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 심정이야 없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알지 않겠어요".
29일 오전 9시 대구시 북구 팔달시장. '불우 이웃을 돕자'는 어깨띠를 두른 10여명의 번영회 간부들이 시장을 돌며 상인들로부터 성금을 받고 있었다.
이날 3시간 동안 모은 성금은 모두 300여만원. 이들은 이 돈으로 쌀 60~70포를 구입,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번영회 이정오 회장은 "이맘때면 상인들이 십시일반 낸 돈을 모아 불우 이웃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벌써 14년이나 됐네요. 올해는 경기가 어렵다고 다들 한숨으로 한해를 보냈지만 사랑을 나누는 일을 멈출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팔달시장 상인들의 '사랑 나누기'는 연말 한차례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어느해보다 혹독한 불황을 겪은 2003년. 복지시설에는 독지가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사회 전체가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잃어버렸지만 이들의 '선행'은 빠짐없이 이어져 왔다.
상인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각종 채소와 과일, 생선, 육류 등 50가지나 되는 부식을 트럭에 가득 싣고 복지시설과 무료급식소로 향한다
시장 번영회 소속 청년회가 앞장을 선 '부식 나누기' 행사는 올해로 벌써 12년째.
지난 92년 대구역 앞 요셉의 집 최소피아 수녀가 좋은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그곳 무료급식소에 시장의 채소 등 부식을 전해 준 게 계기가 돼 규모도 커지게 됐다.
이후 성주군의 알코올 중독자 요양소인 평화계곡, 북구 노인복지관, 서구 푸드뱅크 등에 각종 채소 등 부식을 전하게 됐고 이제는 목요일이 팔달시장내에선 '사랑을 전하는 날'로 자리잡았다.
청년회 이강열 회장은 "목요일이 되면 상인들이 미리 부식을 준비해 내 놓거나 '수고한다'며 트럭에 직접 올려 주기도 한다"며 "전해 줄 물건이 없을 땐 구입해서라도 건네 준다"고 상인들의 마음을 전했다.
목요일 오전 9시가 되면 청년회원들은 1t 트럭을 몰고 시장 상가를 한 바퀴 돈다.
상인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배추 한 포기, 비지 한 봉지, 두부 한 모, 파 한단이라도 웃는 얼굴로 건넨다고 했다.
매주 6kg의 소고기를 2kg씩 3봉지에 나눠 정성껏 전해주는 상인들도 있다.
팔달시장 번영회원은 640여명. 2시간 동안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1.5~2t 가량의 각종 부식들로 트럭이 항상 가득 찬다.
돈으로 환산해 본적은 없다지만 150만~200만원은 족히 될 거라는 설명. 연간 1억원 정도나 된다.
이 회장은 "이 일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어두운 곳, 소외받는 계층이 상상외로 많은 반면 정부 지원은 너무 적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청년회가 있는 한 이 일은 계속할 계획이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소외계층, 불우이웃이 없는 누구나 잘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망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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