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 결과 문서 유출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당무감사 자료는 공천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진상조사위를 즉각 가동, 진상규명 및 징계작업에 나
섰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반발은 사그러들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지도부는 의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고 당내는 사실상 '무정부상태'와 같은
혼돈에 빠지는 등 지난 97년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와 신경식(辛卿植) 하순봉(河舜鳳) 의원 등 이회창
(李會昌) 전 총재 핵심측근 등 비주류측 10여명은 이날 낮 대책모임을 갖고 최 대표
사퇴요구 사명작업에 착수, 주류-비주류간 본격 대결을 예고했다. 일부에선 분당가
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오전과 오후 연이어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번 당무감사 결
과 문서를 '살생부'로 규정하고 "정치적 학살행위"라고 주장하며 지도부 퇴진, 비상
대책위 해체, 지금까지 추진된 공천작업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나고 지도부를 곤혹
스럽게 했다.
이들은 "작성과정부터 많은 문제점이 보이고 의도된 배경이 있는 기획작품"이라
면서 "특정계파를 제거하고 영남을 대거 물갈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경선 때 선입견이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고의로 유출시
켰다는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도부의 소위 물갈이 입김이 작용해
작성됐다고도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동료 의원들 가슴에 칼 꽂고 내년 총선을 망쳐버린 이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이 당에서 어떻게 한 몸을 담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하순봉(河舜鳳) 의원은 당무감사결과 유출을 '인민재판'으로 규정한 뒤 "고의적
배포 혐의있는 사람 중 한 분인 김문수 의원은 공천심사위원장을 할 수 없다"면서 "
지금까지 진행돼온 17대 총선 공천작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문화(鄭文和) 의원은 "비대위를 해체하고 서청원, 박희태(朴熺太), 김덕룡(金
德龍) 의원 등 대표급 중진들로 명실상부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 '공천배제' 평가를 받은 김찬우(金燦于)
의원은 "죽은 놈한테 칼로 난도질을 해도 유분수지, 이럴 수 있느냐"고 원망했다.
의원들간에 인신공격성 공방도 벌어졌다.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당내 인적쇄신
을 요구하는 소장개혁파의 대표주자격인 남경필 의원을 '오렌지족'으로 몰아세우고
부친의 축재의혹을 제기하며 당내 물갈이 주장세력에게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은 "이번 문건 유출로 인물충원, 공천혁명이 좌초돼서는 안된
다"면서 정 의원의 공격에 대해 "비올 때 하수방류하듯 말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의원들의 '음모설'이 계속 잇따르자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도 발언에 나서 "
당무감사는 총장 임명 이전에 이뤄졌고, 나는 등급을 분류하라고 한 게 전부"라면서
"내가 음모나 꾸미는 사람이냐"고 반박한 뒤 "제 거취문제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총선을 코 앞에 둔 입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준 것에 대해 당 대표로
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하고 "이제 화를 좀 삭여달라. 책임질 것을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달랬으나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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