 치를 자격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교환 안내는 주부가 나이와 상관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새해 계획을 짜고 있는데 올 한해 해놓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녀는 새해 바람으로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고생하며 돈을 많이 벌어도 제대로 써보지 못 하고 병들어 죽는 사람들을 더러 봤어요. 돈이 없어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돈이 너무 없어도 안되니까 새해에는 다시 일을 가질 생각이라고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녀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면 벨소리 대신 새해 인사말이 흘러나온다.

그녀의 바람처럼 새해에는 모든 가정에 기쁜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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